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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A가 빌라 신축을 포기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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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1.25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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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A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낡은 빌라를 매입해 임대사업를 할 생각이었다. 3가구가 살고 있는 3층 짜리 오래된 빌라를 개축해 6가구 신축 빌라로 바꿀 계획이었다. 가지고 있던 여유자금과 인근 전세 시세를 감안하면 계산이 섰고 기존 집주인을 설득하는 등 꽤 오랫동안 준비했다고 했다.

A는 올 여름 그 계획을 접었다. 등록임대사업자 제도가 다주택자의 절세수단으로 전락하고 매물잠김 효과까지 불러왔다며 정부가 단기임대(4년)와 아파트 장기일반 매입임대(8년) 제도를 폐지한 7·10 대책 후였다.

"아파트만 임대사업자가 폐지됐고 빌라나 다세대는 등록임대사업자 제도가 살아 있어요. 혹시 착각하신거 아니세요?"
"알아요."
"그런데 왜요?"
"또 언제 제도가 바뀔지 모르잖아요. 갑자기 혜택이 없어지면 졸지에 그냥 다주택자가 될 것 같아서요. 저 같은 생각하는 사람들 꽤 있어요."

​등록임대사업자 제도 개편 발표 후 "임대등록을 장려할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투기꾼 취급이냐"는 지적이 적지 않았지만 '예비' 임대사업자조차 이럴 정도면 정부에 대한 불신이 상당하구나 인식한 계기였다.

잊고 지내던 A가 떠오른건 정부가 19일 전세대책을 발표한 날이었다.

11·19 전세대책의 핵심은 최대한 빨리 공급할 수 있는 주택의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으기)이다. '니가 가라, 호텔' 논란을 빚은 빈 호텔, 상가 리모델링은 '영끌' 대책을 상징한다.

'아파트 달라는데 빌라 주는 대책'이란 비판이 많지만 아파트 공급은 애초에 가능하지도 않고, 대책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 방안이었다. 아마 아파트를 짓겠다는 대책을 내놨다면 '당장 들어가 살 집이 없는데 5년 후에 아파트 공급한다는게 대책이냐'는 지적이 나왔을 것이다.

영끌하면서 정부는 자존심도 살짝 내려놓은 듯 하다. 경제부처 수장이 공개적으로 '뾰족한 수가 없다', '대책이 있으면 이미 발표했을 것'이라고 솔직히 고백했을 때부터 이미 자존심은 버렸는지도 모르겠다.

A가 떠오른건 이 대목에서였다. 정부의 전세대책은 배신감을 토로하고 불신에 투자계획을 접었던 A 같은 이들에게 손을 벌리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정책이 그렇다고 일반화할 순 없지만 올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관통하는 큰 흐름 중 하나는 '민간의 자율 축소·공공의 역할 확대'였다.

정부가 11·19 전세대책에서 밝힌 11만4000가구 중 65%인 7만5000가구는 민간의 빌라, 오피스텔, 다세대 등을 활용하는 방안이다. 3만9000가구 만이 이미 정부가 보유 중인 공공임대주택이다.

특히 중산층을 겨냥해 새로 도입한 공공전세주택은 한 마디로 '다 짓고 나면 정부가 사줄테니 민간이 주택을 빨리 지어달라'는 정책이다. 이렇게 공급하겠다는 주택이 1만8000가구, 전체 공급계획 물량의 10%가 넘는다. '빌라도 좋다'고 홍보하다 '또 염장질이냐' 욕 먹었지만 도심에, 신속하게, 신축을 공급할 현실적인 방법은 빌라 외에는 없다는건 부정할 수 없다.

공공전세와 별개로 매입약정형 임대주택 4만4000가구도 공급한다. 기존에 있던 방식인데 이 역시 민간이 짓는 주택을 정부가 매입하는 것으로 공공전세와 비슷한 구조다.

민간은 짓기만 하고 운영은 공공이 하는 것이라 이제와 민간에 손 벌렸다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민간 건설업체들의 협조가 없으면 '빠른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물량을 공급'한다는 정부 목표는 달성할 수 없다. 협조하면 저리 자금 지원, 우선 택지 공급,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한건 그만큼 정부가 급하다는 얘기다.

민간에 손 벌리는게 자존심 상할 일도 아니다. 오히려 공공이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는 인식을 조금이라도 내려놨다는게 다행스럽다.

다만 정부가 그동안 잃어버린 신뢰가 아쉽다. 정부가 시장에 신뢰를 줬다면 A는 지난 여름 공사를 시작해 연말이나 내년초에는 깔끔한 새 빌라를 시장에 내놨을 것이다.

김진형 건설부동산부장 / 사진=인트라넷
김진형 건설부동산부장 / 사진=인트라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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