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조 토지보상금 풀리면 '수십억대 자산가'만 6천명…은행들 '분주'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8일 정부가 내년 7월부터 2년 동안 6만가구에 대한 사전청약이 시작된다고 밝혔다. 대상지로는 남양주왕숙 지구, 과천과천 지구, 하남교산 지구 등 3기 신도시 5곳과 시흥거모을 포함한 주거복지로드맵 공급택지기 선정됐다. 사진은 이날 남양주왕숙지구 모습이다. 2020.9.8/뉴스1

3기 신도시 토지보상금 지급에 맞춰 은행들이 전담팀을 꾸리는 등 고객 유치전에 나섰다. 은행들은 2007년 말 마곡지구 개발 이후 13년 만에 큰 장이 섰다고 판단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PB특화점포인 TCE강남센터, 대치·청담·가산·잠실 TCP센터에서 토지보상금을 받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시작했다. 하남 교산, 인천 계양 등 다음 달부터 토지보상 협의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토지보상 양도소득세와 상속·증여 절세 관련 세무 전문가가 맞춤형 컨설팅을 지원한다.


Sh수협은행은 지난 18일 토지보상 전담조직 ‘Sh 토지보상 드림팀’을 출범했다. 세무사, 감정평가사 등 전문인력으로 팀을 꾸려 고액 자산가들을 전담 관리한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13일 씨티자산관리팀을 새로 만들었고 NH농협은행은 ‘토지 보상 서포터즈’를, 하나은행은 ‘하나 토지보상드림팀’ 등을 각각 구성했다.

은행들은 올해 말부터 시작해 내년 내내 토지보상금이 ‘핫이슈’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하남 교산, 인천계양, 남양주 왕숙 등 3기 신도시 공공주택지구·도시개발지구 등 117곳에서 45조원 이상 토지보상금이 풀리게 된다. 토지보상이 임박한 인천 계양테크노밸리 신도시와 고양 창릉 공공주택지구의 토지보상금까지 더하면 50조원이 넘는다.

A시중은행이 자체분석한 결과 3기 신도시 토지보상금으로 10억원~30억원을 받는 자산가들이 6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보상금의 25% 안팎을 양도소득세로 내야 한다. 한번에 목돈이 들어오는 만큼 다시 투자하거나 자녀에게 증여할 수 있다. 절세·자산관리 분야 전문가의 자문이 필요한 이유다.


은행들은 이같은 수요에 초점을 맞췄다. 우리은행은 10억원 이상 토지보상금을 일정 기간 예치하는 고객에게 한시적으로 양도소득세 신고 세무사 비용 중 일부를 지원한다. 토지보상으로 현금 대신 절세효과가 있는 채권을 받아 우리은행 계열사인 우리종합금융에 팔면 우대 할인율을 적용한다.

수협은행은 주요 공공주택지구별로 거점 영업점을 선정해 고객들을 밀착 관리한다. 보상절차 전반에 걸친 전문 법률자문 제공, 양도세 절세 상담, 대체 투자 포트폴리오 설계 등 컨설팅을 한다. 씨티은행은 토지보상을 받은 고객들에게 VIP등급 자산관리 서비스인 씨티골드를 6개월간 제공한다. 환전 수수료를 할인하는 등 다양한 우대 혜택을 내걸었다.

토지보상금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는 점도 은행이 적극적 영업을 펼치는 이유다. 지방의 토지보상건은 지역 단위농협이 고객들을 싹쓸이하는 경우가 많았다. B시중은행이 3기 신도시 토지보상 대상자 주소지를 분석한 결과 인천 계양은 인천 거주자가 약 70%, 하남 교산은 하남 거주자가 약 40% 정도였다.

은행 관계자는 “지방에선 조합원 배당 등 농협과의 경쟁이 사실상 어렵지만 수도권 토지보상은 농사목적보다 투자목적으로 땅을 보유한 사람들이 많아 자산관리 역량 등을 활용한다면 경쟁이 가능하다는 계산을 했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PB업무 담당자는 “토지보상 영업을 펼친 건 2007년 말 마곡지구 개발 때 외엔 없었다”며 “갈수록 은행 먹거리가 줄어드는 상황에 큰 장이 서니 고객도 늘리고 자산도 늘릴 기회라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