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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세 인상, 1%만 해당?…결국 99%가 나눠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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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유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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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1.23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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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고개드는 조세저항

[편집자주] 사업소득과 투자소득, 근로소득은 물론 미실현 부동산 소득에까지 광범위한 증세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엔 대주주 기준 하향 시도 사례처럼 증세로 인한 갈등이 격화됐다. 무엇이 조세저항을 부르는가.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세수를 확보하는 방법에 대해 보다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2020.11.19.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2020.11.19. yesphoto@newsis.com
“종합부동산세는 내는 비중은 전체 인구 대비 1%, 가구 대비로는 2%밖에 되지 않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7.10 부동산대책’과 관련해 밝힌 내용이다. 정부가 발표한 7.10 부동산 대책은 다주택자 종부세율 0.6~2.8%포인트 상향 등을 골자로 한 것인데, 시장은 ‘세금 폭탄’이라고 반발했다.

홍 부총리 발언에서 보유세(종부세·재산세)에 대한 정부 인식이 그대로 드러난다. 보유세를 올려도 부담이 느는 것은 극소수일 뿐, 대다수 국민은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종부세 과세 대상이 ‘9억원 이상 주택 보유자’고, 공시가격 시세반영률 상향 시 재산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커지는 것은 ‘고가 주택 보유자’이니 얼핏 맞는 얘기로 들린다.

그러나 경제학에서 다루는 조세의 귀착(tax incidence, 최종적으로 누가 세금을 부담하는가) 이론에 따르면 정부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서 ‘맨큐의 경제학’에서 “어떤 세금이 구입자의 주머니에서 나올지 판매자의 주머니에서 나올지는 입법부가 정할 수 있지만, 진정한 세금 부담은 법으로 정할 수 없다”며 “조세의 귀착은 수요와 공급의 힘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맨큐 교수는 조세 귀착 문제를 아이스크림 판매에 빗대 설명한다. 정부가 아이스크림 판매자에게 세금을 부과할 경우 사업 수익성이 감소해 아이스크림 공급량이 줄어 가격이 오르며, 오른 가격 만큼 구매자에게 세 부담이 전가된다. 책에 예시된 사례를 그대로 인용하면, 정부가 아이스크림 1개당 0.5달러의 세금을 부과할 때 아이스크림 균형 가격은 1개당 종전 3달러에서 3.3달러로 오른다. 결국 0.5달러의 세금 가운데 0.2원은 판매자가, 나머지 0.3달러는 구매자가 부담한다는 것이다.

세금 부담의 배분 수준은 판매자와 수요자 가운데 누가 더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지(탄력성)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재화에 세금이 부과될 때 대체재를 찾기 어려운 쪽일수록(탄력성이 낮을수록) 해당 재화의 소비를 포기하기 어려워 상대적으로 많은 세금을 부담할 수밖에 없다. 예컨대 아이스크림 구매자가 대체 상품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판매자보다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김포=뉴시스]이윤청 기자 = 경기도 김포의 아파트 단지 모습. 2020.11.17.   radiohead@newsis.com
[김포=뉴시스]이윤청 기자 = 경기도 김포의 아파트 단지 모습. 2020.11.17. radiohead@newsis.com

부동산 거래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난다. 정부가 보유세를 인상할 경우 주택 보유자만 세 부담이 느는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 이들이 전·월세 가격을 인상하는 방식으로 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한다는 것이다.

맨큐의 경제학에서 제시된 아이스크림 판매자(주택 보유자)가 가격을 인상하는 방식으로 0.3달러의 세 부담을 구매자(세입자)에게 떠넘기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또한 최근과 같이 전·월세 집이 크게 부족해 세입자가 대체 주택을 찾기 어려운 경우(낮은 탄력성), 세입자가 부담해야 할 보유세 비중이 더 커진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어떤 세금을 부과하면 이를 납부 대상자가 낸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세금과 연관된 수요자·공급자가 나눠서 부담한다”며 “예컨대 월셋집을 공급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보유세를 올리면 월세 세입자에게 일정 부분 세금이 전가된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현재 보유세 인상이 전·월세 세입자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밝혔다.

성 교수는 “보유세 인상이 세입자에게 전가되지 않으려면 전·월세 주택 공급량이 충분해야 한다. 주택 공급량이 많으면 다른 전·월세 집으로 갈아탈 수 있기 때문”이라며 “결국 현재 상황의 문제는 전·월세 주택 공급을 충분히 늘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보유세 부담을 확대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조세의 귀착까지 따지지 않더라도 ‘인상된 보유세를 극소수가 부담한다’는 주장 자체가 틀렸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수년 사이 주택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종부세 납부 대상이 확대되고, 재산세 부담도 전반적으로 커졌다는 것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7월말 기준 서울 전체 아파트 약 170만 가구의 평균 매매가격은 10억509만원으로, 7년 전인 2013년(5억1753만원)보다 2배 가까이 높아졌다.

결국 정부가 '다수'의 조세저항을 피하기 위해 '소수'에만 부담이 된다고 역설했지만 증세 부담을 소수에만 한정시키기는 불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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