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비대면 의료 이어가려면…핵심은 '규제 철폐'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병원 및 의료기기 산업박람회 2020에서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관계자들이 워킹스루 진료소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뉴스1

코로나19 때문에 예외적으로 허용됐던 비대면 진료가 지속되려면 이를 가로막고 있는 법적 규제들을 정비해야한다는 전문연구기관이 조언했다.

김권식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4일 중소기업포커스 '비대면 의료 분야 중소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제도개선 방향'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올해 초 코로나19 발발 이후 정부는 지역사회 감염확산 방지를 위해 현행 제도상 허용되지 않는 비대면 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아울러 세계 주요국에서도 코로나19 팬데믹 국면 이후에 비대면 의료의 정착과 확대를 위한 제도화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급증한 의료 서비스 수요를 충족하는 한편 감염 예방과 비용절감 등 구조적 문제에 대한 대응책으로서 비대면 의료가 주목받는다.

한국의 의료·바이오 분야 신규 벤처투자는 2015년에 3170억 원에서 지난해 1조1735억원으로 증가했다. 정부의 관련분야 R&D(연구개발) 예산 지원 규모도 지속 증가하면서 주요 기술혁신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비대면 진료(원격진료)는 복잡한 구조와 첨예한 가치·이해관계 대립이 얽혀 있어 제도적 해결에 많은 장애가 있다. 김 연구위원은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가는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점진적·단계적으로 접근하는 동시에 범부처적 차원에서 제도개선을 위한 중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연구위원은 비대면 진료서비스를 가로막는 핵심 규제법률로 △의료법 제17조 대면 진료가 아닐 경우 진단서·검안서·증명서·처방전 발행 금지 △의료법 제33조 의료기관 외에는 의료행위 금지 △의료법 제34조 원격의료는 의료인-의료인 간에만 가능 △약사법 제50조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 판매금지(온라인처방, 배송규제) 등을 들었다.

우선 진단 및 처방 관련 의료법상 '의료의 대면성'에 대한 개념정립이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김 연구위원은 "의료법 제17조의 '직접' 진찰이 대면성을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견해가 상이한 상황"이라며 "우선적으로 처방전 작성에 있어서 불확실한 대면성 개념의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의료·정보통신 분야의 기술발전으로 의료기관 이외의 장소에서도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원격의료가 다양한 부문에 걸쳐 가능해진 상황"이라며 "의사와 의료인 간에만 현재 허용되는 원격의료를 의사와 환자 간으로 확대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밖에도 원격의료의 범위와 의료과오 발생 시 책임, 관련 장비나 시설 등에 대한 신고 절차 등 법적 요건이나 기준 완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체계 전반의 변화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 비대면 진료 수요가 대형병원으로 집중될 경우를 고려해 의료기관간 및 환자 간 양극화 심화 및 비 의료인의 서비스 분야 참여에 대한 사전 대비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의료기기와 개인용 건강관리제품(웰니스, 헬스케어) 간 구분이 필요하고, 신기능 의료기기 및 제품의 시장진입에 대한 인허가 규제 절차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의료정보 활용 관련 의료 ‘빅데이터’를 이용한 산업의 진흥과 더불어 환자들의 개인정보보호 기술개발 및 제도 보완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헬스케어 데이터 활용을 위해 의무기록 상호연계성 확보, 개인 헬스케어 데이터 플랫폼 구축, 데이터 통합플랫폼 구축 등 헬스케어 데이터 활용에 관한 국가전략 및 비전 수립이 필요하다"며 "기존 규제의 장애를 극복하고 신기술 서비스의 사업화를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해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