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집행 면탈' 이혜경 전 동양 부회장, 2심도 징역2년

이혜경 동양그룹 부회장 2013.11.1/뉴스1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동양그룹 사태 후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미술품을 미리 빼돌려 판매하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혜경(68) 전 동양그룹 부회장이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송영승 강상욱)는 25일 강제집행면탈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부회장에게 1심과 같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다만 1심 때와 마찬가지로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또 강제집행면탈 혐의와 함께 수십억원을 탈세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로도 기소된 홍송원(67) 갤러리서미 대표에 대해서는 강제집행면탈 혐의로는 징역 1년6월의 실형과 벌금 20억,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앞서 1심은 홍 대표에게 징역 3년6월과 벌금 20억원을 선고하면서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강제집행면탈 혐의는 실형이 유지됐고,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서는 실형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된 것이다.

재판부는 "이 전 부회장은 동양그룹의 위기상황을 속이고 기업 어음이나 회사채를 발행하도록 해 일반투자자에까지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며 "결국 동양 계열사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고, 201년 11월 이 전 부회장은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이 전 부회장은 이런 자신의 약속과는 정반대로 국정감사 다음 날부터 자신이 소장하던 미술품을 반출해 은닉하기 시작했다"며 "가액이 수십억원이고 미술픔은 해외로 반출돼 매각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동양증권 직원들은 일반 투자자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고, 회사 지침대로 일반 투자자에게 계열사가 발행한 기업어음을 판매한 직원은 죄책감에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며 "일부 투자자들은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 전 부회장이 초범이고, 빼돌린 미술품 일부가 압수돼 피해자들을 위해 쓰이게 된 점, 기업회생절차로 피해 일부가 회복된 점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보더라도 1심의 형이 무겁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전 부회장은 2013년 10월 동양그룹이 기업회생을 신청한 이후 자신의 그림, 조각 등이 압류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자 홍 대표와 함께 작품 수백점을 몰래 빼돌린 혐의로 2014년 9월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부회장과 홍 대표는 이 전 부회장의 서울 성북동 자택, 계열사 사무실 등지에 보관하고 있던 그림, 고가구 등을 반출한 뒤 서미갤러리 창고 등에 은닉했다.

이 과정에서 홍 대표는 이 전 부회장의 지시를 받아 미술작품 수십점을 팔고 현금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이에 앞서 홍 대표는 미술품 거래 과정에서 매출액을 조작하는 수법으로 30여억원의 법인세·가산세를 포탈한 혐의로 지난 2013년 12월 먼저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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