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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매니저의 소회 "내가 틀렸고, 개미가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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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인지 기자
  • 김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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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1.24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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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두려웠다”

펀드매니저들의 소회다. 급락 후 급등 흐름 속 이들은 머뭇거렸다. 하락장에서도 수익을 내는 선수들인데 급등장 성적표 치곤 초라하다.

기성 펀드매니저들은 이성적으로 ‘시장 과열’이라고 생각했다. 감성적으로는 두려웠다.

코로나19(COVID-19)로 금융불안이 가시지 않았는데 왜 주식이 상승하는지, 이성적으로 이해하기 힘들었다.

주식 운용 경력 20년 이상인 한 매니저는 “코로나19 이후 주식시장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고 토로했다. 지난 3월 금융시장은 살얼음판이었다.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지면서 채권 가격은 치솟았고 주식은 곤두박칠쳤다. 산업 활동이 정지되고 원유선물이 사상 최초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미국에서는 셰일기업들이 파산했다. 대형 셰일기업까지 쓰러지면 은행도 무사할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신용경색은 일어나지 않았다. 각국 중앙은행이 앞다퉈 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어 사상 최초로 회사채까지 사들인 덕분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지난 3~4월 모기지와 회사채 매입을 결정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회사채 매입을 주저했다가 세계 금융 위기가 시작된 점을 고려한 것이다. 중앙은행의 유례없는 선제 대책을 두고 시장에선 ‘중앙은행 역할론’이 팽배했다.

하지만 토론은 기성세대만의 몫이었다. 주식시장에 뛰어든 젊은이들은 ‘논의’를 건너뛰고 주식을 샀다. 투자자 예탁금은 사상 최대를 돌파했다. 국내로 흘러 들어오는 자금은 주가를 밀어올렸다.

한국엔 ‘동학개미’가, 월스트리스엔 ‘젊고 멍청한(young and dumb) 트레이더’가 득세했다. 국내증시에서는 시총 상위 10위 중 6개가 PER(주가순익비율) 50배가 넘는다.

주식시장에서 ‘젊은 세대’가 새로운 스타로 떠오르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다. 2015년에도 게임·화장품·바이오 등 유행에 민감한 주식들이 뜨면서 ‘대리 장세’라는 말이 생겨났다.

일반 회사라면 대리급인 30대 매니저, 애널리스트가 득세하는 장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들의 매매는 중소형주 중심으로 실적이 뒷받침되고 있는 기업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현재와 다르다.

동학개미들은 비싼 주식을 더 비싸게 주고 샀다. 미국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인데 주식은 끝없이 올랐다. A 매니저는 “많은 매니저들이 터무니없는 밸류에이션이라고 생각했다”며 동학개미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주식은 계속 올랐고 과거 운용 경험이 무색할 정도로 새로운 상황이 펼쳐졌다. 펀드매니저는 ‘실수’를 인정했다. A 매니저는 “올해 운용의 실수는 주가 상승을 ‘비정상’이라고 생각했다는 점”이라며 “개인투자자들처럼 ‘금융위기는 오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주식이 사야 하는 게 맞았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금융경색 조짐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연준이 사상 초유의 적극 대응을 하면서 위험이 줄 것이란 상상까진 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주식은 위험이 커질 때 하락하고 반대일 때 상승한다. 동학개미들은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했고 주식을 적극적으로 샀다.

그는 “물론 모든 사람들이 이런 판단 하에 주식을 사지는 않았겠지만 결과적으로 주식 투자는 합리적이었다”며 “솔직히 코로나19 이후의 상황을 어떻게 상상해야 할지 가늠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가구와 명품 수요가 크게 늘어난 점도 ‘이해할 수 없는 현상’ 중 하나였다. 88만원 세대라는데 젊은이들은 가성비가 떨어지는 루이비통, 나이키, 애플을 산다.

A 매니저는 “나중에 당근마켓을 보고 이해했다”며 “나중에 되팔기 위해서는 잘 팔릴만한 브랜드를 사야 한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경험에 비춰 생각하지 말고 많은 경제 주체들의 결정은 합리적 판단의 산물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깨달았다”며 “동학개미에 대해 이상하다고만 볼일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A 매니저는 “내년에는 기업들의 실적이 실제로 개선되면서 증시도 더 좋을 수 있다”며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 참여도가 높아지는 것도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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