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m 음주운전도 '유죄'…법원이 '무죄' 판결 뒤집은 이유는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 사진 = 뉴스 1

만취상태에서 약 3m 구간을 운전한 4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1심은 '실수로 볼 여지가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동종 전과가 있고, 동료들이 말렸지만 운전석에서 나오지 않으려 버텼다"며 음주운전이 맞다고 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 5-2부(부장판사 유석동·이관형·최병률)는 도로교통법 위반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45·남)의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1심과 다르게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1월 17일 오후 11시 20분께 서울 강남구의 한 주차장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약 3m를 운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김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만취상태인 0.179%였다.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 '대리기사를 기다리다 실수로 차량이 움직였다'고 주장했으며, 김씨의 직장 동료들 역시 '운전석에 앉은 김씨를 뒷좌석으로 이동시키려다 기어를 건드려 차량이 전진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1심은 "실수로 기어봉이 D(주행)로 이동됐고, 브레이크 페달이 눌리지 않으면서 차량이 이동될 가능성이 있다"며 "고의로 차량을 전진시켰다기보다는 직장 동료들이 김씨를 뒷좌석으로 이동시켜려다 실수로 차량이 전진할 여지가 상당하다"며 무죄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1심 판결을 뒤집고 김씨의 행위가 음주운전이 맞다고 봤다. 김씨가 대리기사를 부른 적도 없는데다 김씨의 '차량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운전석에 앉았다'는 진술의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항소심 재판부는 "대리기사를 부른 것은 직장 동료로 보이며, 김씨가 대리기사를 부른 적은 없다"며 "차량을 따뜻하게 하려면 시동을 거는 것만으로 충분한데도, 김씨는 버튼을 누른 채 변속 행위를 했다. 운전 의사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씨가 대리기사를 기다릴 목적으로 앉아 있었다면 동료들이 차량에서 나오지 않으려는 김씨의 팔다리를 붙잡고 내리게 할 이유가 없다"며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도 높고, 동종 전과로 이미 두 차례 처벌 전력이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