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떠나 골프장 간 트럼프, 그리워할 사람 아무도 없다"-CNN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 버지니아주 스털링에 있는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골프 카트를 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결과 불복이 길어지면서 공화당 내에서도 '골프 그만, 승복' '국가적 망신'이라는 등의 반발이 터져 나오며 트럼프의 대선 결과 승복을 촉구하고 있다. 2020.11.23./사진=[스털링=AP/뉴시스]

진보 성향의 미국 언론 CNN이 G20 정상회의 도중 자리를 떠나 골프장으로 향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세계 무대를 떠난 그를 그리워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의 국제적 영향력은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회의 도중 골프장을 갔다. 각국 정상이 다른 정상과의 회담 등 개인 일정을 이유로 이석하는 일은 종종 있어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처럼 골프장으로 향하는 일은 드물었기에 곧바로 비판이 들끓었다. 그는 전날엔 회의가 진행되던 와중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트위터 게시글을 쓰기도 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라는 오만한 기치를 내건 이후 처음으로 각국 정상의 이례적 분위기에 맥을 못 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각국 정상은 재임 기간이 끝나가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나가는 길에 문에 부딪힐 생각도 하지 말고 당장 나가라'(Don't let the door hit you on the way out)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사우디아라비아 2020 리야드 G20 화상 정상회의에 참가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정상이 함께 있는 합성 단체사진이 공개 되고 있다. (사진=G20 정상회의 제공) 2020.11.22./사진=[서울=뉴시스]

일례로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부 장관은 "코로나19와 싸우기 위해 세계가 리더십을 요구할 때 아무도 없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태도 변화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알 팔리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청중은 누구나 알 팔리 장관의 취지를 이해했다고 CNN은 부연했다.

또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은 "우리는 다자무역체제가 다가올 도전에 대처할 수 있도록 WTO(세계무역기구)의 미래에 대한 '리야드 이니셔티브'를 채택했다"고 말했는데, 이는 WTO에 부정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과 반대되는 것이다. 심지어 사우디아라비아와 사이가 좋지 않은 터키도 이 제안을 긍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파리기후변화협약이 미국 경제를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또 한 번 탈퇴를 옹호하기도 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에 취재진은 다른 정상의 연설 때와 달리 대부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CNN은 전했다.

아울러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없애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온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WHO(세계보건기구)를 찬양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이 연설을 할 때쯤 이미 골프장에 도착한 상황이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G20에 보낸 메시지는 분명하다. '나는 끝났다'(I'm done)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의 브래디 룸에서 약값 인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11.20./사진=(워싱턴 AFP=뉴스1)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지였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마침내 그의 국제적 영향력이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각국 정상은 아무도 화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앞에 두고 그의 시간이 끝났다고 말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스스로 자신의 위치를 깨달은 것 같다. 그래서 그는 의자에 앉아있지도 않았다"고 썼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의 향방을 결정하는 자리에서 내려온다는 사실은 따돌림(Bullying)과 거짓말에 지친 많은 이들에게 반가운 휴식이 될 것"이라며 "세계는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을 위한 준비가 돼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