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한국은행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5만원권 지폐 환수율이 25.4%로 2009년 발행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코로나19에 따라 대면상거래가 부진해지고 안전자산인 화폐 수요가 증가하면서다. 다만 한국은행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지하경제 유입 가능성은 낮다고 선을 그었다.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코로나19 이후 5만원권 환수율 평가 및 시사점'에 따르면 1월부터 10월까지 5만원권 발행액은 21조9000억원, 환수액은 5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대비 발행액이 4조8000억원 줄었지만 환수액도 10조5000억원 감소했다. 환수율은 25.4%로 전년동기 39.4%포인트 하락했다.

고액권 환수율 하락은 과거 금융불안기에는 나타나지 않았던 현상이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고액권인 1만원권 환수율은 107.1%로 오히려 전년대비 6.5%포인트 상승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에도 1만원권 환수율은 95.1%로 전년대비 0.8%포인트 하락에 그쳤다.

"대면상거래 부진…지하경제 유입 가능성 낮아"한은은 이번 고액권 환수율 하락 원인으로 대면상거래 부진, 예비용 수요 증가 등을 꼽았다. 코로나19가 자영업 비중이 높은 음식·숙박·여가서비스업 등 대면 상거래 업종에 집중되면서 환수액이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화폐 유통경로 상 현금입금 비중이 높은 이들의 업황 부진으로 5만원권 환수경로에 부정적 충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저금리 기조도 예비용 지폐수요를 높였다. 자영업자 등 현금으로 거래한 소득을 향후거래·예비보유에 사용하기 위해 금융기관에 입금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저금리 기조로 보유현금을 입금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낮아진 것이 원인으로 꼽혔다.

다만 한은은 지하경제 유입 가능성은 낮다고 선을 그었다. 지하경제 규모는 조세제도, 정부 규제, 청렴도, 산업구조 등 구조적 요인에 의해 완만하게 변동하는 만큼 코로나19에 따라 단기간에 화폐가 지하경제로 유입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우리나라는 빠른 경제발전 과정에서 지하경제 규모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며 "지하경제 유입과 연관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부연했다.

한은은 "코로나19 이후 주요국 또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고액권 환수율이 크게 하락했다"며 "우리나라도 주요국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에 따른 예비용 수요가 확대됐고 경제구조 상 자영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고액권 환수경로는 더 크게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