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치할까? 헷갈리는 여의도…"해도 실패"vs"野 구심점"

윤석열 검찰총장./사진=김창현 기자

야권 후보들을 제치고 범야권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윤석열 검찰총장을 두고 정치권의 '갑론을박'이 무성하다.

노회한 정치인, 유명 정치평론가들마저 윤 총장에 대해 '정치를 할 사람이 아니다' 또는 '해도 어려울 것'이란 관측, 반대로 '윤 총장의 정치입문은 시간문제'라거나 '파급력이 상당할 것'이라는 정반대의 예상을 하고 있다.
여권도 야권도 "윤석열 정치 부적절, 해도 잘 안돼"

윤석열 검찰총장./사진=강민석 기자

지난 17일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아시아경제 의뢰로 15~16일 전국 성인 1000명을 조사한 결과, '차기 중도보수 성향의 야권 대선후보로 적합한 인물'로 윤 총장을 꼽은 응답은 25.5%였다. 2위는 유승민 전 의원(11%)과 3위는 홍준표 무소속 의원(10.8%)이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9%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은 여야 모두에서 싸늘하다. 검찰 출신인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은 6일 한 간담회에서 "(윤 총장 대선출마는) 적절치 않다"며 "최소한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검찰에서 한 본인의 행보가 정치적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4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립을 엄정히 지켜야 할 자리에 있는 분이 현직에 있는 동안 정치 관련 얘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또 "밖에서 국민 속 시원하게 해줬다고 정치권으로 데리고 와서 그분들이 그전에 쌓은 성과까지도 까먹고 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윤 총장이 지금은 정부 실정의 반사이익을 한몸에 받지만, 본격 정치 행보에 돌입하면 여론의 시선이 달라질 수 있다는 평가다. 또 국민의힘 입장에선 '윤석열 대망론'에 묻혀 당내 잠룡들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도 경계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 민주당 탈당 후 18일 국민의힘 초선모임 강연에 나선 금태섭 전 의원은 "저도 검찰에서 12년 근무하고 나왔는데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조직에 있다 보면 시야가 좁아진다"며 "정치는 넓게 봐야 하고 타협해야 하는 일인데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바로 정치권에 들어오면 실력 발휘가 어렵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역시 윤 총장 견제를 쏟아낸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12일 YTN 라디오에서 "(윤 총장의 정치입문은) 검찰수사 중립성에 심대한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 지적했고, 우상호 의원은 17일 tbs 라디오에서 "(윤 총장 지지율은) 착시현상"이라며 "설사 정치한다 해도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되기는 불가능할 것"이라 말했다.
秋 "윤석열 차라리 정치해야"…경쟁자들 "나와야"까지

추미애 법무부 장관(사진 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사진=이기범 기자

윤 총장이 정치 입문 가능성을 높게 보는 시각, 또 행보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국민의힘 4선 중진 권영세 의원은 12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총장의 정치입문에 대해 "지금 상황에서 어쨌든 야권이 하나로 마음을 뭉치는 데 반드시 나쁜 건 아니"라며 "현재 구심점이라는 부분은 괜찮다"고 말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18일 서울 여의도 '희망22' 기자간담회에서 윤 총장과 안 대표, 무소속 홍준표 의원을 거론하며 "바깥에 계신 분들 다 와서 넓은 링 위에 올라가 치열하고 공정하게 다퉈서 '누가 중도보수 단일후보가 되는 게 좋냐' 당원과 국민들께 판단하도록 하고, 모든 사람이 (선출된) 후보를 도와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원희룡 제주지사 역시 11일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서 자신과 경쟁할 보수야권 대선주자로 윤 총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언급하며 "현재 여론조사가 나오는 두 사람은 당연히 인정하고 들어가야겠다"고 말했다. 홍준표 의원도 지난달 23일 SNS에서 추 장관과 윤 총장을 싸잡아 비판하며 "윤 총장은 사퇴하고 당당하게 정치판으로 오라"고 썼다.

아이러니하게도 윤 총장의 정치 입문을 가장 지속적으로 권장(?)하는 인물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다. 추 장관은 5일 국회에서 윤 총장을 향해 "정치인 총장”이라 꼬집었고, 11일에는 "윤 총장이 대권 후보 1위로 등극했는데 그냥 사퇴하고 정치를 해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