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뒤통수 때린 교사…법원은 "훈육 아닌 폭력" 벌금형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사진=뉴스1

수행평가 시간에 낙서하고 떠든 학생들을 제지하려던 중학교 교사가 지도 도중 학생들의 뒤통수를 때렸다는 이유로 1년 가까이 소송을 치른 끝에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중등 교사 A씨에 대해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11월 수업 도중 수행평가 시간에 학생 2명이 답지에 그림을 그리며 떠들었다는 이유로 학생 1명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6~7회 때린 혐의로 기소됐다. 다른 학생 1명도 손바닥으로 머리를 맞은 것으로 파악됐다.

A씨가 수행평가 중이니 시끄럽게 하지 말라고 주의를 줬는데도 학생들은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러자 A씨가 학생들 자리로 다가갔고 그림 그려진 시험지를 발견했다. A씨는 학생의 머리를 2회 때린 뒤 다른 학생에게 시험지를 보여달라고 요구했지만 이 학생도 말을 듣지 않았다. 이 학생이 시험지를 보여주지 않으려고 책상 위에 엎드리자 A씨는 뒤통수를 3회 때렸다.

A씨는 이 학생이 내민 시험지에도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을 보고 뒤통수를 3~4회 더 때렸다. 이후 이 학생은 어지럼증 등 뇌진탕 증상을 호소하다 병원에서 일주일 입원 치료를 받고 회복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학대처벌법에 따르면 중등 교사는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로 분류된다.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가 아동학대를 저지르면 정해진 형량의 2분의 1만큼을 가중처벌할 수 있다.

법정에서 A씨는 교사로서 학생들의 잘못된 행동을 훈계했을 뿐이라며 범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학생의 잘못으로 시작된 일 아니냐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1심은 뒤통수를 때린 것은 훈육이 아닌 폭력이라며 받아들이지 않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뒤통수를 6~7회 맞은 학생의 부모와 학부모가 합의하지 않고 처벌을 요구했다는 점을 중요한 양형사유로 들었다.

2심도 마찬가지로 유죄를 인정했으나 형량은 벌금 150만원으로 낮췄다. 처벌을 요구하던 학생과 학부모가 마음을 바꿔 A씨와 합의했고, 수행평가 시간에 학생들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일이라는 점 등을 감안했다. 대법원은 이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