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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노사관계법제 개편의 핵심은 자율과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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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화진 고용노동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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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1.1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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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 속도를 만들어냈고, 하루에도 몇 잔씩 마시곤 하는 커피믹스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런 모습이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우리는 ‘속도’를 강점으로 변화에 적응해왔다.

노사관계법제의 개선과 관련해서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우리나라는 1991년 국제연합(UN)과 산하 국제노동기구(ILO)에 가입했지만 ILO 핵심협약의 절반(8개 중 4개)을 30년째 비준하지 못하고 있다. 핵심은 결사의 자유 관련 협약이다. 노동조합 등 단체 설립·가입과 활동에서 자율성을 보장하고, 개입은 자제하라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우리 노사관계법제는 노조의 가입 자격을 법률로 제한하고, 이에 위배될 경우 노조를 부정하는 태도를 취해왔다. 당연히 ILO는 해당 법률조항을 개정하라는 권고를 수차례 해왔다.

유럽 국가들이 주축이 돼 만들어진 핵심협약을 우리나라가 완벽하게 지키기는 어렵다. ILO도 당사국의 특수성과 국내법을 충분히 존중한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무작정 미루고 버틸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ILO 핵심협약의 취지를 반영하되 국내 노사관계의 특성을 감안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더욱이 노동권 보호의 문제는 단순히 보편적 규범의 준수·의무 이행의 문제를 넘어 경제·통상의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ILO 핵심협약 미비준을 이유로 EU가 FTA 분쟁해결절차를 요청한 것이 대표적이다. 전례 없는 일이지만 앞으로 다른 국가와의 FTA 이행 문제에서 이러한 일이 다시 없으리란 법도 없다. 노동권의 보호 문제가 통상 리스크로 확대되지 않도록 노사관계법제의 개편이 시급한 시점이다.

노사관계법제 개편에 있어 정부의 핵심 목표는 보편적 규범을 수용해 자율적 노사관계를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특성을 고려해 현장의 혼란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원칙 하에 정부는 법률로 제한해 온 노조의 조합원 자격을 자체 규약으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사업장 외부 조합원들의 사업장 내 조합활동 시 사업장 내부규칙 또는 노사 간 합의절차를 준수하도록 했다.

또 노조 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 규정은 삭제한다고 하지만 근로시간면제 제도(타임오프)의 기본 틀을 유지해 사용자는 근로시간면제 한도 내에서 급여를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초과하는 단체협약이나 사용자 동의는 무효로 하고, 사용자가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초과해 급여를 지급하면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도록 했다. 정부의 노동관계법 개정안은 노사관계의 자율성과 우리 기업별 노사관계의 현실을 균형 있게 반영한 결과물이다.

정부 입법안대로 통과되면 외부 조합원들은 사업장 내에 출입도 할 수 없게 된다거나, 거꾸로 해고자들의 무분별한 노조활동이 인정될 것이라며 같은 입법안을 두고 정반대 해석이 나온다. 모두 사실이 아니다. 외부 조합원은 노사 간 합의된 절차에 따라 사업장 내에서 노조활동을 하면 되고 그 기준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할 사안이다.

노동관계법 개정에 우려를 표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잘못된 정보를 토대로 오해가 확산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흔히 노동관계법은 헌법보다 개정이 어렵다고 한다. 노사 등 이해관계자 의견이 첨예하기 갈리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도 그렇다. 하지만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미 대선 이후 국제사회의 질서가 재편될 것으로 기대되는 시점에서 EU를 포함한 FTA 비준국들은 30년 전 우리나라의 약속을 주목하고 있다. 한시가 급한 상황이지만 정부는 노사와 함께 지속적인 대화와 토론으로 절묘한 해법을 찾아낼 것이다.
박화진 고용노동부 차관 / 사진제공=고용노동부
박화진 고용노동부 차관 / 사진제공=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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