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가 만들고 文이 키운 종부세…16년만에 4000억 →4.2조로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동구 옛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제40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올해 공시지가 상향에 따른 종합부동산세금 폭탄고지서가 4조2687억원 규모로 약 74만4000여명에게 날아들었다. 역대 최대 규모이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년 전에 비해서도 2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국세청은 납세자의 합산배제 신고 등으로 고지세액 대비 매년 10% 감소되고 있어 2020년 최종 결정세액은 약 3조8000억원으로 전망된다고 25일 밝혔다.


올해 종부세율은 지난해와 변함 없지만 부동산 가격 상승과 공시지가 상향만으로도 지난해보다 세수가 1조원에 가까운 9216억원이나 증가했다. 고지 대상자도 14만9000여명(약 25%) 늘었다. 내년에 개인 다주택자들과 법인 대상 최고 종부세율이 현행 3.2%보다 두 배 가량인 6%로 상향될 예정이고, 공시지가도 주택가격 오름세에 맞게 다시 오를 전망이라 올해 폭탄 고지서는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입 16년 만에 고지액 4조 돌파

故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맞은 23일 경남 김해시 노무현대통령묘역 일대를 찾은 시민들이 노 전 대통령의 사진이 전시된 게시판을 관람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올해 종부세 고지액은 절대값 기준으로는 사상 최초로 4조원을 넘어선 최대 액수다. 전년과 비교한 상승액으로 보면 노무현 정부 말인 2007년 1조492억원 증가(결정세액 2조7671억원)보다는 다소 못 미치지만 역대 2위 증가세를 기록한 수준이다.

종부세는 박정희 정부의 부가가치세 신설처럼, 노무현 정부가 청와대 참모들과 함께 보유세 강화 수단으로 2004년 말에 세법개정안에 넣어 2005년부터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만든 세목이다. 이전까지 존재했던 재산세와 종합토지세가 둘 다 지방세로 이원화돼 조세부담이 낮아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하기에 역부족이었던 점을 감안해 두 가지를 통합한 국세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초기엔 경기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반발이 심해 힘을 쓰지 못했다.


노무현의 불로소득 억제수단…이명박 정부가 무력화

2008년 11월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종부세 위헌 여부를 가릴 헌법재판에 이강국 헌법재판소 소장이 입장하고 있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시행 첫 해인 2005년 종부세는 4000억원대에 불과했다. 기준 공시가격이 원안 9억원에서 6억원으로 낮아지고, 세 부담 증가폭 상한이 50%로 낮게 책정된 때문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2005년 그 유명한 8·31 대책을 직접 주도해 종부세 기준은 6억원으로, 세 부담 상한선은 200%로 강화되면서 2007년 세수는 최대 증가폭인 1조원을 넘어선 2조7671억원을 기록했다.

종부세는 노 정부 말기에만 반짝 호랑이에 그쳤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 다시 무력화됐다. 특히 2008년 11월 헌법재판소가 종부세 일부 조항에 위헌 및 헌법불합치 판정을 내리면서 익월에 완화 개정되는 신세가 됐다. 2009년 세수는 1조원에 미치지 못했고, 8년간 1조원대 초중반에 머물렀다.

재집권한 文정부가 강화 계승…내년부턴 징벌세, 올해는 예고편
보수정권 9년 동안 초고소득자와 대재산가들의 명예(?) 수준에 머물렀던 종부세는 참여정부 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문재인 정부가 집권하면서 다시 가파르게 늘기 시작했다. 납부자 기준 2009년 21만명에 그쳤던 과세대상이 문 정부가 집권한 2017년 39만7000명으로 약 2배로 늘었고, 이후 3년간 대상이 크게 늘어 올해는 74만명을 넘어섰다.

문 정부 초기인 2017년 1조6864억원에 불과했던 세수는 지난해부터 공시지가 현실화라는 명분으로 부동산 가격상승에 맞춰 과세표준이 인상되면서 지난해 고지세액 기준 최초로 3조원대가 넘는 3조3471억원이 부과됐다. 통상 고지세액이 결정세액에 비해 10% 가량 크다고 해도(이의제기 등) 세율 변화 없이 3조원대를 넘긴 것은 유례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문 정부 집권 4년차인 올해 단 1년 만에 종부세는 다시 세율 변화없이 4조원대로 올라섰고, 내년에는 이른바 다주택자 과세정책에 따라 최대 6% 과세가 예고된 만큼 5조원대 돌파가 유력시된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주택자들이 정권 말과 선거철 의례 등장하는 부동산 규제 완화정책을 기대하고 한 두 해는 잉여주택을 팔지 않고 세금폭탄을 견디면서 정부정책에 맞설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내년에는 공시지가 추가상향과 징벌적 과세율이 기다리고 있어 정부가 양도세 중과를 유예한 내년 6월 1일 이전까지 매물이 늘고, 증여 등을 통해 다주택을 해소해 종부세를 면하는 이들이 나타날 거란 전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