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들의 선택은 '민+관'…새 은행연합회장에 김광수 NH농협금융 회장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 / 사진제공=농협금융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차기 은행연합회 회장 단독 후보로 추대됐다. 민·관에 두루 걸친 풍부한 경험과 인맥에 은행장들은 손을 들어줬다.

은행연합회는 23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 3차 회의와 이사회를 열고 김광수 회장을 새 회장으로 만장일치로 추천했다.


새 회장 자리를 놓고 김 회장을 비롯해 김병호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민병덕 전 국민은행장, 민병두 전 국회 정무위원장,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이대훈 전 농협은행장, 이정환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 등 7인이 경합을 벌이다 지난 19일 이대훈 전 행장이 사퇴하면서 6인 경쟁 체제로 전환됐다.

‘정·관·민’ 대결에서 김태영 회장을 비롯해 10명의 은행장들로 구성된 회추위 위원들은 ‘민’, ‘관’ 경험을 모두 갖춘 김광수 회장을 택했다. 은행 산업에 대한 이해와 함께 정부와 소통을 중요하게 여겼던 것으로 해석된다.

김 회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27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재정경제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과 금융정보분석원장 등을 지냈다. 2018년 4월부터 NH농협금융지주를 이끌어왔다. 글로벌 감각을 갖춘데다 핀테크와 빅데이터 등 차세대 금융에 관해 국내에서 가장 해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광수 차기 연합회장 앞에는 여러 과제가 놓여 있다. 은행권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고유의 업무 외에도 금융당국과 은행 사이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금융으로 영역을 빠르게 확장하는 빅테크의 공세에도 대응해야 한다.

급선무는 금융당국과 은행들 사이 관계 회복의 가교 역할이다.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라임자산운용,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들의 잇단 부실에 금융감독원은 은행들에 일방적이다시피 피해손실 책임을 지운 데다 상품 판매 당시 은행장들을 중징계하면서 갈등이 극에 달했다.

이 문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금감원은 라임 상품 판매 과정에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며 신한·우리은행의 전·현직 은행장들에 대한 징계도 예고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해외 금리 급변동과 자산운용사 자체의 변칙 운용이 화근이 된 것으로 은행도 피해자라는 인식이 광범위한데 은행에 책임을 지우면서 신뢰가 무너졌다”며 “당국이 합리적으로 문제를 풀어가도록 새 회장이 역할을 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피해기업에 대한 은행권 자율배상도 중요 현안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말까지 10개 은행으로 구성된 은행협의체에 피해기업 배상 계획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했지만 아직 한 곳도 응하지 않았다.

모바일뱅킹 같은 금융 환경 변화에 대응해 은행의 몫을 지켜야 한다. 네이버, 카카오 같은 빅테크는 은행 산업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포털 플랫폼과 기존 금융사간 정보 비대칭성은 조속한 개선이 필요하다”며 “업계가 똘똘 뭉쳐 난관을 헤쳐 나가는 데 있어 김 회장의 역할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