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조 '성인지 예산' 눈먼 돈?…영재양성·환승센터가 왜 나와

머니투데이

유효송 기자

예산정책처 '2021년도 예산안 성인지 예산서 분석'

내년 성인지 예산사업 전체 규모가 34조 9311억원에 달하지만 부적절한 사업이 편성되거나 성과지표가 구체화되지 않는 등 문제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지 예산은 정부의 예산안 중 성평등을 목표로 사업의 효과를 분석한 것으로 2010년 회계연도부터 도입한 제도다.

3일 국회 예산정책처의 ‘2021년도 예산안 성인지 예산서 분석'에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성인지 사업은 37개 중앙관서 장이 제출한 사업 304개로 관련 예산은 지난해보다 약 3조 가량 증가했다.

성인지 대상사업을 부처별로 살펴보면, 고용노동부가 39개 사업으로 가장 많고, 여성가족부 35개, 보건복지부 34개, 중소벤처기업부 19개 순이다. 예산규모는 보건복지부가 11조 3731억원으로 가장 크고 중소벤처기업부가 9 조 2747억원, 고용노동부 6조 5760억원, 국토교통부 4조 5701억원 순이다.

그러나 이들 중 11개 사업이 성인지예산으로 편성되기에 부적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처들이 성평등과 관련없는 사업들을 성인지 예산사업으로 끼워 넣는 관행이 반복되어 온 탓이다.

대표적으로 국토교통부의 환승센터구축지원이나 농림축산식품부의 한국농수산대학교육 운영 등이 성인지 사업에 포함됐다. 국토교통부의 환승센터 사업은 주요 환승발생지점에 대중교통 환승센터를 구축해 환승 서비스 제공하는 사업인데, 이는 국민 전체를 수혜대상으로 하는 만큼 특정 성별이 수혜를 입는다고 볼 수 없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대학교육 운영 사업 역시 사업 수혜자가 성평등 관련성이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과학영재 양성, 시청자미디어 재단 지원 △국방부의 민간위탁교육,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인재개발원 사이버교육센터 운영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규제 영향평가 및 옴부즈만 운영 △국토교통부 철도핵심인력 양성, 국민임대(융자) △보건복지부의 아동수당 지급, 영유아보육료 지원 등이 성인지 사업 분류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성평등 목표 측정이 적절하지 않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사업의 성평등 목표를 측정하기에 성과지표가 적절하지 않거나, 목표가 보수적으로 설정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예컨데 고용노동부의 남녀고용평등 강조기간 운영사업의 경우 성과 지표를 '남녀고용평등 강조기간 기념식 개최 횟수'로 설정한 것을 문제삼았다. 예산정책처는 "기념식 개최 횟수로는 사업목적인 남녀고용평등 의식 확산 여부를 알기 어려우며, 정책대상인 15세 이상의 전 국민 중 남성과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리하여 평가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 외교부의 글로벌연수(ODA)에 여성 참여 비율 목표인 43%는 10년 전부터 연수과정에 여성 연수생 추천할당제(30%)를 적용하고 있어 과소 설정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해양수산부가 신산업 육성 및 기업투자유치 지원 사업 목표로 제시한 여성 구직자 참여비율이 지난해 실적보다 낮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예산정책처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선정 기준에 포함되는 사업의 분류를 검토하고 대상 사업의 적절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보완돼야 한다고 봤다. 또 각 기관의 성인지 예·결산서를 취합하고 상설협의체에서 심의와 검토를 거쳐 대상사업을 협의할 떄 심사 기능을 강화도 제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산정책처는 "정부는 성평등추진 중점사업의 경우 상설협의체를 중심으로 주제를 정하고 해당 되는 사업을 발굴하여 성인지 대상사업에 포함하고 있다"며 "이러한 절차를 준용하여 성인지 대상사업 선정 이전에 국가성평등지수 취약 분야를 정하고, 성인지 예산서 작성에 활용하도록 하여 연계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