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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없는 중국, 중국없는 마윈[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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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이징(중국)=김명룡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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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1.19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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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없는 중국, 중국없는 마윈[광화문]
중국의 연중 최대 쇼핑 축제인 매년 11월11일 쇼핑데이(광군제·솽스이 雙11) 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는 수백명의 내외신 기자들을 항저우(抗州) 본사로 불러들인다.

'시시(西溪) 캠퍼스로 불리는 알리바바 본사를 구경시켜 주기도 하고, 자신들이 자랑할 만한 곳을 둘러보게 해준다. 올해는 최초의 신(新)제조 플랫폼을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이들이 디지털팩토리로 부르는 공장은 AI(인공지능)를 통해 유행할 상품을 예측하고, 생산의 상당 부분을 로봇이 담당한다. 기존에 3개월씩 걸리던 옷 생산은 7일이면 끝나고, 최소 주문량은 5000건에서 100건으로 줄였다. 불필요한 재고 없이 소비자 취향에 따라 일대일 맞춤형 디자인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신제조는 지난 2016년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 전 회장이 제안한 '5신(5新·Five new) 전략' 중 하나다. 5신 전략은 신유통, 신제조, 신금융, 신기술, 신에너지까지 다섯 가지를 뜻한다.

신제조를 통해 알리바바는 소품종 대량생산이라는 의류제조업의 기본 틀을 깼다. 영세했던 중국 유통의 현대화라는 꿈을 이룬 마윈의 전략이 이젠 후진적인 중국 제조공장의 혁신을 향하고 있었다.

메인 이벤트는 11월11일 0시부터 이뤄지는 매출 공개다. 통상 알리바바는 커다란 전광판에 실시간 거래액을 띄운다. 1000억위안(약 1700억원) 돌파에 몇 초가 걸렸는지, 특정해 하루 매출을 돌파하는데 얼마나 걸렸는지 등을 쉼없이 알린다. 수백명의 내외신 기자들은 알리바바 사회자의 한마디 한마디에 기사를 내보내기 바쁘다. 매년 경신하는 기록은 놀라운 수준이므로 기사거리로도 충분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올해 알리바바는 실시간 거래액 공개를 중단했다. 단 하루만 진행하는 쇼핑데이를 올해는 두 번으로 늘렸기 때문에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석연찮은 해명이 돌아왔다.

이들이 84조원의 매출을 올린 쇼핑데이 행사를 조용히 치르는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중국 당국은 쇼핑 축제 직전인 지난 10일 중국의 대형 인터넷 플랫폼 기업 규제를 강화하는 반독점 규제 초안을 공표해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최대 축제일에 알리바바의 주가는 10% 폭락, 시가총액이 70조원이나 줄었다.

이같은 알리바바에 대한 규제는 마윈의 상해금융포럼 발언이 촉발했다는 시선이 많다. 마윈은 중국 고위 금융당국자가 총출동한 이 행사에서 "기차역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공항을 관리하려 한다"는 도발적인 발언을 하면서 미운털이 박혔다는 것이다.

왕치산(王岐山) 국가 부주석, 이강(易綱) 인민은행장 등 금융 관련 최고위 당국자들 앞에서 쏟아낸 수위 높은 발언의 대가는 컸다. 중국 금융당국은 3200억달러(시가총액 전망 기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던 알리바바의 핀테크 기업 앤트그룹의 상장을 상장 이틀 전에 중지시켜 버렸다.

이미 청약대금을 납부한 경우도 있었지만 중국 금융당국엔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앤트그룹의 상장이 언제 재개될지 기약이 없다. 이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마윈에게 누가 더 위인지를 보여줬다"고 평했다.

분명한 사실은 알리바바와 같은 거대 기업이라도 언제라도 당국의 규제 '몽둥이'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자국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IT(정보통신)분야에 큰 규제를 두지 않았고 그 결과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와 같은 공룡 기업이 탄생했다. 또 '결제 시스템 사업을 외국인이 소유하면 국가 주권이 위협받는다'는 논리 아래 앤트그룹은 별다른 규제없이 샌드박스 안의 보호를 받으며 급성장했다.

마윈은 2003년 부터 미국의 이베이라는 강력한 경쟁자와 경쟁해 왔다. 이때 이베이를 향해 "이베이가 대양의 상어일지 몰라도 나는 장강의 악어"라고 자신감을 내비친 것은 중국 시장과 정부라는 든든한 뒷배를 믿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성장의 버팀목이 됐던 당국의 도움의 손길이 뒤통수를 때리는 손으로 변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으로도 평가된다.

마윈과 알리바바의 사례는 중국에서 혁신이란 이름으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지만 이런 성공신화는 당국에 의해 언제든지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남을 것이다.

지난해 알리바바를 취재하면서 마윈이란 혁신가가 있는 중국이 조금은 부러웠다. 하지만 중국은 혁신가 위에 공산당이 있는 국가인 것 같다. 앞으로도 중국이 마윈을 가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마윈없는 중국, 중국없는 마윈[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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