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에 갈곳 없는 자금, 우량 회사채에 쏠린다

(서울=뉴스1)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금융시장의 예상대로 현행 연 0.50%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한국은행 제공) 2020.7.16/뉴스1

저금리 기조의 지속으로 갈 곳 없는 시중 자금들이 상대적으로 우량한 회사채에 몰리고 있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상황이 지속되며 회사채 시장에서의 강세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진행된 삼성물산(AA+)의 3년물, 5년물 등 2개 만기 회사채 2500억원 물량에 대해 1조6000억원의 매수 주문이 몰렸다.

3년물 1700억원 어치에 9300억원어치, 5년물 800억원어치에 6700억원 상당의 매수주문이 각각 제출됐다. 전체 1조6000억원의 매수주문 중 1조1560억원어치가 연기금과 운용사 고유계정, 은행 및 보험 등에서 몰렸다.

삼성물산 회사채 흥행은 일단 삼성그룹 내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삼성물산의 위상 때문이기도 하지만 최근 저금리 기조 강화에 따른 시중 자금이 우량 회사채에 쏠렸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민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동결을 통해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금리 변동성이 축소되고 시장 금리가 보합세를 보이면서 크레딧 투자수요 우위에 따른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NH투자증권(AA+)도 3년물, 5년물, 7년물 등 총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며4~5bp(0.04~0.05%포인트) 낮은 금리 조건에 1조1600억원이 넘는 매수주문을 받았다.

수요예측 흥행 덕에 NH투자증권은 발행 규모를 3000억원으로 늘려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유동성을 선제적으로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SK건설(A-), 하나에프앤아이(A0)도 역시 수요예측 흥행을 이어간 종목에 꼽힌다.

여전채, 회사채 등 국공채 금리에 일정 스프레드(가산금리)를 얹어 거래되는 크레딧물에 대한 수요가 공급에 비해 더 많은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개 연말이면 기관들이 북클로징(장부마감)을 앞두고 장기물 투자에 나서지 않는 게 통상적이지만 최근처럼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는 수익률 확보를 위해 입찰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김 연구원은 "여전채, 회사채의 스프레드는 코로나19 팬데믹(대확산)으로 신용 스프레드가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시작한 2월에 비해 10~20bp(0.1~0.2%포인트) 높은 수준으로 저금리 기조와 금리 변동성 축소 속에서 크레딧채권의 캐리(장기보유) 수요가 더 부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트리플A(AAA) 등 초우량 등급 회사채에 비해 더블A(AA)나 싱글A(A) 등 투자등급 중에서는 우량등급에 속하지만 상대적으로 금리 메리트가 있는 회사채에 대한 수요가 강할 것으로 보인다. 이 등급에 속한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도 그만큼 떨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11월 들어 예상 외로 크레딧 시장이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AAA 등급은 코로나 이전보다 스프레드가 낮은 수준이지만 여전히 코로나 이전보다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 AA, A등급 스프레드가 강세를 보이면서 AAA등급과 키 맞추기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11~12월 회사채 발행이 많지 않은 가운데 최근 회사채 수요예측 경쟁률 급등 등 크레딧 채권에 대한 수요는 강한 편"이라며 "11월 4주(23일~27일) 이후에도 수요예측 규모가 2000억~3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높은 경쟁률과 민평(민간 채권 평가사 평균 금리) 대비 낮은 발행 스프레드가 예상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