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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13번 없으면 집밖에 못나와"…마을버스 위기에 길잃은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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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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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1.26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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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9시쯤 서울 종로구 부근을 지나고 있는 한 마을버스 내부 모습. 출근 시간대였지만 승객이 단 한명도 없었다/사진=이강준 기자
24일 오전 9시쯤 서울 종로구 부근을 지나고 있는 한 마을버스 내부 모습. 출근 시간대였지만 승객이 단 한명도 없었다/사진=이강준 기자


"아휴 이 버스(종로13번) 없으면 집밖에 절대 못 나오지"

종로13번을 애용하는 서울 종로구 부암동 주민 박모씨(67)의 말이다. '시민의 발'을 자처했던 마을버스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이용승객이 급감해 수익성이 악화됐는데 서울시나 구청의 지원도 같이 줄었기 때문이다. 마을버스 요금도 6년째 동결된 상태다.

24일 오전 7시 서울 성북구 마을버스 차고지에서 만난 김용승 약수교통 대표는 "이미 직원 월급, 버스 수리 비용 등을 내려고 1억5000만원을 대출 받은 상태다"며 "내일 모레(26일)에 1억원을 더 대출받아야 하는데 은행에서 얼마나 허가를 해줄지 모르겠다. 1억 다 받아도 3개월 지나면 없어질 것"이라고 털어놨다.



"승객·지원금 감소에 요금은 동결" 삼중고 시달리는 마을버스


24일 오전 9시쯤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서 한 마을버스가 승객을 태우고 있다/사진=이강준 기자
24일 오전 9시쯤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서 한 마을버스가 승객을 태우고 있다/사진=이강준 기자


버스와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 곳에 사는 '교통난민' 120만명을 매일 태우고 다녔던 마을버스가 코로나19로 전무후무한 위기를 맞고 있다. 일반 성인요금은 지난 6년간, 청소년 요금은 11년간 오르지 않으면서 누적됐던 적자 문제가 코로나19로 승객수가 급감하자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현재 준공영제인 시내버스는 연적자가 조단위로 발생해도 시에서 이를 보전해주는데 마을버스는 외면당하고 있다는 게 마을버스 업계의 주장이다.

2004년 대중교통 환승체계에 마을버스가 편입되면서 이때부터 마을버스 회사들도 서울시로부터 재정보조금을 받아왔다. 마을버스는 개인사업자들이 운영하지만 '공공성'이 인정돼 시민 요금 부담이 낮아진 대신 적자가 나도 회사를 운영할 수 있도록 시가 지원을 해온 것이다.

그러나 올해 9월 서울시는 마을버스조합에 예산 부족을 이유로 재정지원금의 30%는 구청에서 받으라고 통보했다. 시에서 지원하는 70%에서도 절반을 줄여 회사가 받는 실수령 지원금은 기존에 받던 규모의 40%대 수준이다. 이와중에 서울 마을버스 회사 139개 중 34개였던 재정지원 대상 회사는 100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김 대표는 "내년부터 마을버스 회사 매물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며 "문제는 모든 회사가 빚을 지고 있는데 이걸 누가 사갈지도 모르겠고 답없는 상황은 점점 닥쳐오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마을버스가 운행을 못하는 곳이 점차 늘어날 것이란 예측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 지원금 관련 예산 240억원에 거기에 코로나 긴급자금 추경으로 110억원을 추가 편성했다"며 "작년 대비 180%를 증가시켰는데 운수업계 전반적으로 수입이 너무 줄어 모든 여건을 다 고려해 예산을 마련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객법, 지방재정법에 따라 자치구에서도 지원을 받을 수 있으니 협의하라는 뜻"이라며 "구마다 여건이 다르니 강요하는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현재 마을버스에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는 곳은 서대문구가 유일하다.


마을버스 사라지면 '교통난민' 누가 책임지나…"요금 현실화해야"


24일 오전 10시쯤 서울 종로구 부암동 부근 경사로에서 마을버스가 운행 중이다./사진=이강준 기자
24일 오전 10시쯤 서울 종로구 부암동 부근 경사로에서 마을버스가 운행 중이다./사진=이강준 기자


마을버스가 사라지면 가장 난처해지는 건 버스와 지하철이 닿지 않는 지역에 거주하거나 이곳으로 출퇴근하는 시민들이다.

김 대표가 운영하는 노선 중 하나인 종로13번 버스가 다니는 평창동~상명대~부암동 구간은 눈이오면 버스 운행을 중단해야할 정도로 경사가 심한 곳이다. 이곳 빌라에 거주하는 노인들은 겨울철 인도를 걷다가 낙상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24일 오전 10시쯤 서울 종로구 부암동 부근 한 경사로에서 마을버스가 보호자의 손을 잡고 보행 중인 어린이를 피해서 지나가는 모습/사진=이강준 기자
24일 오전 10시쯤 서울 종로구 부암동 부근 한 경사로에서 마을버스가 보호자의 손을 잡고 보행 중인 어린이를 피해서 지나가는 모습/사진=이강준 기자


실제 기자가 마을버스를 타고 동행해보니 경사도 심했지만 인도도 들어서지 못한 좁은 곡선형 차도가 대부분이었다. 일방통행도 아니었기에 승용차와 버스가 서로 엉켰고 길어진 마을버스의 배차간격을 기다리지 못한 노인이나 어린이 등 교통 약자들은 좁은 길에서 위험천만한 보행을 하고 있었다.

종로 13번 버스를 운행하는 버스기사 A씨는 "우리 회사가 문을 닫게 되면 이들은 누가 태우냐"며 "시에서 시내버스만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는데 환승체계에 속한 마을버스는 왜 외면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결국 마을버스 요금을 현실화하는 게 궁극적인 해결책이라고 마을버스 업계는 설명한다. 현재 900원인 성인요금을 300원에서 350원까지 순차적으로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김문현 서울시 마을버스조합 이사장은 "요금 인상도 없고, 시의 지원도 미비한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대규모 구조조정과 폐업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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