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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과 아시아나, 서로 다른 M&A 논법[우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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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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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1.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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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공정위 논리대로라면 한진칼이 아시아나를 인수하려면 대한항공을 팔아야한다는 이야기인데 이걸 누가 수긍하겠습니까"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와 배달의민족(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간 합병심사를 앞두고 요기요 매각 카드를 꺼내자 한 국내 벤처투자자는 이렇게 반문했다. 요기요를 매각해 독점논란을 해소해야 기업결합을 승인하겠다는 공정위의 판단을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스타트업 업계와 시장관계자들의 반응도 대체로 비슷하다. 독과점 논란에도 정부가 밀어부치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와 비교하는 이들이 적지않다.

공정위는 국내 배달 앱 1·2위 사업자인 배민과 요기요가 결합할 경우 시장 점유율 99%에 달하는 독점 사업자가 탄생해 배달수수료 등 가격인상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 판단했다. 심사보고서에 요기요 매각조건을 넣은 배경이다. DH와 배민의 합병을 허용하면 자영업자들의 민심이 이반할 것이라는 정무적 판단이 가미된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공정위의 판단은 인수합병(M&A)의 본질과 배치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M&A는 기본적으로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을 인수해 시너지를 구가하는 경영행위다. 효율성과 이윤추구를 위해 결합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행위가 시장을 왜곡하고 국민편익을 심대하게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면 제동을 걸 수 있다.

그런데 공정위의 판단은 이도저도 아니다. DH가 배민과 합쳐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며 합병심사를 청하니 다른 한쪽을 팔라고 반응한 것은 말장난과 같기 때문이다. 정말 독점우려와 이에따른 폐해가 심각하다고 본다면 당당하게 인수반대를 천명하는 게 맞다.

이번 사안이 과거의 선례나 현재 시장상황과도 맞지않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앞서 공정위는 11년전 오픈마켓 시장 1, 2위 옥션(이베이코리아), G마켓의 합병에 대해 "오픈마켓 시장은 역동성이 강한 온라인 기반 사업 특성상 새로운 경쟁 사업자 출현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수수료 인상 제한을 전제로 양사의 합병을 승인한 바 있다. 이후 공정위 예상대로 쿠팡과 네이버가 등장하며 이베이코리아의 입지가 좁아졌다.

현재 배달앱 시장도 마찬가지다. 배민와 요기요의 배달앱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12월만해도 99%에 달했지만 올 9월에는 90%수준으로 떨어졌다. 쿠팡이츠와 위메프오를 비롯한 후발기업들의 파상공세 때문이다. 특히 쿠팡이츠는 할인 쿠폰을 뿌려대며 공격적인 프로모션에 나서 배민 이용자들이 대거 옮겨가고 있다. 서울지역에서는 쿠팡이츠가 이미 2위 요기요를 넘어섰으며 이런 추세라면 배민의 1위자리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굳이 시장전문가가 아니라도 배달앱을 이용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직감적으로 알 수있다.

DH의 배민 인수는 5조원 규모다. 건국이래 가장 비싼 값으로 대한미국 벤처, 스타트업의 가치를 인정해준 사례다. 한국시장에서 소모적 경쟁을 벌이기보다는 글로벌 시장에 배민의 노하우로 함께 도전해 성공신화를 쓰자는 취지였다.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요기요 매각안을 고수할 경우 결국 딜이 무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한다. 그렇게되면 배민의 글로벌 시장 도전 역시 물거품이 된다. 배민을 롤모델 삼았던 스타트업들 역시 실망감을 안게될 것이다. 글로벌 투자업계에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하면 이런 꼴을 당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앞서 혁신적 모빌리티 서비스라는 평가를 받았던 타다가 택시업계의 반발과 이를 의식한 정치논리에 의해 좌절되자 스타트업계는 절망감을 토로했다. DH와 배민 합병역시 같은 전철을 밟게된다면 상실감은 배가될 것이다. 배달시장은 초기단계이고 아직 성장기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재편이 이뤄지고 있다. 정말 독과점의 폐해가 우려된다면 이해 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요금인상을 제한하는 등의 견제방안을 마련할 수도 있다. 오락가락 잣대와 경직된 기준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건실한 스타트업의 앞길을 막는 것은 온당치 않다. 공정위의 전향적 판단을 기대한다.
조성훈 정보미디어과학부 차장
조성훈 정보미디어과학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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