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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를 증세라 못 부르는 文정부, 조세저항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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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준식 기자
  • 김훈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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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1.24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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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고개드는 조세저항 (上)

[편집자주] 사업소득과 투자소득, 근로소득은 물론 미실현 부동산 소득에까지 광범위한 증세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엔 대주주 기준 사례처럼 증세로 인한 갈등이 격화됐다. 무엇이 조세저항을 부르는가.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세수를 확보하는 방법에 대해 보다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증세를 증세라 못 부르는 文정부, 조세저항 불렀다


대주주 양도소득세 확대를 추진하던 정부는 이달 초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해임청원과 사표 파동이라는 잡음만 남긴 채 현행 유지로 방향을 틀었다.

이를 두고 현 정부 출범 이후 '공평과세'라는 포장으로 진행해 온 증세정책이 벽에 부딪혔다는 평가가 나왔다. 조세저항이 점차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여전히 부동산과 금융 투자, 고소득자 등 전방위적이고 지속적인 증세 계획을 갖고 있다. 과거 참여정부 때 부동산 증세를 추진하다 '세금폭탄'이라는 프레임으로 좌절했던 경험이 있는 여권의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2년 전 합의마저 원점으로…정책 동력 무력화 시도하는 조세 저항

증세를 증세라 못 부르는 文정부, 조세저항 불렀다


국회와 정부는 2018년 2월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 2021년 4월 이후 대주주 양도세 과세 기준을 현행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논란은 새 기준이 적용되기 직전인 올해 하반기 들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기재부는 정책 일관성으로 맞섰다. 2년 전 과세 형평을 위해 합의하고 시장 충격을 고려해 준비기간을 둔 사안을 시행 임박 시점에서 되돌리면 정책의 신뢰성이 무너진다는 논리다. 하지만 홍남기 부총리에 대한 해임을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이 24만명에 이를 정도로 원성이 깊어졌다. 결과적으로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으로 유지하는 것으로 사태가 봉합됐지만 홍 부총리가 사표를 제출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9만명 대상 증세인데, 반발은 24만명이? 증세 가린 포장 결국 화불렀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를 마친 후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홍 부총리는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주주 요건 강화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를 마친 후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홍 부총리는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주주 요건 강화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
기존 결정사항마저 조세저항에 막혀 추진동력을 잃은 배경에는 각종 세제개편 등 증세 정책을 펴면서도 공정과세, 세수중립 등으로 명분 삼아온 현 정부의 태도가 한몫했다.

문재인 정부 이후 복지 예산은 △2018년 144조6000억원 △2019년 161조원, △2020년 180조5000억원 등 매년 10% 이상 증가하고 있다. '큰 정부'를 표방한 현 정부의 기조에 맞춰 세수도 늘려야 한다.

정부는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과 재산보유세 강화 등 적용범위가 좁은 대상에 대한 '핀셋증세'를 내세웠다.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 아닌 특정 계층에게만 증세를 해 다수의 저항을 피하겠다는 의도였다. 올해 세법개정안에서 도입한 소득세 최고세율(45%) 인상, 종합부동산세 등 재산세 강화 조치 등이 이어졌다.

대주주 양도세 기준 확대가 좌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전체 투자자의 1.5%, 9만명에 대한 핀셋 증세라고 역설했지만, 홍남기 부총리에 대한 청와대 해임청원은 대주주 과세 확대 영향권에 든 개인 투자자를 포함해 24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시중 유동성을 부동산에서 금융투자업계로 끌어오기 위해 부동산 과세강화를 한 상황에서 주식거래에 대해 세금을 강화하는 것은 명분도 부실했다.

◆전체 세금은 얼마 안늘어난다는데 실제로 그럴까

정부가 7월 10일 다주택자와 부동산 법인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와 취득세 등 세 부담을 대폭 늘리기로 하는 주택시장 안정 보완 대책을 발표했다. 다주택을 보유한 법인에 대해서는 종부세 최고 세율인 6%를 적용하고 2021년 이후 양도 분부터 1년 미만 보유 주택에 대한 양도세율을 70%로, 2년 미만 보유주택의 양도세율을 60%로 높인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공인중개업소 모습. /사진=뉴스1
정부가 7월 10일 다주택자와 부동산 법인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와 취득세 등 세 부담을 대폭 늘리기로 하는 주택시장 안정 보완 대책을 발표했다. 다주택을 보유한 법인에 대해서는 종부세 최고 세율인 6%를 적용하고 2021년 이후 양도 분부터 1년 미만 보유 주택에 대한 양도세율을 70%로, 2년 미만 보유주택의 양도세율을 60%로 높인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공인중개업소 모습. /사진=뉴스1


정부는 세제개편 때마다 '증세'를 부인하면서 '세수 중립성'을 강조한다. 세수효과를 추산하면 일부 세금이 늘어나는 항목과 감세항목을 더하면 전체 세금 증가는 크지 않다는 얘기다.

정부는 세제를 고치면서 의도적으로 증세 효과는 축소한다는 지적을 여러 차례 받았다. 대표적인 게 종합부동산세다. 기재부는 올해 종합부동산세율을 인상하면서 내년 종부세가 올해에 비해 6655억원이 더 걷힐 것으로 봤다. 2022년에는 2021년에 비해 2178억원이 더 걷히고 이후에는 종부세 세수 변화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의 설명은 공시지가 상향과 집값상승 효과 없이 세율 인상에 따른 세수효과만 반영한 것으로 실제 납세 부담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세수 추산 과정에서 변수를 최소화했다는 입장이지만 정부가 증세 효과를 의도적으로 줄이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나온다.

대주주 양도세 과세 논란 때도 홍남기 부총리는 "증세 목적이 아닌 과세형평 차원"이라며 "세수효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국회 예산정책처의 추산결과 가족합산 폐지 없이 기준 확대만으로 매년 1조4670억원대 세금이 더 걷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재부 세제실장을 지낸 윤영선 전 관세청장(현 법무법인 광장 고문)은 "이번 정부는 복지 지출을 늘리고 있는데, 당연히 세입도 지출증가를 따라가야한다"며 "이 상황에서 세입을 중립적으로 간다는 건 잘못된 얘기"라고 지적했다.

세종=김훈남 기자




文정부 출범 이후 7번의 증세…성적은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7번 증세를 시도했다. 이 가운데 네 번을 성공했다. 세 번은 아직 결과를 알 수 없다. 성공한 네 번은 모두 부자증세였고, 결과가 갸우뚱한 세 번은 대부분 보편적 성격을 지닌다.


집권 첫해부터 부자증세 시작


증세를 증세라 못 부르는 文정부, 조세저항 불렀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1년차인 2017년 첫 세법개정안에서 소득세 명목 최고세율을 42%로 2%포인트, 법인세 최고세율을 25%로 3%포인트 높였다. 약 1억원 이상 버는 고소득자 소득세 세율을 높이고, 이명박 정부에서 낮춘 법인세를 복원한다는 명분으로 증세를 단행했다. 여기에 대주주 주식 양도차익 과세를 강화하고, 상속·증여세 신고세액공제를 단계적으로 축소하면서 각종 대기업 세액공제도 줄여 '부자증세'라는 지적을 얻었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같은 시기 근로장려금 지급액과 대상을 대폭으로 늘려 저소득 가구 지원을 본격적으로 확대했다. 월세 세액공제율을 12%로 올려 월세서민 지원에도 나섰다. 사실상 지지층(?)에 대한 세정지원을 시작한 것이다.

◆종부세 폭탄, 부자증세 시즌 2.

2018년부터 집값이 급등하자 정부는 보유세를 높이면서 참여정부가 도입했던 종합부동산세까지 강화했다.

종부세 최고세율은 정부 초기 2%에서 3.2%로 높였다. 내년부터는 6.0%로 대폭 상향된다. 특히 이 경우 개인에 적용되는 기본공제 6억원과 세 부담 상한도 적용하지 않아 실효세율은 더 올라간다.

이명박 정부 집권 이후 2008년 11월 헌법재판소가 종부세 일부 조항에 위헌 및 헌법 불합치 판정을 내리면서 무력화된 과세체계를 노무현 정부 때보다 더 강력하게 부동산투기 억제책으로 내세운 것이다. 다주택을 해소하지 않는 상황에서 보유세 6%를 적용받을 경우 해당자는 이론적으로 15~17년 사이에 집을 잃는 정도의 세금을 부담하게 됐다.

그 사이 소득세 최고세율은 2016년 38%에서 40%(2017년), 42%(2018년)로 인상됐고, 내년부터는 45%로 올라간다. 정부는 그간 증세가 없었다고 하지만 가진 자들에게서 세금을 더 떼어가는 사실상 부자증세 시즌 2가 진행된 셈이다.



조세저항은 금융시장 동학개미가 주도


문 정부의 부자증세는 논란이 컸지만 큰 흐름을 되돌리지는 못했다. 부자들이 집단행동을 벌이거나 단합력을 보이지 않아서였을까. 하지만 금융시장에서 일어난 사실상 증세 개편안에는 이른바 '동학개미'들이 신문고를 거듭 두드리면서 반발이 일어났고, 정부는 이를 수용했다.

그 첫번째가 지난 6월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안 시기를 연기한 것이다. 정부는 세제 개편안을 통해 2023년부터 국내 상장주식으로 연간 2000만원 넘게 번 개인투자자들에게서 나머지 양도차익에 대해 20%(3억원 초과분은 25%) 세금을 내게 하기로 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이 방안에 거세게 반발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 재검토를 지시했다. 결국 이 개정안은 양도차익 면세기준이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되고, 시행시기도 차기 정부인 2023년으로 미뤄졌다.

개미들의 저항은 계속됐다. 정부가 하반기 들어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인 ‘대주주 요건’을 내년부터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강화하기로 하자 다시 들고 일어났다. 상반기 외국인들이 코로나19로 떠난 주식시장에서 매물을 떠받친 개미들이 아우성을 치자 결국 대통령이 다시 지원을 검토했고 요건은 현행 유지됐다.

◆문정부 증세 징크스 피할까

증세를 증세라 못 부르는 文정부, 조세저항 불렀다
한국 정치에 '증세는 필패'라는 징크스가 실례로 존재한다. 부가가치세를 도입한 박정희 정부는 부마항쟁과 10대 총선 패배를 불렀고, 머잖아 정권 자체가 무너졌다. 노무현 정부는 종부세를 도입해 빈부격차를 줄여보려고 했지만 가진자들의 증오를 샀고, 이후에 한미FTA(자유무역협정) 추진과 대연정 제안, 집값 급등으로 민심까지 이반하면서 정권을 잃었다.

박근혜 정부도 담뱃값을 올리고, 소득세 증수에 나서면서 주민세와 자동차세, 퇴직금 세율 등을 올려 보이지 않는 증세로 반발을 샀다. 물론 박 정부는 '비선실세'가 드러나면서 탄핵에 의해 임기도 채우지 못하고 몰락했다. 하지만 "증세 없는 복지는 없다"는 심복의 저항이 시작되면서 공천파동으로 이미 기조가 흔들린 상태였다. 이를 감안하면 세정(稅政)이 정권의 기초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문 정부는 부동산에 대한 징벌적 과세로 민심이 들끓는 가운데 임대차 3법 강행으로 전세대란을 자초했다. 이 상황에서 다시 공시지가 현실화라는 명분으로 보이지 않는 증세를 시작했다. 내년부터는 세금고지서에 이들 '스탤스 증세'가 본격적으로 반영된다. 민심이 여기에 어떻게 반응할 지가 앞으로 문 정부 리더십과 레임덕을 가를 관건이다.

세종=박준식 기자




쓸 돈은 많고, 곳간은 비고…증세가 필요한 정부


중장기 재정수입·지출 전망. /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중장기 재정수입·지출 전망. /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총지출 규모는 555조8000억원이다. 코로나19로 재정지출 소요가 급증하면서, 총지출 규모가 역대 최대로 불어났다. 한국판 뉴딜 같은 대형 국책사업에 저출산·고령화 대응,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안전망 확충 관련 예산이 크게 늘어났다.

반면 수입은 정체상황이다. 내년 총수입은 483조원 중 국세수입은 올해 본예산 대비 9조2000억원(3.1%) 감소한 282조8000억원 규모다. 내년 경기가 회복되면서 소득세, 부가가치세 수입이 증가하겠지만, 올해 실적에 좌우되는 법인세 수입이 기업실적 부진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수호조에 2018년 293조6000억원까지 늘어났던 국세수입은 2019년 2019년 293조5000억원, 2020년 292조원으로 점차 줄었다. 올해 추경(3차) 기준 국세수입은 279조7000억원까지 내려왔다.

정부 전망에 따르면 국세수입은 2022년에야 296조5000억원으로 2018년 수준을 회복할 전망이다. 또 2023년(310조1000억원)은 돼야 그간의 국세수입 감소액을 상쇄할 정도로 회복된다는 계산이다.

정부의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2020~2024년중 총수입은 연평균 3.5% 증가하는 반면, 총지출은 연평균 5.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돈이 들어오는 속도보다 쓰는 속도가 더 빠른 것이다.

돈 쓸 곳은 넘쳐나고, 쓸 돈은 모자라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국채발행은 늘고 있다. 정부는 내년 예산 지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국채 172조9000억원을 발행하기로 했다. 이중 적자국채만 89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대규모다.

올해 국가채무는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따른 적자국채 발행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846조9천억원까지 불어난다.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가 이어지며 2024년 국가채무비율을 59%에 육박할 것이라는 게 정부 예측이다.

사정이 이렇자 국책연구기관 등에서도 증세 필요성을 거론한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이달 '2020년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며 "향후 경기 회복시 국가채무 증가 속도를 강력히 제어할 방안을 사전에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일단 지출구조조정과 세수기반의 광범위한 확충이 필요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증세 방안도 같이 논의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재정여건이 양호한 수준이고, 지금은 위기극복을 우선과제로 삼고 있는 만큼 세입기반 확충 과제는 경기회복 이후 중장기 과제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부가가치세율 인상 등 증세 문제와 관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비해 비교적 낮은 수준"이라면서도 "근본적 증세에 대해서는 정부의 의지로 되는 게 아니고 국민적 공감대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선을 그었다.

홍 부총리는 "우리 재정이 다른 선진국이나 우리 경제력에 비하면 양호한 수준"이라며 "앞으로 상황에 대비할 필요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그럴(증세를 해야할) 정도까지는 아니기 때문에 사회적 공론화가 이뤄지지 않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증세로 만든 세금이 납들할 수 있는 형태로 쓰일 것이라는 신뢰를 줘야하고, 세금부담을 적절하게 나눈 설계가 합리적이어야 한다"며 "은퇴한 사람들이 주택 보유세 부담을 느끼는 것처럼 실제 사람들의 세부담 능력과 세금사이 괴리가 있어선 안된다"고 조언했다.

한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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