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백신 8억회분 챙겼는데…정부가 '선구매 협상' 신중한 이유

[AP/뉴시스] 2020년 11월23일 영국 옥스퍼드대 제공 사진으로 아스트라제네카와 공동개발한 코로나 19 백신 주사약이다. 2020. 11. 27. …

코로나19(COVID-19) 백신과 관련, 8억 회분을 확보한 미국이나 2억 회분 정도 공급받기로 한 일본과 비교하면 한국은 아직 확정된 물량이 없다. '백신 쟁탈전에서 너무 뒤처져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당초 11월말에는 구체적인 물량 확보 계획을 공개할 방침이었지만 그 시점이 계속 늦어지고 있다. 늦어도 이달 중순에는 관련 내용을 발표하기로 했다. 정부의 ‘신중론’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으나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불안감만 커진다.

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정부는 국제백신협약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1000만명분, 개별 제약사와의 선구매 협상을 통해 2000만명분 등 전 국민의 60%에 해당하는 3000만명분의 백신을 연내 확보할 계획이다.

코백스 측에는 선급금을 이미 지불했고, 해외 제약사를 통해 확보하는 2000만명분에 대해선 현재 질병관리청을 중심으로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 백신 임상시험 3상에 돌입한 화이자와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 5개 업체를 대상으로 한다.

정은경 “다음주나 다음주 초에는 공개”

[청주=뉴시스]강종민 기자 =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이 23일 오후 충북 청주 질병관리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현황 등을 발표하고 있다. 2020.11.23. [email protected]

정은경 질병청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구매계약 논의는 거의 정리돼 가고 있다"며 "기획재정부 등 예산당국과의 협의도 필요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을 마무리한 뒤 다음 주나 그 다음 주 초까지는 공개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해외 제약사들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선구매 협상에 신중한 것은 크게 2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해외 제약사들이 경쟁적으로 발표한 백신들의 효과성·안전성을 아직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해외에서 임상3상을 마친 백신이라고 하더라도 연령이나 인종 등 다양한 요인으로 효과성이나 부작용이 달라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추가로 진행되는 검증 절차를 지켜본 뒤 최종 단계에서 가장 안전한 백신을 골라야 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또 국산 치료제 개발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점도 꼽을 수 있다. 미국·유럽 같은 심각한 상황이라면 백신 계획을 조기에 밝혀 국민들을 안심시킬 필요가 있지만, 우리는 확진자 수가 비교적 적고 치료제 개발도 착착 진행돼 백신 이슈는 후순위에 둘 여유가 있다.

“국내 품목허가 등 아직 불확실성 있다”

[시애틀=AP/뉴시스]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가 18일(현지시간) 코로나 19 백신 1차 임상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3월 16일 시애틀에서 모더나의 백신 주사를 맞고 있는 한 여성의 모습. 2020.05.19

정 청장은 "백신 접종 물량은 아직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가 나지 않은 상태에서 선구매 확약을 하는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백신이 끝까지 임상 단계까지 거쳐서 당국 허가를 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성이 분명히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안전성은 아직 정보가 조금 더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 접종할 때는 품목허가 내용과 노인 또는 만성질환자에 대해 어떤 효능을 보였는지를 보고 세부적인 접종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단 물량은 백신 종류와 대상자를 매칭해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구매와 접종 계획은 여러 시나리오를 토대로 수립하고 있다. 최대한 많은 물량을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있었으며 마지막 검토를 하고 있는 단계"라고 강조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백신 확보 물량을 4400만명분(국민 85%)으로 높였지만 아직 확정된 안은 아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 최종안은 아니다. 참고만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