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13세' 전동킥보드 빌릴순 없지만 타도 된다…규제 실효성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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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24일 오후 서울 강남역 인근에 공용 킥보드가 배치돼 있다. 정부는 현재 차도에서만 주행이 가능한 전동킥보드 등 퍼스널 모빌리티를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별도의 규정을 제정할 계획이다. 2020.4.24/뉴스1

다음달 10일부터 '만 13세 이상'이면 누구나 전동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반면 '만 18세 미만'은 다음달 10일부터 원동기면허증이 없으면 전동킥보드를 빌릴 수 없게 된다. 만13세에서 17세 사이의 연령은 전동킥보드를 타도 되지만 빌릴 수는 없다는 얘기다.


국토교통부는 30일 개인형 이동수단의 안전한 관리를 위한 민·관 협의체 킥오프회의를 열고 만 18세 미만은 전동킥보드를 빌릴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하는 '개인형이동수단'(PM·Personal Mobility)의 안전한 이용문화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에는 국토부, 교육부, 행정안전부, 경찰청 등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15개사 공유PM업체 등이 참여했다.

국토부 따르면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수단에 의한 사고는 2017년 117건이었으나 지난해 447건, 올해 688건(10월기준)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최근 '킥라니'(킥보드+고라니, 전동킥보드 운전자를 도로 위에 갑자기 뛰어드는 고라니에 빗댄 말)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전동킥보드 운전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가 오히려 전동킥보드 이용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주자 정부가 민간업계와 자율협약을 통해 안전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앞서 국회는 신산업 활성화를 명목으로 지난 5월 운전면허가 없이도 만13세 이상이면 누구나 전동킥보드를 이용할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을 개정했다.

그러나 관련 업계들의 자발적 참여에 기대고 있어 이번 대책의 실효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신규사업자 등이 대여연령제한 규제를 어기더라도 강제할 방법은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공유PM 업종은 신고제가 아니라 자유업이라서 법적으로 강제할 방법은 없다"며 "자율적 협약을 통해 현재 상황에서 가장 이행력이 높은 방안을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동킥보드에 대한 사고가 늘자 이용연령을 제한하자는 법안도 발의된 상황"이라며 "국회에서 법을 개정한 만큼 국회에서 논의가 돼야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개인형이동수단에 관한 법률제정안'이 통과되면 이러한 '모순'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개인형이동수단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면 공유PM 사업자는 사업을 하기 위해 관련 지자체에 '신고'를 해야 한다. 신고제로 운영되면 정부와 민간이 함께 만든 자율협약에 더욱 강제성이 생길 것이라는 얘기다.

민·관 협의체는 이날 전동킥보드 운행 시 음주운전, 신호위반, 안전모 미착용, 2인탑승 행위 등에 대해서는 단속과 계도를 강화하겠다고도 밝혔다.

현행법상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수단 이용시 안전모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한다. 하지만 이용자들이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더라도 범칙금을 부과하거나 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

안전모 착용은 이용자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는 얘기다. 집에서 지하철역으로 이동하는 등 주로 짧은 거리를 이동할 때 전동킥보드를 대여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용자들이 안전모를 얼마나 착용할지 의문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안전모 착용을 하지 않을 경우 범칙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규제할 문제인지는 생각해볼 부분"라며 "결국 이 부분은 안전의식에 대한 교육이나 문화로 보완해 가야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전동킥보드 등을 아무 곳에나 방치하는 것을 막기 위해 PM 주·정차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부분도 결국은 이용자들의 개인 인식이 바뀌어야 하는 부분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자율협약을 강제적으로 규제를 하기 보다 개별 이용자들의 인식 개선을 위한 시발점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