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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거래사] 동물·자연과 교감하며 '메디컬 팜' 꿈꾸는 행복한 목장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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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3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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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해뜰목장 안상섭 대표 "몸으로 느끼고 경험해야 길 보여" 젖소 6마리에서 매출 6억원으로…체험교육농장으로 인기

[편집자주]매년 40만~50만명이 귀농 귀촌하고 있다. 답답하고 삭막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통해 위로받고 지금과는 다른 제2의 삶을 영위하고 싶어서다. 한때 은퇴나 명퇴를 앞둔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겼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30대와 그 이하 연령층이 매년 귀촌 인구의 4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농촌에서 어촌에서 산촌에서의 삶을 새로운 기회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뉴스1이 앞서 자연으로 들어가 정착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예비 귀촌인은 물론 지금도 기회가 되면 훌쩍 떠나고 싶은 많은 이들을 위해.

하동 옥종면 해뜰목장 귀농 가족. 사진 왼쪽부터 첫째 아들 현규, 아내 조정미, 안상섭 대표, 막내 딸 지혜, 둘째아들 준우 씨. © 뉴스1
하동 옥종면 해뜰목장 귀농 가족. 사진 왼쪽부터 첫째 아들 현규, 아내 조정미, 안상섭 대표, 막내 딸 지혜, 둘째아들 준우 씨. © 뉴스1

(경남=뉴스1) 한송학 기자 = "귀농은 앞서가야 한다. 정보와 추세, 동향 등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항상 공부해야 한다. 남들이 추천하는 길을 따라간다면 실패도 따라올 수 있다. 직접 몸으로 느끼고 경험을 해봐야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알게 될 것이다."

젖소 6마리로 시작해 연 매출 6억원의 목장으로 일궈낸 경남 하동 옥종면 지리산 자락에 자리 잡은 해뜰목장 안상섭 대표(57)가 귀농 노하우를 알려주며 당부하는 말이다.

"공부를 하는 것이 첫째라면 적성에 맞는지는 1년 정도 선택한 작목에 몸을 맡겨야 한다. 머리와 함께 몸도 따라가 줘야 하기 때문이다. 수치적 계산만으로는 어렵다"며 안 대표 부인 조정미씨(53)도 자신의 의견을 보탰다.

안 대표는 "땅을 사는 것도 신중해야 한다. 일단 경험해봐야 부지가 좋은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처음에는 임대를 추천한다"며 "일반적인 귀농귀촌의 이론적 교육은 엄청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전문가들이 만들어 놓은 것이기 때문에 쉽게 따라하기가 힘들다. 농업과 관련한 전국 100여곳의 현장교육장, 신지식인, 마이스트 등을 찾아가 일을 배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고 조언했다.

귀농 29년 차인 안 대표의 첫 직장은 기계 엔지니어였다. 경남대 기계설계학과를 졸업하고 전공을 살려 마산의 한 업체에 취직했다. 당시만 해도 초보 엔지니어는 처음에 현장 실무를 익히기 위해 업체들과 만나는 일이 많았다. 말이 현장 실무이지 매일 업체 관계자들과 술·밥을 해야 하는 것이 업무였다.

술과 담배를 전혀 못 하는 자신에게는 고통이었다. 담배를 배워보려고 억지로 피워보기도 했지만 어려웠다. 술을 배워보려고 병원 상담까지 받아봤지만, 알코올 분해 능력이 전혀 없어 포기해야 했다. 그는 29세 때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당시 아내가 첫애를 갓 출산했을 때였다.

해뜰목장 전경. © 뉴스1
해뜰목장 전경. © 뉴스1

그는 "술·담배를 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농업을 선택했다. 직장을 무작정 그만둔 것은 아니고 그동안 많은 준비를 해왔다. 가족들을 먹여 살려야 해 돈의 회전율도 감안해 전망 있는 농업을 알아봤다. 벼는 6개월, 과수는 3개월 등으로 수익을 낼 수 있었다. 돈이 가장 빨리 회수되는 젖소 낙농업을 선택 했다"고 말했다.

직장을 그만둔 그의 수중에는 아내와 함께 모은 돈 5000만원이 전부였다. 1800만원으로 젖소 6마리를 구입하고 나머지는 사료비 등 필수 운영비를 위해 남겨 두었다. 하지만 초보 낙농업자가 잘 될 리 없었다. 근근이 생계를 버텨가는 수준에 머물렀다.

그는 "귀농 초기 직장 생활 때보다 소득이 줄어 힘들었다. 2년 차가 되면서 평생 직업으로 가야 할 길이 아니라고도 생각했다. 그래서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국내외 신문, 잡지, 대기업 경제연구소 정보 등 닥치는 대로 공부했다. 그러던 중 농업과 관련한 대규모 자금이 풀리면서 나름의 분석으로 젖소 등 규모를 늘렸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3억3000만원 정부 농업 융자를 받은 그는 고향인 함안에서 목장 부지 2만평을 임대하고 330평의 축사를 지었다. 젖소를 20마리 추가로 사들이는 등 목장의 규모를 늘리고 5개년 계획을 세웠다. 92년부터는 생산량 증대를 목표로 잡고 사양관리와 인공수정 등을 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췄다. 97년부터는 남은 우유 제품 처리를 위해 치즈 등 유가공 제품 개발에 중점했다.

그는 "유가공을 위해 치즈 제조 교육을 받았고 식품 영양학도 공부했다. 유가공 관련 대학교와 사료 회사 세미나 등 전국을 찾아다니면서 공부를 했다. 해외연수까지 다녀오는 등 2002년까지는 유가공 제조에 몰두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난관에 부딪혔다. 현행법상 당시 농가에서는 치즈를 판매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체험교육농장으로 방향을 잡았다. 2008년부터는 현재의 목장 위치로 이사오면서 치즈 체험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목장 체험이 인기를 얻으면서 이후로는 우유, 유제품, 체험 등에서 안정적으로 수입이 발생했다. 현재 해뜰목장은 치즈 등 체험교육이 전체 수입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지금도 부부는 자신들의 일과 관련한 최신 정보를 빠짐없이 살펴보고 국내외 농업정책 등 동향을 살피는데도 소홀하지 않는다. 필요한 지식을 그때그때 습득하고 국내를 비롯한 해외 선진사례도 체험하고 배우는 것이 이들 부부의 귀농 철학이다. 젖소 6마리로 시작해 6억원 매출의 목장으로 성장한 비결이기도 하다.

현재 해뜰목장에는 젖소 80마리, 말 5마리, 양 9마리, 흑염소 16마리, 당나귀 1마리 등 동물가족도 늘어났으며, 한 해 5000~6000명의 체험객들이 다녀가고 있다.

어릴 때부터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농촌 생활을 동경해 온 자녀들도 최근 목장으로 들어왔다. 부인 조정미씨는 목장으로 귀농하려는 아이들에게 까다로운 조건을 걸기도 했다. 목장에 들어와서 일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갖추고 오라는 것이다. 안 대표 부부는 목장을 운영하기 위해 그동안 교원자격증, 식품위생관리사, 유제품 가공사, 바리스타, 한식·제빵 등 기능사 등 10개 이상의 자격증을 보유하고 신지식농업인장 등의 경력도 갖췄다.

부인 조씨는 "아이들에게 들어오라고 강요하지 않았고 선택에 맡겼다. 능력이 없으면 들어오지 말라고는 했다. 가장 필요로 해서 들어오는 것이 농업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막연히 할 것이 없어 농촌으로 들어오는 것이 농업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자식이지만 아이들에게도 자격을 갖추고 들어오라고 한 것"이라며 말했다.

첫째 현규(28), 둘째 준우(27), 셋째 지혜씨(여·25) 등 3남매는 부모의 까다로운 조건에 합격했다. 현규씨는 대학교에서 동물자원을 전공하고 축산기사 자격증과 반려동물관리사, 반려동물식품관리사, 팻매니저, 펫유치원교원 등 자격을 갖췄다. 준우씨는 식품공학을 전공하고 식품·축산기사, 식품가공 중등학교정교사, 위생사면허, 한식·양식 등 기능사 자격, 지혜씨는 조형예술과 미술교육을 전공한 미술교육학 석사로 미술교육 중등학교정교사로 이들 가족이 보유한 자격증만 해도 20여개 이상이다.

이들 가족의 꿈은 치유 농업이다. 단순 목장에서 체험·배움의 장소에서 더 나아가 동물·자연과 교감하며 심신을 치유하는 농업 '메디컬 팜'을 실현하는 게 목표이다.

조정미 씨는 "메디컬 팜은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이른 시도이지만 가족과 함께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각자 맡은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해 가족들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는 것이 행복하다"며 미소지었다.

해뜰목장 동물들과 체험프로그램. © 뉴스1
해뜰목장 동물들과 체험프로그램.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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