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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돈, 귀한 집[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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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2.01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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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은 넘치는데 집이 부족하다.’ 집값이든 전셋값이든 폭등한 이유는 거기에 있다. 나머지는 사족이다.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이 사실을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얼마 전 실증분석으로 보여줬다. 통화량(광의통화)이 1% 증가하면 집값이 연간 0.9% 올랐다는 것이다. 공급을 갑자기 늘릴 수 없는 집의 비탄력성 때문이다. 공급확대를 제약하는 정책을 쓰면 안 된다고 했다. 다시 말해 2차례에 걸친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코로나19(COVID-19) 대응을 위한 정부의 긴급 유동성 공급과 1~4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통화량이 늘었지만 집 공급은 충분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문제는 앞으로다. 서울 아파트 기준 입주물량(부동산114 추산)은 올해 5만234가구에서 내년 2만6000여가구로 절반 가까이 준다. 2022년에는 1만7000여가구에 그친다. 국토교통부가 이보다 많은 물량이 공급된다고 하지만 나홀로 아파트나 일부 빌라 등 건축법상 5층 이상인 주택을 포함했다. 아파트 수요자의 눈높이에서 ‘집’이 아닌 것들이다. 게다가 분양가상한제로 신규공급은 축소될 것이다. ‘임대차3법’은 의도와 달리 전세공급을 막았다. 희소한 것들의 가격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런 설명과 수치가 없어도 사람들은 체감한다. 그러니 11월 한국은행의 주택가격전망지수(130)가 역대 최고치였다.

 돈값이 헐값이라는 것은 부채의 가치도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산가치를 지키기 위해 종이(현금)를 버리고 빚을 내서 실물(집)을 보유하는 전략을 쓸 수밖에 없다. 세금을 더 내더라도 그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정권이 바뀐 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눈치를 채고 집을 산 이들은 승리자가 됐다.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말을 믿은 이들은 패배자가 됐다. 소득이 아니라 자산격차로 계급이 갈렸다. 무주택자들은 3년 전 매매가격에 전세를 살아야 하는 현실과 맞닥뜨렸다. 은행에서 돈을 더 빌려 더 많은 이자를 내면서 말이다. 전세를 구하지 못하면 월세로 넘어갔다. ‘전월세난민’과 ‘벼락거지’는 동의어다. 집 사기를 포기한 이들은 빚 내서 주식을 샀다. ‘영끌’과 ‘빚투’는 하나로 이어진 현상이다.

 집을 사려면 주택담보대출이, 전세를 살려면 전세대출이 필요했으니 가계부채가 더 늘었다. 한은이 11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가계부채 증가’를 언급했지만 완화기조는 바꾸지 못한다. 지난 10월 가계대출 증가율이 7%를 넘어가니 금융당국이 속도조절에 나섰다. 은행의 신용대출을 조이지만 그렇다고 신용공급 기조를 달리할 수 없다. 내년 예산안은 약 556조원으로 사상 최대다.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3차 재난지원금을 말한다. 3기 신도시 토지보상금도 풀리기 시작했다. 서울·부산의 보궐선거를 앞두고 가덕도신공항 같은 예비타당성 면제 사업도 추가될 것이다. 그 다음 해엔 대통령선거가 대기 중이다. 두 선거를 염두에 둔다면 집값을 떨구는 것은 정부 입장에서 리스크가 크다. 자칫 하우스푸어를 양산하고 은행이 부실해질 수 있다. 섣부른 부채축소로 경기가 망가지면 선거도 망친다.

 결국 한쪽에선 돈 구경을 못해 아우성이라지만 자산시장의 유동성은 범람할 개연성이 높다. 사람들이 살기를 원하는 아파트 공급은 요원하다. 3기 신도시도 빨라야 2023년 이후다. 물론 그것으로 충족될 수도 없다. 재건축·재개발은 가로막았고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는 굳건히 묶어놓았다. 학령인구가 감소한 만큼 공립학교를 통폐합하고 빈 부지를 활용하는 아이디어도 이해관계에 밀린다.
흔한 돈, 귀한 집[광화문]

 집은 자산의 성격이 있으니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사이클을 탄다. 그런 면에서 하나의 변수는 세계의 중앙은행이 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상이다. 연준은 지난 8월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에 근접하거나 일정기간 목표치를 약간 웃돌아도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했다. 급격한 스태그플레이션이 없다면 제로금리는 수년간 이어질 것이다. 한은도 다를 수 없다. 금융당국의 은행 대출규제도 한계가 명확하다. 돈은 많아지는데 집 공급신호는 없다. 돈은 더 흔해지고 집은 더 귀해질 것이다.



  • 강기택
    강기택 acekang@mt.co.kr

    비즈니스 저널리즘의 최고 경지, 머니투데이의 일원임을 자랑스레 여깁니다. 독창적이고, 통찰력 넘치는 기사로 독자들과 마주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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