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강화 대신 ‘핀셋방역’…전문가 "뒷북대책으론 한계"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현실화한 가운데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대신 '핀셋(정밀) 방역'을 선택했다. 수도권은 현행 '2단계+알파(α)'로 일부 집단감염 고위험시설에 대한 방역조치를 강화하기로 했다. 비수도권은 일제히 1.5단계로 상향조정 하되 상황이 심각한 부산, 충남, 전북 등은 2단계 상향조정이 추진된다.

다만 방역당국이 '3차 대유행' 본격화에도 핀셋 방역에 나서기로 하면서 벌써부터 실효성에 대한 우려들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일부 문제 시설만 제한하는 수준으로는 확산세를 차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2단계+α'·비수도권 1.5단계 격상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450명을 기록해 3일만에 500명 밑으로 내려간 29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극복 기자간담회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정부는 2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 사태와 관련해 수도권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유지하되 집단감염 발생 위험도가 높은 사우나와 한증막 시설은 운영을 금지하기로 했다. 비수도권은 거리두기를 1.5단계로 상향조정하되, 지역특성에 따라 위험도가 높다고 판단하는 지방자치단체는 2단계 격상 등 강화된 방역조치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2020.11.29/뉴스1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극복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수도권·비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2단계+알파'와 1.5단계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해당 사항은 다음 달 1일 0시부터 수도권은 12월 7일 자정까지, 비수도권은 14일 자정까지 적용된다.


수도권은 집단감염이 지속되는 수도권은 2.5단계 격상 전망도 나왔지만, 중소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감안해 2단계를 유지하면서 방역 사각지대의 시설별 조치를 강화하는 '핀셋 방역' 대책이 마련됐다.

정세균 국무총리 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은 "일률적인 단계 조정보다는 정밀 방역을 통해서 국민의 일상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적절한 방역의 효과를 거두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사우나·한증막·실내체육시설 등 운영중단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서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새 85명 급증하며 9월 이후 가장 많은 증가세로 추가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서울시에 따르면 15일 0시 기준 서울 지역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6733명이다. 14일 0시 이후 하루 동안 85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8·15 광화문 집회 여파로 확진자가 급증하던 9월 1일 101명의 증가세를 기록한 이후 약 2개월 만에 가장 많이 늘었다. 사진은 15일 오전 지난 7일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전날 낮까지 총 9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강서구의 한 사우나의 모습. 2020.11.15/뉴스1

수도권에서는 최근 집단감염이 발생했거나 위험도가 높은 시설, 젊은 층 중심의 위험도 높은 활동에 대한 방역 조치를 추가로 도입한다.

현재까지 1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온 서초구 아파트단지 내 사우나와 강서구 에어로빅 학원 등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한 목욕장업과 실내체육시설, 학원·교습소 등에 대한 대책을 강화했다.


목욕장업은 이용 인원 제한, 음식 섭취 금지에 더해 사우나·한증막 시설(발한실) 운영까지 중단한다. 실내체육시설 중 줌바·태보·스피닝·에어로빅·스텝·킥복싱 등 격렬한 'GX류 시설'은 집합금지한다. 아파트·공동주택 단지 내의 헬스장, 사우나, 카페, 독서실 등 복합편의시설도 운영을 중단한다.

학원·교습소·문화센터에서 진행하는 관악기·노래 교습도 비말(침방울) 발생 가능성이 높고 학생·강사의 마스크 착용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금지했다. 성악, 국악, 실용음악, 노래교실 등 학원·교습소·문화센터 등에서 운영하는 모든 교습이 포함된다. 다만 대학 입시를 위한 교습은 예외로 적용된다. 또 연말연시 호텔, 파티룸, 게스트하우스 등 숙박 시설에서 주관하는 행사나 파티 등도 모두 금지했다.
비수도권 1.5단계, 부산 등 5개 지역 2단계 추진

[서울=뉴시스]이윤청 기자 =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되면서 카페 내 취식을 금지하고 있는 26일 서울 중구의 한 패스트푸드 음식점에서 시민들이 음료를 마시고 있다. 2020.11.26. [email protected]

비수도권은 모든 권역을 1.5단계로 상향 조정한다. 부산, 강원 영서, 경남, 충남, 전북 등 5개 지역은 2단계 상향을 추진키로 했다. 노래연습장과 실내체육시설은 1.5단계에선 인원제한과 음식 섭취 금지가 적용되지만 2단계에선 9시 이후 운영을 중단해야 한다. 카페·음식점은 2단계에서는 포장·배달만 허용된다.

중대본은 1.5단계 시행 지역이라도 사우나 등에서의 음식섭취 금지 등 2단계 방역 수칙 준수를 의무화했다. 2단계로 새로 격상된 지역에서는 수도권과 마찬가지로 GX류 실내체육시설·사우나·한증막 시설 운영 등이 중단된다.

실제로 비수도권 지역에서 실내체육시설에서 시작된 'n차 감염'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부산·울산 장구 강습과 관련 확진자는 현재까지 106명으로 집계됐다. 울산 장구 강습 음악실 수강생에서 가족·지인과 체육시설로 울산 대회 참가자와, 가족 등으로 감염전파된 것으로 추정된다.충북 청주시에서는 당구장 선후배 모임 참석자 등 25명이 모두 감염됐다.
하루 확진자 400명 넘는데…핀셋 방역 '뒷북' 격전문가들은 핀셋 방역이 '뒷북 대책'이라며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국내 하루 평균 확진자는 이미 400명을 넘어 거리두기 전국 2단계는 물론 2.5단계 기준까지 충족한 상태여서다. 격상기준을 충족했음에도 주저하는 것은 방역 측면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방역체계가 감염 전파속도를 쫓지 못하고 있다"며 "전국 감염자가 400~500명씩 나오는 상황에서 특정 시설만 제한하는 핀셋대책보다 과감한 일괄 적용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탁 순천향대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장기화로 국민의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피로감이 커진 상황에서 3차 유행이 단기간에 안정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감염이 더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현재 수준 이상의 거리두기를 실행하는 게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