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검사받지 말라, 구제방안 없다" 고3 수험생 눈물의 호소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고등학교에 마련된 고사장에 가림막이 설치돼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의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확진 또는 자가격리 판정을 받아 수능 이후 대학별 평가에 응시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지 말아달라"는 호소까지 등장했다.


"12월 말까지 부디 검사받으러 가지 말아달라" 왜?

입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30일 "수능 치러 가신 분들 중 확진자, 감염 의심자가 계신다면, 12월 말까지는 부디 보건소에 (코로나19) 검사받으러 가지 말아달라"는 글이 등장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입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30일 "수능 치러 가신 분들 중 확진자, 감염 의심자가 계신다면, 12월 말까지는 부디 보건소에 (코로나19) 검사받으러 가지 말아달라"는 글이 등장했다.

수험생인 A씨는 "확진자 있는 시험장, 적어도 그 반 애들은 자가격리될 것"이라며 "면접, 논술, 적성 등 확진자 및 자가격리자 구제방안이 없다. 제발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수능 고사장에서 확진자와 접촉해 확진 판정을 받거나 자가격리자가 되면, 면접, 논술, 실기 등 대학별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나온 글이다. 수능의 경우 확진자, 자가격리자도 시험에 응시할 수 있지만, 대학별 고사 응시 기준은 대학마다 제각각인 상황이다.

이 글은 해당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고, "이기적인 생각"이라며 비판 댓글이 연이어 달렸다. 이에 A씨는 "어쩔 수 없다. 정부에서도 구제 방법을 안 내고 답 없다", "그 반 전체 애들 대입 일정 망하는데 현실적으로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라며 답답한 마음을 드러냈다.


논술·면접 못 갈까봐…수능 안 본다는 수험생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사흘 앞둔 30일 세종시 한 인쇄업체에서 관계자들이 전국 각 시험 지구별로 배부될 문제지를 트럭으로 옮기고 있다. / 사진=세종=이기범 기자 leekb@

또 대학별 평가에 응시하지 못할 우려카 커지면서, 수능을 보지 않겠다는 수험생들도 적지 않다. 일부 학생부교과 전형, 논술 전형은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없기 때문에 수능을 굳이 보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일부 수험생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실기 준비하고 있어서 수능 안 보려고요", "저는 모두 학생부종합 전형을 써서 수능과 전혀 관계가 없는데, 담임 선생님, 부모님, 친구들까지 무리해서 갈 필요 없다고 되려 가지 말라고 한다", "옆자리 확진자 있으면 자가 격리 들어가서 논술도 못 치는데 불안하다"며 수능에 응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수험생들의 불안이 가중되면서 확진자와 자가격리자들도 대학별 고사를 치를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지난 27일 '자가격리자들도 대학교 시험을 볼 수 있게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많은 사람들이 대학교 시험을 보기 위한 자격요건인 '최저 점수'를 맞추기 위해서 수능을 보는데, 같은 반에 확진자가 생겨버리면 그 사람은 최저점수를 맞춰도 대학교 시험을 볼 자격이 박탈된다"며 자가격리자들도 대학별 평가에 응시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정부는 수능을 제외한 시험들에 대해서는 코로나19 확진자에게 응시 기회를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지난 23일 "수능을 제외한 다른 시험에 대해 확진자 등의 경우 시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논술시험의 경우 대학별 방역지침을 전달해 전파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시험장 관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