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왕이 25~27일 한국 온다…시진핑도 올까?

(인천공항=뉴스1) 이동해 기자 =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방한은 한중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이후 처음으로 특히 한중 양자 차원에서는 2014년 5월 이후 5년 6개월만이다. 왕 위원의 이번 방한은 북미 비핵화 협상 교착과 함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및 방위비 분담금 협의 과정에서 한미 동맹 관계의 균열이 드러난 시점과 맞물려 더욱 시선이 모아진다. 2019.12.4/뉴스1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5일부터 사흘간 방한일정을 확정하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로선 한중 양국이 합의한 ‘시 주석 조기 방한’이 이른 시일 내 성사될지 전망이 엇갈린다. 왕 위원의 방한이 시 주석 방한을 논의하기 위한 것인지는 방한 기간 왕 위원의 메시지로 명확해질 전망이다.

왕이 이어 시진핑 방한?
20일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위원이 25~27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초청으로 공식 방한한다. 24일부터 1박 2일간의 일본 방문 후 연이어 이뤄지는 방한이다. 이번 방일과 지난해 방한(12월 4~5일)보다 하루 더 긴 일정이다. 지난해처럼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는 일정은 물론, 더 다양한 회동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이유다.


무엇보다 왕이 위원의 이번 방한에 관심이 쏠리는 건 이 기간 시 주석의 방한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한중 양국은 지난해 12월 왕이 위원 방한 당시 올해 상반기 중 시 주석 방한에 합의했다. 그러나 올해 초 시작된 코로나19(COVID-19) 팬데믹(대유행)으로 아직 일정을 확정 짓지 못했고 방역 문제 등으로 연내 방한이 어려울 거란 전망이 최근까지 우세했다.

그러다 이번 달 미국 대통령 선거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고 중국이 한중관계를 관리할 유인이 높아지자 중국 측이 시 주석 방한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 일각에서 제기되기 시작했다. 동맹국과 관계 회복에 집중할 것으로 보이는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기 전 미국 견제 차원에서 중국이 한국과의 관계를 강화할 필요가 커졌다는 점에서다. 왕 위원이 바이든 당선 직후 한국과 일본을 연달아 방문한다는 점도 미국의 새 행정부 구성 전에 중국이 한중일 협력을 다지는 행보로 해석된다.

한중 정상이 ‘방역협력‘을 내세워 정치적 부담을 더는 모양을 취할 수 있다는 점도 한중 정상회담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중일, 북한 등의 ‘동북아시아 방역·보건협력체'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중국 입장에선 한국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포함국이란 점에서 RCEP의 중요성을 부각하는 방식으로 미국 견제 메시지를 발신할 수 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지난 18일 기자들과 만나 시 주석 방한에 "코로나가 안정되면 제일 먼저 방문하는 나라로 한국을 지정한 것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지난 8월 양제츠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이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만나 내놓은 메시지를 재확인한 발언이지만 일각에선 시 주석 방한 전망이 제기되는 시점에 나온 발언이란 점에서 의미를 둔다.

(베이징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 (현지시간)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코로나19 방역 공로자 표창대회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中, 시진핑 방한이 美에 어떻게 읽힐 지 득실 따질 것…코로나 상황도 관건그러나 중국이 한중 양자관계를 글로벌 차원에서 판단할 것이란 점이 시 주석 방한 여부의 또다른 변수다. 중국은 시 주석 방한이 미국 등에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려는 '중국의 조바심'으로 읽히는 걸 경계할 수 있다. 또 자칫 바이든 당선자 측을 자극해 얻는 것 보다 잃는 게 많아질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다면 방한을 연기할 수 있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중국은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역내 문제를 바라보는만큼 시 주석의 방한 역시 이러한 차원에서 판단할 것"이라며 "바이든 당선 후 정세변화 속에 시 주석 방한에 따른 득실을 철저하게 계산해 이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중 양국이 교환할 '선물'의 무게를 어떻게 맞추느냐도 관심사다. 중국이 한국에 줄 수 있는 건 남북·북미관계 공조와 경제협력 강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갈등 후 중국이 비공식적으로 가해 온 대 한국 규제의 완화 정도가 꼽힌다. 반면 중국은 한중 양국이 사드 갈등을 봉합한 이른바 3불(사드 추가 배치, 미국 미사일방어체계 가입, 한미일 협력의 군사동맹화)의 구속력을 높이기 바랄 수 있다.



한국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사흘 연속 300명을 돌파하는 등 3차 재유행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도 시 주석 방한을 불투명하게 하는 요인이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시진핑 주석의 방한이 성사되는 데 가장 중요한 변수는 코로나 진행이고, 다음으로 교환할 선물에 대한 합의 여부"라며 "시 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서로 교환할 카드의 크기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