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한진칼 투자, 조원태 회장 경영권 보호 위한 것 아니다"

KDB산업은행(이하 산은)이 한진칼을 통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과 관련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보호 목적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번 딜(Deal·거래)을 위해 산은이 한진칼 제3자 배정 방식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게 조 회장의 '백기사'가 되려는 것이 아니냐는 KCGI(강성부펀드) 측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산은은 23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양대 국적항공사의 통합과 항공산업 구조개편 작업을 성공적으로 이행해 나가기 위해서는 한진칼에 대한 보통주 투자가 필요하다"며 "이는 현 계열주의 경영권 보호를 위해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산은은 지난 16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을 발표하며 산은이 한진칼에 8000억원(유상증자 5000억원, 교환사채 3000억원)을 투입해 '한진칼→대한항공→아시아나'로 자금흐름이 이어지는 거래방식을 공개했다. 산은이 한진칼에 투입한 돈을 토대로 대한항공이 아시아나를 인수한 뒤 통합까지 하는 시나리오다.

그러자 조 회장 측과 경영권 분쟁 중인 KCGI가 "산은이 조 회장의 백기사로 나선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KCGI는 이번 딜의 핵심 절차인 한진칼의 3자 배정 유상증자를 막기 위해 법원에 신주발행금지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산은은 "이번 항공산업 구조개편과 경쟁력 강화 방안이 갖는 국가 경제와 국민 편익, 안전 측면에서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산은이 한진칼에 직접 주주로 참여해 구조개편 작업의 성공적 이행을 지원하고 건전·윤리 경영의 감시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향후 진행될 PMI(인수 후 통합전략) 계획 수립 단계에서 세부적인 통합·재편 방안과 운영체계가 결정되기 때문에 콘트롤타워 역할을 할 한진칼에 투자해야 항공산업 구조개편이란 이번 딜의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는데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대한항공에 투자하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봤다.

산은은 "대한항공의 추가적인 자본 확충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실익은 크지 않은 반면, 세부적인 통합·기능 재편의 콘트럴타워 역할을 수행할 한진칼에 대한 신규 투자가 구조개편 작업의 전체적인 지원과 감독에 있어 기대되는 의의와 효용이 크다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한편 KCGI가 제기한 가처분신청은 산은의 한진칼 유상증자 납입기일이 12월2일인 만큼 그 전에 판결이 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위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이승련 수석부장판사)는 오는 25일 첫 심문을 진행한 뒤 빠르면 이번주 KCGI의 신청을 인용할지, 기각할지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만에 하나 법원이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 정부와 채권단의 항공산업 재편 구상은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인다. 당장 산은의 한진칼 투자가 막히고 이어 대한항공의 유상증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계획도 줄줄이 없던 일이 될 수 밖에 없어서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지난 19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법원의 가처분신청) 인용 시 거래는 무산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아시아나는 기존 계획대로 채권단 관리 하에서 재매각을 노려야 한다. 채권단 주도로 회생이 제대로 될지, 자금이 앞으로 얼마나 더 투입돼야 할지 불투명한 상태다.

최 부행장은 "(딜 무산 이후 아시아나는) 과다한 부채와 경쟁력 약화로 정책자금 지속 투입 없이는 독자생존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며 "상당 기간 대한항공 외에 새로운 원매자를 구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경쟁력 확보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국내 항공산업 재편을 통한 국제 경쟁력 확보라는 정부의 구상 자체가 틀어질 수밖에 없다.

산은 관계자는 "국책금융기관으로서 국가기간산업의 근본적인 개편 작업이 갖는 의의와 중요성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책임을 부담하고 있다"며 "국내 항공산업의 코로나 위기 극복을 통해 관련된 모든 회사의 주주, 근로자, 채권자, 그리고 국내 항공 소비자의 가치 제고와 보호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