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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장이 사망신고서 쓴 할머니…기억되지 않는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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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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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2.0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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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코로나 확진' 못잖게 '잊힌 죽음', 쌓인 한해

2020년 3월 사망 판정을 받은 박모씨의 사망신고서.
2020년 3월 사망 판정을 받은 박모씨의 사망신고서.


'새로운 경험' 시작된 올해


"요새 그러면 재택근무 하고 있어요? 아이고…. 그것도 새로운 경험이죠."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망 3개월 전인 지난 4월이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입니다. 오늘 아침에 기사가…"라며 기자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때때로 시청을 출입하는 기자들에게 기사를 읽은 소감이나 본인의 입장을 말하곤 했다. 박 시장은 코로나19(COVID-19) 확산 우려로 첫 재택근무에 들어간 기자에게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경험을 하게 됐다며.

"아무튼 조만간 봬요. 또."

논란의 여부와 별개로 이제는 없는 사람과 마지막으로 나눴던 대화는 오래 기억이 남는 법이다. 만약 고인과 관계에서 깊은 행복이나 고통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더 큰 감정에 휩싸일 것이다.

부고를 접한 사람이 처음 짓던 표정도 오래 각인된다. 몇 년 전 어떤 부동산개발업자를 처음 만나 인터뷰할 때 일이다. 이 사장은 기자와 인터뷰를 하던 도중에 지병을 앓던 부친의 사망 소식을 들어야 했다. 처음 만난 기자와 대화를 나누다 친지로부터 "아버지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은 것이다.

"다 그렇게 가는거야."

라며 그는 전화를 끊고 한숨을 쉬었다. 그러자마자 그의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그러더니 "죄송하다"며 주변을 안심시키듯 천천히 일어섰다. 전속력을 밟아 빈소로 향했을 것이다.


관계: 사망장소의 동장


박씨 할머니의 사망신고서 신고자란.
박씨 할머니의 사망신고서 신고자란.

인간 생명의 가치는 존엄하다지만 어떤 이들의 죽음은 이야기를 남기지 않는다. 망자의 친족·동거인 등이 없거나 멀리 떠나 사망신고가 좀처럼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지난 3월 서울 양천구 신월3동의 한 주택가에서 숨진 채 발견된 1928년생 박모 할머니의 죽음이 그렇다. 사망 시점은 고령층 비중이 높은 지역민들이 코로나19 사태로 비행기 결항이 잦아지자 "소음이 줄어 좋다"는 말을 하던 무렵이다.

그 무렵 기초생활수급자였던 박씨 할머니가 더는 숨소리를 내지 못하게 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동주민센터에 공용으로 발급한 시체 검안서를 보면 그는 급성 심장사로 추정되는 직접 사인으로 사망했다. 할머니에겐 오래 전 이민 간 자식이 있었지만 연락이 두절된 상태였다.

결국 11월 이건학 동장이 사망신고서를 써 고인의 마지막 길을 정리해 줬다. 신고인 자격란엔 동거친족, 비동거친족, 동거자가 아닌 '기타'에 체크하며,

'사망장소의 동장.'

이라고 썼다.

서울시는 올 상반기 334명의 무연고 사망자들의 사망진단서를 통계청에 보냈다. 서울시 기준 코로나 19 사망자인 90여명의 3배가 넘는다. 이대로 가다간 한 해 600여명의 무연고 사망자가 나올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무연고 사망자 480여명을 훌쩍 웃돈다.

8월 강북구에서 77세 여성 허모씨가 무연고 상태에서 병사한 채 발견됐다. 11월 성동구 뚝섬로에 있는 한 여관에서 심정지로 추정되는 사인으로 61세 남성 박모씨가 숨졌다. 그 역시 무연고 사망자다.


사회적 단절, 빈곤 어떻게


올들어 일상화 된 재택근무는 이제 박 시장이 말했던 것 처럼 '새로운 경험'이 아니게 됐다. 거리두기가 이어지면서 복지 사각도 넓어질지 우려된다. 서울에선 선제적 거리두기 강화로 복지시설 등 공공시설 운영을 한시적으로 중단한 자치구들이 하나둘 나오고 있다. 사회적인 단절은 빈곤과 마찬가지로 쓸쓸한 죽음의 원인이 된다.

길동에선 동주민센터 직원이 거처가 없이 떠도는 50대 남성을 구급차에 태워 병원에 입원시켰다. 원래 임시 거주지를 마련해 주려 했으나 건강상 위험하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시립병원에 갔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병상이 없다"는 말을 듣고 다른 병원에 이송했다.

알코올 중독 등으로 치료가 필요하지만 공공 복지 인력의 방문을 극구 사절하는 주민들도 있다.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모른다"며 동주민센터 직원들이 속내를 털어놓는다.

새 시장이 되겠다는 출마자들이 하나둘 나온다. 특히 어떤 부동산정책이나 도시계획 공약을 내놓을지가 서민의 중대 현안일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질수록 그늘이 드리워질 수 있는 저소득층 복지 사각이나 사회적 슬픔에 공감할 해법도 강화돼야 할 시점이다. '아무튼 조만간'의 일이다. 이웃들이 한겨울을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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