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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CEP 체결로 한일 무역전쟁 더욱 치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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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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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2.02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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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랜딩]RCEP 체결로 일본 제품 경쟁력 높아지고 우리나라 수출 경쟁력에 위협…대일 무역적자도 확대될 가능성 증가

[편집자주] 복잡한 경제 이슈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모색해 봅니다.
RCEP 체결로 한일 무역전쟁 더욱 치열해진다
지난달 15일 한국과 아세안 10개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15개국 정상은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서명하고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RCEP는 세계 인구의 약 30%인 22억명의 시장을 포괄하고, GDP 규모는 총 26조2000억 달러로 전세계 GDP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는 RCEP 참가국들이 세계 무역의 약 28%를 차지하고 있어 RCEP를 통해 자유무역질서의 회복과 함께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경기 회복과 성장을 이루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협정을 통해 기존의 한-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상품 자유화 수준을 기존 80% 수준에서 90% 이상으로 상향하고, 지재권․전자상거래 등 9개 규범 장(章)을 신규 도입하는 한편 역내 통일된 무역규범(원산지기준 등)을 도입해 우리나라 기업의 편의성을 대폭 제고하는 등 기존의 FTA를 한층 업그레이드 한 것으로 정부는 평가했다.

이렇게 보면 RCEP의 체결은 매우 커다란 성과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좀 다르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는 일본을 제외한 아세안과 중국, 호주. 뉴질랜드와 FTA 협정이 이미 발효 중이기 때문에 RCEP 체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추가적인 경제효과는 사실 크지 않다. 또한 관세 양허 수준도 다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등 여타 자유무역협정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고 시장 규모가 큰 인도 역시 이번 협정에서 제외됐다는 점에서 당장 국내 산업에 커다란 호재가 되기 어려워 보인다. 다만 기존 FTA보다 양허 수준이 조금 높아지고 복잡한 원산지 기준을 통일함으로써 기존의 FTA를 업그레이드 했을 뿐이다.

이번 RCEP 체결에서 정작 중요한 점은 바로 사상 처음 일본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었다는 데 있다. 사실 일본과의 한일 FTA(또는 한중일 FTA)는 오래 전부터 거론돼 왔지만 그동안 정치적 이슈로 한일 관계가 부침을 겪었고, 일본 제품에 대한 경쟁력 부족 등을 이유로 FTA협상의 진전을 이루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이번 다자간 협상을 통해 체결된 RCEP에 가입한 한국과 일본은 사실상 처음으로 FTA를 맺은 셈이 됐다. 협정에 따르면 양국은 모두 83% 품목의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는데, 산업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10~20년 장기간에 걸쳐 관세를 철폐하거나 일정 기간 현행 관세를 유지하다 이후 단계적으로 관세를 낮추는 이른바 ‘비선형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특히 자동차·기계 등 주요 민감품목은 양허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는데, 일본에 비해 경쟁력이 부족한 공산품의 경우 한국(91.7%)의 관세철폐 수준이 일본(94.1%)보다 2.4%포인트 낮고, 우리나라의 10년 이상 장기 관세철폐 품목 비중은 41.6%로 일본(17.1%)에 비해 높아 일본제품에 대한 대응 여력을 마련할 시간을 확보했다. 또다른 핵심 민감품목인 쌀·고추·마늘·양파·사과 등과 수입이 많은 민감품목은 양허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보호장치도 마련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동안 한일 무역관계에서 우리가 만년 적자국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RCEP 체결로 무역장벽이 낮아지게 되면 여러 보호장치에도 대일 무역적자는 이전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010~2019년에 이르는 10년 동안 한국의 대일 무역수지는 연간 평균 252억 달러 적자, 누적기준으로는 2522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2019년에는 일본의 무역제한조치로 적자가 192억달러였으며 코로나19 사태로 교역이 부진한 올해에도 10월까지 총 166억달러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2015년 기준)에 따르면 한국의 대일본 평균관세율은 4.26%인 반면, 일본의 대한국 평균관세율은 1.20%에 불과하다. 비록 민감한 품목에 대해서는 양허 제외 등으로 보호장치를 마련했다고는 하지만 80% 이상 수입 품목에 대한 관세가 철폐되거나 낮아지고, 일본 공산품의 경우 92%까지 관세율이 낮아지게 되는데 이 경우 일본 제품의 가격이 떨어지면서 수입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번 RCEP 체결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일본과 중국도 사상 처음으로 FTA를 맺게 됐다는 것이다. 이번 RCEP 체결로 일본 공산품의 대중국 수출 시 관세 철폐율은 기존의 8%에서 86%까지 큰 폭으로 상승하게 된다. 이는 중국 시장에서 앞으로 일본 제품과의 경쟁이 보다 심화될 수 있으며, 우리나라 수출에서 대중 수출이 가장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국내 기업들의 대중 수출에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비단 중국 시장만이 아니다. 이미 아세안 시장에서 일본 자동차 등 공산품의 점유율은 우리나라 제품을 압도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아세안 주요 6개국에서 일본 자동차의 시장 점유율은 74.3%에 달하는 반면 한국은 5.2%에 불과한 수준이다. 물론 과거에 비하면 우리나라 제품의 점유율이 상승했지만, RCEP 체결로 관세 혜택을 보게 되는 것은 한국 제품만이 아니라 일본 제품도 해당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여기에 새롭게 선출된 바이든 행정부가 CPTPP에 재가입을 하게 될 경우 일본 제품과의 경쟁은 아세안에서 환태평양 지대까지 크게 확장될 수있다. 우리나라는 미국이 CPTPP에 가입할 경우 당연히 동시 가입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만약 일본의 반대가 있을 경우 가입이 무산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렇게 되면 일본의 FTA 시장은 급속하게 확장되면서 우리나라가 그동안 애써 확보해 온 FTA를 통한 수출경쟁력을 단번에 따라잡게 된다.

그동안 미중 무역갈등과 보호무역주의로 얼룩진 글로벌 무역환경 속에서 다자간 자유무역을 강화하는 RCEP의 체결은 수출 주도형 경제구조를 지닌 우리에게 있어 의미있는 성과임에 틀림없다.

다만 그러한 외형적 성과 이면에 RCEP의 체결로 양국 시장은 물론 아세안과 중국 시장, 그리고 나아가 태평양 시장에서 가격경쟁력까지 더해진 일본과의 무역전쟁이 더욱 치열하게 벌어지면서 이는 우리나라 수출에 커다란 위협요인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20년 12월 1일 (17:20)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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