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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불평등, 언제까지 방치해야 하나[우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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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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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1.20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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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현대사회에 와서 의식주만큼이나 중요해진 것이 ‘의료’다. 비싼 옷을 입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집에 살아도 몸이 아프면 모든 게 무용지물이다. 100세를 바라보는 요즘, 늙을수록 병원과 가까운 곳에 살아야 한다는 게 이 시대의 불문율이 됐다.

하지만 지역별 의료서비스는 아직도 편차가 크다. 대개 수도권에는 좋은 병원이 많지만 지방에는 변변한 의료시설 하나 없는 곳이 부지기수다. 21세기에도 출산이 임박한 산모가 산부인과를 찾아 산을 몇 개 넘었다는 뉴스를 접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응급상황이라도 벌어진다면 불편을 넘어 생명까지 위협받는다. 얼마 전 음독자살을 시도한 40대는 의료진이나 장비가 없다는 이유로 병원을 전전하다 목숨을 잃었다. 제때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았다면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치료가능 사망률’은 지역별 불균형을 명확히 보여주는 지표다. 서울 강남구는 인구 10만명당 이런 케이스가 29.6명꼴이지만 경북 영양군은 107.8명이나 된다.

전국적으로 치료가능 사망률이 높은 지역은 경북, 강원, 충북이다. 대부분 상급종합병원과의 이동거리가 긴 곳이다. 반면 큰 병원은 대부분 대도시에 몰려있다. 환자가 많은 곳에 돈이 쌓이고 돈이 쌓이는 곳에 병원이 있다.

진료과목으로 눈을 돌려도 불균형 문제는 심각하다. 소위 ‘내외산소’라 불리는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는 대표적인 전공의 기피과목으로 정평이 나 있다. 기초 진료과목임에도 일손이 부족해 업무부담이 크다. 반면 벌이는 시원찮다. 의료소송의 단골 과목이라는 점도 지원을 꺼리는 이유로 꼽힌다.

그렇다고 수가를 대폭 늘리고 소송기회를 차단하기란 쉽지 않은 결정이다. 우선 국민이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의사들이 어려우니 건강보험료를 더 내고 의료사고가 나도 의사에게 책임을 묻지 말라는 정책에 박수를 보낼 국민은 흔치 않다.

누구도 손해를 보지 않으려 한다면 그 간극을 메워주는 것이 공공의 역할이다. ‘국민 누구나 보건에 관해서 국가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는 헌법 36조 3항은 그래서 존재한다.

그동안 공공의료에 투입된 국가적 재정지원은 크게 늘었지만 공공의료 인프라와 서비스는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경상의료비 중 공공재원 비중은 1975년 10.5%에서 2018년 59.8%로 확대된 반면 공공병상 비중은 같은 기간 46.3%에서 10.0%까지 떨어졌다. 공공의료재정 상당액이 민간의료에 투입된 영향이 크다.

반면 건강보험 같은 사회보험방식을 채택한 해외 주요 국가의 공공병상 비율은 일본 18.3%, 독일 25.5%, 프랑스 44.7%를 차지한다. 이런 국가와의 공공의료 서비스 격차는 더 벌어질 상황이다. 일례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계기로 5조6000억원을 투입, 공공의료인력을 5000명 늘리겠다고 했다. 의과대학 정원도 현 1만명에서 1만5000명으로 확대한다.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하는 우리의 의료정책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최근 건강보험연구원은 권역별 300개 병상 이상의 공공병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늦었지만 의료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지로 보인다. 병원 1곳당 설립비용은 고속도로 4~7㎞를 놓는 비용과 비슷하다. 현 건강보험체계를 유지하려면 그보다 비용이 들더라도 감수해야 한다.

그동안 해외와 비교해 코로나19를 잘 방어해온 우리나라에도 다시 대유행의 전조가 시작됐다. 하루 300명대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 정도 수치면 조만간 급속히 늘어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안다. 이런 이유로 병실부족 문제가 다시금 거론되기 시작했다. 공공병원이 권역별로 확보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커지는 대목이다. 지난 유행 때처럼 제때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해 환자가 노상에서 사망했다는 소식이 더 이상 들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의료 불평등, 언제까지 방치해야 하나[우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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