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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버려지는 마스크 43억장…의자로 다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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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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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1.27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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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정오 경기도 의왕시 계원예대에서 김하늘씨가 만든 폐마스크 의자가 전시돼있다./사진=이강준 기자
27일 정오 경기도 의왕시 계원예대에서 김하늘씨가 만든 폐마스크 의자가 전시돼있다./사진=이강준 기자
"233,010㎞"(23만3010㎞)

전 국민이 한 개씩 쓴 마스크를 일렬로 세우면 나오는 길이다. 이는 둘레가 4만75㎞인 지구를 다섯번을 감고도 남는다. 전 세계 인구로 추산하면 하루에만 43억장이 버려진다.

27일 정오 경기도 의왕시 계원예대에서 만난 리빙디자인과 학생 김하늘씨(23)는 길을 걷다 거리에 폐마스크가 나뒹구는 것을 보고 '이를 어떻게든 재활용할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평소 플라스틱 재활용 문제에 관심이 많던 그는 마스크 필터의 원료가 플라스틱 종류 중 하나인 폴리프로필렌(PP)이라는 걸 알게됐다. 그는 주변의 만류에도 재활용해서 '가구'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는 전공을 살려 오직 폐마스크로만 '의자'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의자가 모든 가구의 기초기 때문이다. 때마침 졸업 전시회 준비 기간도 겹쳐 이를 졸업작품으로 내보낼 생각이었다.



지도교수, 부모님까지 '반대'…1만장 넘게 마스크로 실험하며 의자 만드는 방법 '개발'


의자 틀과 완성된 폐마스크 의자./사진=이강준 기자
의자 틀과 완성된 폐마스크 의자./사진=이강준 기자

그러자 지도교수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마스크로 단단한 가구를 만드는 게 불가능하고 누구도 시도한 적이 없는 어려운 도전이라는 이유에서다. 동기들은 물론 심지어 그의 부모님도 그의 아이디어를 믿지 않았다.

김씨는 "늘 지지해주던 교수님도 '다른 재료를 알아보라'고 하셨고 부모님조차도 '좀 예쁜 걸 만들면 어떻겠니'라며 우려하셨다"면서도 "플라스틱 대란의 심각성을 꼭 알리고 싶어 이를 강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플라스틱 관련 책부터 폈다. 재활용 과정을 직접 공부하고 폴리프로필렌의 특징부터 태워도 인체에 안전하다는 사실까지 전부 파악했다. 그가 공부를 시작한 지난 4월 코로나19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작품 준비에 더 박차를 가했다.


마스크 재활용 방법이 가장 큰 문제였다. 불로 태워도 보고, 찢어서 가루로도 만들어봤지만 가구 특성에 맞게 재질이 '단단하지가' 못했다. 우연히 그는 한 기사에서 플라스틱을 녹여서 재활용한다는 걸 보고 200~300도까지 오르는 열풍기를 구해 마스크를 녹여 의자를 만드는 법을 고안해냈다.

우선 열풍에도 견딜 수 있는 알루미늄 테이프를 감은 나무로 '의자 틀'을 만든다. 그 위에 마스크를 올려 열풍기로 마스크를 녹인다. 다리가 굳으면 이를 틀에서 떼내 마스크로 녹여서 만든 좌판 위에 다리를 올리고 접합 부위를 '마스크'로 또 다시 녹인다. 마스크만 100% 활용해 의자를 만드는 것이다.

그는 "정확히 세보지는 않았지만 최소 1만장이상 마스크를 써봤다"며 "별별 방법으로 다 마스크를 재활용해봤는데 녹이는 게 가장 안전하면서도 질감이 단단해 의자에 적합했다"고 했다.



병원 직원까지 설득해 폐마스크 수거…"이제는 마스크로 조명을 만들 것"


27일 정오 경기도 의왕시 계원예대에서 김하늘씨가 실험했던 마스크 재료들/사진=이강준 기자
27일 정오 경기도 의왕시 계원예대에서 김하늘씨가 실험했던 마스크 재료들/사진=이강준 기자

폐마스크는 교내에 마스크 수거함을 설치하고 자신이 매일쓰고 모아둔 것과 주변 가족과 지인들로부터 받았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의자 하나에 약 1500개의 마스크가 쓰이기 때문이다.

그는 집 근처 병원에 찾아가 그가 만든 샘플 의자를 보여주며 2시간 동안 병원직원을 설득했다. 샘플을 보고 놀란 병원 측은 지금까지도 매일 수백개에 달하는 마스크를 제공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첫 의자를 완성시키자 그는 해냈다는 자부심과 동시에 안도감이 찾아왔다고 했다. '할 수 있다'며 끝없이 되뇌었지만 주변 사람들과 더불어 그 조차도 의자로 만들어 낼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7일 정오 경기도 의왕시 계원예대의 한 건물에서 리빙디자인과 학생 김하늘씨(23)가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사진=이강준 기자
27일 정오 경기도 의왕시 계원예대의 한 건물에서 리빙디자인과 학생 김하늘씨(23)가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사진=이강준 기자

현재 그는 계원예대의 슈퍼스타가 됐다. 그와 관련된 유튜브 영상이 올라간 후 언론사들로부터 인터뷰 요청이 쏟아졌으며 이날 기자와 인터뷰하는 도중에도 교내 학생들이 팬이라며 그를 응원해주기도 했다.

그의 '마스크 재활용'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 그의 다음 목표는 '조명'이다. 그는 "의자도 만들었는데 다른 건 못 만들겠냐"며 "의자를 만든 과정을 공장화해 대량생산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했다.

아직 그가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300도의 높은 열을 가해서 안전하지만 '바이러스가 남아있지 않겠냐'는 불안한 시선과 외관도 일반 가구와는 생김새가 다소 다르기 때문이다.

그는 "예쁜 의자를 만들었다는 것보다 폐마스크를 이용해서 어떤 것도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재활용품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마스크 폐기물 문제에 모두가 공감할 때까지 제작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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