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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이 얻은 것, 잃은 것[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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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1.03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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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쌓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잃는 것은 한순간인 가치가 있다. 명예와 권위가 그렇고 신뢰가 그렇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29일 ‘라임 사모펀드’를 판매한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KB증권 증권사 3곳과 CEO(최고경영자)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었다. 결론을 내지 못했지만 ‘CEO 중징계’는 기정사실인 듯하다.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등도 연내 같은 과정을 밟겠다고 했다.

 금융회사들은 금융감독원이 판매사를 처벌해 ‘시선 돌리기’를 하면서 책임을 회피한다고 본다. 더 나아가 라임·옵티머스 사건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의도적으로 제보를 뭉개거나 검사를 지연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실체적 진실은 아직 가려지지 않았다. 검찰 수사나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어떤 것은 사실이 되고 어떤 것은 의심에 그칠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금융감독원의 전·현직 직원이 연루됐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금융감독원의 감독책임에 대한 세간의 비판이 쏟아진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국회 국정감사 때 “직접적인 업무연관이 없는 직원”이라고 했지만 검사계획서가 통째로 넘어간 마당에 수장인 그가 할 말은 아니다. 그는 “큰 문제로 비화한 것에 대해서는 죄송”하지만 “역량과 제도적 수단의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해 일했다”며 “하등의 부끄러움이 없다”고 했다. 오히려 예산과 인력 등이 금융위원회에 예속돼 있음을 탓했다. 문제의 펀드를 판매한 금융회사들을 탓해온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렇게 말할수록 윤 원장은 금융감독원이 ‘조직이기주의’에 갇힌 초라한 조직으로 비친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그의 말대로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해 빌미를 준 금융위원회의 실책도 있을 것이다. 불완전판매를 일삼은 금융회사들의 잘못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감독과 관리에 대한 역할을 맡은 곳은 정책을 만드는 금융위원회도 아니고 판매를 맡은 금융회사도 아니다. 국내에 금융감독원이 2개가 있는 것도 아니다. 금융감독원 직원이 사고 친 것을 두고 윤 원장은 개인의 일탈행위로 치부하지만 금융회사들은 “내부통제 미흡”이라고 일컫는다.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 CEO를 처벌한 바로 그 근거를 들이대는 것이다. 금융감독원부터 ‘내부통제 모범규준’을 만들라고 조소한다. 윤 원장이 “금융감독원이 갖고 있는 인력과 수단 측면에서 칼이 그렇게 날카롭지 못하다”고 언급한 데 대해서는 “감독의 칼은 무디다면서 금융회사 CEO를 치는 칼은 왜 그렇게 날카롭냐”고 되묻는다.

 리더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가진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성과를 내는 사람이다. 사모펀드 감독에서 성과를 못 낸 것을 변명할수록 ‘리더의 위기’가 된다. 문제가 생겼으면 문제를 해결하고 가야 한다. 200개 넘는 자산운용사가 난립하면서 시장을 어지럽힐 가능성이 높았고 감독을 강화할 필요성도 컸다. 먼저 그런 상황에 잘 대처했는지 따져 보아야 한다. 과거(키코)에 몰두하느라 현재(사모펀드)를 놓친 것은 아닌지도 자문해야 한다. 실력이 아닌 다른 요소들에 기반해 인사를 하지는 않았는지 ‘소비자보호’에 치중하다 ‘감독’이란 본업을 놓친 것은 아닌지도 되짚어봐야 한다. 예산과 인력이 넉넉했다면 달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안이하다. 인력이 많으면 개인의 일탈행위가 일어날 확률이 더 높아지지 않을까.

 그러므로 당장 할 일은 예산과 인력을 말하며 독립을 운운할 것이 아니라 내부의 사건·사고를 막도록 시스템을 정비하고 조직을 추스르며 분위기를 일신하는 것이다. 윤 원장 개인뿐만 아니라 금융감독원 조직이 얻은 것이 조롱과 비아냥이고 잃은 것이 명예와 권위, 신뢰라면 너무 가슴 아픈 일이지 않은가. 윤 원장은 금융감독원 홈페이지 인사말에 “금융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도록 매진해 나가겠다”고 썼다. 그 표현은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도록 매진해 나가겠다”로 바뀌어야 한다. 금융감독원이 금융감독원답기를 바란다.
윤석헌이 얻은 것, 잃은 것[광화문]



  • 강기택
    강기택 acekang@mt.co.kr

    비즈니스 저널리즘의 최고 경지, 머니투데이의 일원임을 자랑스레 여깁니다. 독창적이고, 통찰력 넘치는 기사로 독자들과 마주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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