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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빈 리포트]②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강호순과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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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1.27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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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방' 조주빈 1심 징역40년…범죄집단 인정 "벗어날 수 없는 상황 몰아 약점 틀어쥔 채 범행"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박승주 기자[편집자주]"디지털 성범죄는 '조주빈'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범죄 수사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구속 수감)은 미성년자를 포함한 약 90명을 협박해 성 착취 동영상을 제작·유포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26일 그는 1심 선고에서 징역 40년의 중형을 선고 받았다. 개인의 일탈적인 성향이 도드라졌던 기존 사이버 성 범죄자와 달리 조주빈은 조직화한 '집단 범죄'를 저질렀다. 총 14개 죄목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주빈이 국내 디지털 성범죄에 끼친 악영향과 제2의 조주빈을 가로막는 방안을 3편에 걸쳐 보도한다.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최소 74명의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이송되고 있다..2020.3.25/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최소 74명의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이송되고 있다..2020.3.25/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박승주 기자 = 26일 오전 10시쯤, 서울중앙지법 4층 법정 안에 수의를 입은 남성 6명이 들어온다. 머리카락을 어깨까지 기른 20대 남성이 무리 가장 '앞'에 있다. 이 남성은 두 팔을 앞뒤로 움직이며 당당하게 걸어 들어왔다.

남성 이름은 조주빈(25·구속 수감). 지난 2019년 8월 본인이 개설한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 '박사방' 운영자다. 14개 죄목으로 기소된 조주빈은 이날 1심에서 징역 40년의 중형을 선고 받았다. 그와 함께 들어온 공범 5명 전원에게도 징역형이 내려졌다.

◇"조주빈, '갓갓' 보다 훨씬 악질"

주목할 점이 있다. 법원이 조주빈과 일당이 '범죄 집단'에 준한다고 인정한 것. 재판부는 "조주빈 일당 구성원들은 각자 역할을 수행했다"며 "(구체적으로) 성착취 제작·그룹관리· 홍보·가상화폐 환전 및 전달·성착취물 유포 등을 (조주빈의 지시에 따라) 실행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미성년자를 포함한 약 90명을 협박해 성 착취 동영상을 제작한 뒤 박사방에 이를 유포한 혐의가 조주빈의 주요 죄목으로 분류된다. 조주빈의 이 같은 범행은 단독 범죄가 아니라 '보이스피싱(사기전화) 일당'처럼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인 셈이다.

그를 수사했던 경찰관들도 같은 목소리를 낸다. 기존의 디지털 성범죄자들은 개인의 일탈적인 성향이 도드라졌다. 반면 조주빈과 그 일당의 범행은 치밀하고 계획적인 '집단 범죄'였다는 것이다. 유사 범죄자로 꼽혔던 'n번방' 운영자 문형욱(닉네임 '갓갓'·24·구속 수감)과도 이 점에서 조주빈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갓갓에게도 성 착취물 제작 과정 등에 개입한 공범 5명이 있었으나 이들은 조주빈의 공범과 달리 조직적으로 범행에 가담하지는 않았다"며 "범행 과정은 물론 수법에 있어서도 조주빈은 갓갓보다 잔혹하고 악질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검찰은 조주빈 등 관련자의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피해자 참고인진술 조서를 비롯, 조주빈이 구치소에서 직접 그린 조직도를 통해 각 조직원들이 피해자 물색·유인, 성착취, 성착취 영상물 유포, 수익금 인출로 역할을 나눠 체계적으로 박사방을 운영한 점 등 특성을 파악해 범죄단체죄를 의율했다.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검찰은 조주빈 등 관련자의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피해자 참고인진술 조서를 비롯, 조주빈이 구치소에서 직접 그린 조직도를 통해 각 조직원들이 피해자 물색·유인, 성착취, 성착취 영상물 유포, 수익금 인출로 역할을 나눠 체계적으로 박사방을 운영한 점 등 특성을 파악해 범죄단체죄를 의율했다.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조주빈의 공범은 '강훈(닉네임 부따)' '남경읍' '강모씨' 등 20여명이다. 경찰에 따르면 조주빈은 Δ온라인(텔레그램) 비밀 대화방 개설 Δ회원 모집 Δ피해자 물색 및 협박 Δ성 착취 제작 Δ환전·인출·출금·전달 등으로 치밀하게 나눠 공범들에게 '분담'시킨 뒤 범행했던 것으로 수사기관은 판단한다.

특히 환전·인출·출금·전달 과정은 금융 사기 범죄인 '보이스 피싱' 수법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

◇공범 20여명…주요 목적은 '돈'

조주빈이 공범들을 조직화해 범죄를 저지르고, 검거 직전까지 박사방을 운영한 것은 '돈' 때문으로 분석된다. '갓갓'이 쾌락을 목적으로 'n번방'을 운영했다면 조주빈은 '수익'을 위해 박사방을 운영했다.

"'갓갓'은 경찰 수사가 좁혀오자 텔레그램 계정을 폐쇄하고 잠적했다. 그러나 조주빈은 지난 3월 19일 검거 직전까지 박사방을 운영했다. 그가 붙잡히고 나서야 박사방이 중단된 것이다. 검거하기 어려웠던 범죄자를 꼽자면 '갓갓'이었지만 악질적인 것으로 보면 조주빈이 훨씬 위다."

조주빈을 수사했던 경찰 관계자의 말이다.

조주빈의 범죄 수익 창출 창구는 '박사방 유료 회원 방'이었다. 유료방 입장료는 단계별로 20만~150만원이다. 조주빈은 '현금' 대신 '암호화폐'를 받았다. 자신의 신상과 위치 등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다.

박사방 유료 회원 최소 100명이 경찰에 입건된 상태다. 이들 가운데 60여명이 경찰의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당시 지상파 방송 MBC 기자였던 30대 남성도 박사방 유료 회방을 드나들었다. 박사방 무료 회원 수의 경우 300명 이상으로 알려졌다.

조주빈에게 당한 피해자는 90여명으로 추정된다. 조주빈 일당이 지난 2018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박사방 운영 등으로 올린 범죄 수익 금액은 최소 1억7000만원이다.

피해자들이 겪은 정신적인 고통은 '숫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조주빈은 희대의 연쇄 살인범인 유영철·정남규 ·강호순과 다를 바 없다며 전문가들도 혀를 내두른다.

n번방 성 착취 강력처벌 촉구 시위 운영진들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열린 'n번방 사건 관련자 강력처벌 촉구시위 및 기자회견'에서 신종 디지털 성범죄 법률 제정 및 2차 가해 처벌 법률 제정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0.3.2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n번방 성 착취 강력처벌 촉구 시위 운영진들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열린 'n번방 사건 관련자 강력처벌 촉구시위 및 기자회견'에서 신종 디지털 성범죄 법률 제정 및 2차 가해 처벌 법률 제정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0.3.2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국내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원 겸임교수는 지난 5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조주빈은 유영철·정남규·강호순급 잔혹한 범죄자"라며 "조주빈이든 유영철이든 모두 피해자들을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 몰아놓고 약점을 틀어쥔 채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징역 40년 선고되자 방청석에선 '아!'

검찰은 조주빈을 기소하면서 총 14개 혐의를 공소장에 적시했다. 조주빈에게 적용한 혐의는 Δ청소년성보호법상 음란물 제작·배포, 아동음행강요, 강제추행, 유사성행위, 강간미수 Δ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카메라 이용 촬영, 강제추행 Δ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Δ강요, 강요미수 Δ협박 Δ사기 Δ무고 등이다.

26일 1심 재판부가 조주빈에게 징역 40년을 선고하자 방청석에서는 '아!'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쉬움의 탄식인지 통쾌함의 표현인지 파악되지는 않았다. 조주빈은 선고 절차가 마무리된 후 이동하다가 중년 남성을 마주쳤고 그와 악수했다. 애써 덤덤한 표정을 지으려는 조주빈의 얼굴은 벌겋게 상기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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