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용량별 차등효과 규명해야"

/사진=AFP

임상시험에서 '평균 70%' 예방률을 입증한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옥스포드대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 저용량 투여가 더 높은 예방률로 이어진 원인 규명이 되지 않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아스트라제네카-옥스포드대 백신에 대해 △가장 효과적인 백신 투여량 △안전성 △투약방법에 따라 백신 면역 효과가 달라지는 이유 등이 아직 규명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스트라제네카-옥스포드대 백신 개발을 주도한 사라 길버트 옥스포드대 백신학 교수는 지난 21일 밤(현지시간) 독립기관으로부터 임상실험 결과를 전해들었다. 길버트 교수의 관심은 예방률(유효성) 수치였다. 화이자, 모더나 등 경쟁사들처럼 90%를 넘을 것인가가 그의 관심사였다.

하지만 길버트 교수의 동료인 앤드루 폴라드 옥스퍼드대 백신 연구그룹 수석 조사관(교수)는 "슬라이드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길버트 교수는 "처음에 왜 그가 슬라이드를 보여주려 했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후 이해가 됐다. 우리가 했던 실험에서보다 결과가 좀 더 복잡해졌다"고 말했다.

저용량 투여가 오히려 더 높은 백신 효과를 낸 것과 관련해 길버트 교수는 "예기치 않았던 결과였다. 저도 놀랐다"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영국 윌리엄 왕세손(오른편 하단)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중인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옥스포드대 연구팀과 23일(현지시간) 임상시험 결과가 나온 후 영상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 왼쪽 상단이 사라 길버트 옥스포드대 백신학 교수, 왼쪽 하단이 앤드루 폴라드 옥스퍼드 백신 연구그룹 수석 조사관, 오른쪽 상단은 루이즈 리처드슨 옥스포드대 부총장./사진=AFP(켄싱턴궁 제공)

美 FDA 승인 통과 못할 것이란 우려도 나와
블룸버그 통신은 "가장 효과적인 백신 투여량이 얼마인가, 안전성은 얼마나 확보되나, 임상시험 방법에 대한 의문이 남아있다"고 전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저용량으로 접종하면 면역효과가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백신을 한 달 간격으로, 첫 회에는 1회 접종량의 절반을 투여하고, 두 번째에는 1회 접종량을 모두 투여할 경우 가짜약을 접종한 사람보다 코로나 감염이 90% 감소했다고 밝혔다. 반면 두 번 모두 1회의 정해진 분량을 접종할 경우에는 면역 효과가 62%로 떨어졌다. 이 때문에 두 번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평균' 면역 효과가 70%라고 밝혔다.

임상시험에 참여한 사람들 중 16명은 중증 코로나19 환자로 분류됐는데, 이들 16명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투여받지 않은 대조군이다. 아스트라제네카-옥스포드대 팀은 향후 수주안에 제출할 유효성 연구결과에서 이들 부작용에 대한 세부 사항을 보고할 예정이다.

FDA의 백신부문장을 지난 제스 굿맨은 "저장, 운송, 가격면에서 장점이 있는 백신이 나왔다는 점을 환영할만하다"면서 "아스트라제네카가 우연히 저용량을 투여했다는 점에서, 고용량 투여가 면역반응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인지가 규명돼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SVB 리링크의 제오프리 포지 애널리스트는 아스트라제네카의 데이터가 '시기상조이며 불충분하다'(premature, insufficient)고 봤다. 그는 고객들에게 보낸 노트에서 "아스트라제네카-옥스포드대 백신은 미국에선 절대 승인되지 못할 것"이라고도 썼다. 평균 70% 예방률 결과가 발표된 날 런던증시에 상장된 아스트라제네카 주가는 3.8% 하락했다.

WHO "62%도 충분한 예방률…개도국은 저렴한 백신 원해"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번 결과의 토대가 된 영국, 브라질 임상시험 외에 미국에서도 3만명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계획중이다. 루드 도버 아스트라제네카 부사장은 "저용량 투약방법을 활용하는 추가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추가로 임상시험 자원자를 모집중"이라고 말했다.

수미야 스와미나단 세계보건기구(WHO) 수석 과학자는 "2회 정량 투여로 나온 62% 예방률도 WHO가 제시한 벤치마크를 넘어선다"면서 "개발도상국들은 팬데믹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안으로 화이자와 모더나보다 훨씬 낮은 가격의 접종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미 영국의 독립 규제기관인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에 관련 데이터를 제출한 상태다. 만약 승인을 받으면 내년 1분기까지 7억개 분량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화이자나 모더나에 비해 보관이 용이하고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가격은 3파운드(약 4500원) 정도로, 15파운드(약 2만 2000원)인 화이자나 25파운드(약 3만 7000원)인 모더나 백신보다 저렴하다.

이 백신은 특히 국내 도입 가능성이 높은 제품으로 꼽힌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올해 7월 아스트라제네카, SK바이오사이언스와 3자 간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을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생산된 백신 일부를 국내에 공급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으며, 협상은 막바지 단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