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사자 명예훼손' 전두환 1심 선고…쟁점은 '헬기사격'

11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광주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은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19. 3.11 / 사진=광주=홍봉진 기자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사자에 대한 사자명예훼손죄로 기소된 전두환씨의 1심 선고가 오늘(30일) 열린다. 이날 재판에서는 고인의 명예훼손 여부와 함께 자국민을 향한 군의 헬기 사격이 있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다뤄진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김정훈 부장판사)은 이날 오후 2시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전씨의 1심 선고를 진행한다. 전씨는 2017년 펴낸 회고록에서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을 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해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사자 명예훼손죄는 일반적인 명예훼손죄와는 다르게 허위사실로 고인의 명예를 훼손한 점이 인정돼야 한다. 만일 전씨가 회고록에 적은 내용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사자 명예훼손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가장 큰 쟁점은 5·18 민주화운동 기간 헬기 사격이 있었는지의 진위다. 전씨 측은 지난 4월 법정에서 "광주에서 헬기 사격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며 공소 혐의 자체를 부인했다.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전두환씨에 대한 형사재판 1심 선고를 사흘 앞둔 27일 재판이 열릴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이 적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 = 뉴스 1

검찰 측은 목격자들의 증언과 광주에서 가장 높았던 전일빌딩에 있었던 10층 탄흔, 주한미국대사관 비밀 전문 등을 근거로 헬기 사격이 실제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시 군 지도부였던 전씨가 허위사실로 고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봤다.


반면 전씨 변호인 측은 "헬기 사격이 있었다면 10만 광주 시민이 목격했을 것"이라며 "사건이 대낮에 벌어졌다는데도 탄피 등 객관적인 증거를 찾을 수 없다. 헬기 사격설은 비이성적인 사회가 만들어 낸 허구"라고 맞섰다.

전씨가 헬기 사격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조 신부에게 '거짓말쟁이'라는 표현을 썼는지도 쟁점이다. 만일 전씨가 헬기 사격이 있었고, 이를 진술한 조 신부가 거짓말쟁이라는 것이 허위 사실임을 인식하고도 고의로 비난했다면 명예훼손이 성립된다.

한편 광주경찰청은 전씨 선고 공판의 안전한 진행을 위해 가용 경찰력을 총동원할 계획이다. 특히 5·18 관련 단체 등이 예고한 '엄벌 촉구' 문화제 행사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경비를 펼친다.

다만 안전상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집회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할 방침이다. 재판이 열리는 201호 법정 안팎에는 법정 경위와 사복·정복 차임의 경찰관이 배치되며, 외곽에도 광주경찰청 소속 7개 중대·1개 제대가 투입된다.

이날 재판은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마지막 사법처벌로, 검찰은 지난달 5일 결심공판에서 전씨에게 1년 6개월의 징역을 구형했다. 사자명예훼손죄의 법정형 기준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