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 면한 신라젠, 기사회생 관건은 '펙사벡' 기술력 입증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상장폐지 기로에 선 신라젠과 17만 소액주주의 운명이 오늘 또다시 결정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이하 기심위)는 신라젠의 상장폐지와 거래재개 또는 경영개선 기한 여부에 대해 논의한다. 사진은 3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신라젠 본점. 2020.11.30/뉴스1

상장폐지 벼랑 끝에 몰렸던 신라젠 (4,610원 ▲85 +1.88%)이 1년 동안 개선기간을 부여받아 일단 위기를 모면했다. 최대주주인 문은상 전 대표가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만큼 신라젠이 기사회생하기 위해서는 매각 등을 통해 최대주주를 변경해야 한다. 새주인을 찾고,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항암바이러스 '펙사벡' 개발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신라젠, 최대주주 변경 나서야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전날 기업심사위원회를 개최해 신라젠에 개선기간 1년을 부여하기로 심의의결 했다. 지난 8월6일 첫 기업심사위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심사를 진행한 지 석 달여만에 낸 결정이다.

이에 따라 신라젠은 개선기간 종료일인 내년 11월30일로부터 7영업일 이내에 개선 계획 이행내역서, 개선계획 이행결과에 대한 전문가의 확인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개선기간 동안 신라젠 주식은 거래할 수 없다. 이후 거래소는 15영업일 이내에 기업심사위원회를 개최해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의결한다.


신라젠이 경영투명성 확보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최대주주 변경이다. 현재 신라젠 최대주주는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문 전 대표다. 그는 지난 9월29일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회사 지분을 부당하게 취득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올해 3분기 기준 문 전 대표의 신라젠 소유주식 수는 369만637주이고, 지분율은 5.15%다.

신라젠 관계자는 "최대주주인 문 전 대표가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만큼 최대주주 지분 변경을 진행하는 등 경영투명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문 전 대표의 신라젠 주식이 검찰의 추징보전으로 압류된 상태여서 주식 매각이 불가능하다. 이 경우 신주발행을 통한 회사 매각이 최대주주 변경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업계에서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이 매각 방식으로 떠오르고 있다.


3분기 기준 문 전 대표의 지분율과 특수관계인의 주식 수는 528만8589주, 지분율은 7.38%다. 새로운 매수자는 이 이상의 주식과 지분율을 확보해야 한다. 지난 5월4일 종가 기준 1만2100원을 적용해 계산하면 약 64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

펙사벡 기술력 입증이 열쇠

펙사벡 / 사진제공=신라젠

결국 신라젠이 회사의 가치를 입증하고, 새로운 매수자를 찾기 위해서는 펙사벡의 성공이 가장 중요하다. 펙사벡이 사실상 신라젠의 유일한 파이프라인이기 때문이다. 임상을 통해 펙사벡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고, 이를 통해 자금을 확보해 추가로 임상을 진행하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 현재 3분기 기준 신라젠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15억원에 불과하다.

신라젠은 지난해 8월 간암환자를 대상으로 펙사벡과 표적항암제 '넥사바'를 함께 투여하는 미국 임상 3상이 실패하기는 했지만, 임상 실패의 원인이 임상 설계에 의한 것이라고 보고, 펙사벡 효능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신라젠은 현재 펙사벡을 신장암, 흑색종 등 다른 질환 치료제로 개발하는 임상들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바이오회사 리제네론과 함께 펙사벡과 리제네론의 면역항암제 '리브타요'를 신장암 환자들에게 투여하는 병용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신라젠은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중국 리스팜의 면역항암제와 펙사벡 병용투여 용법을 개발하고 있다. 리스팜 주도로 현재 임상 1·2상을 진행 중이다.

신라젠은 이외에도 미국국립암센터(NCI)와 면역항암제 '더발루맙'과 펙사벡을 대장암 환자에게 투여하는 병용임상 1·2상을 공동으로 수행하고 있다. 다만 이는 연구 목적의 연구자 주도 임상으로, 상업화 허가를 위한 근거자료로는 인정되지 않는다.

신라젠 관계자는 "신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병용임상 1상을 마무리하고 곧 임상 2상을 시작할 것"이라며 "여러 임상을 통해 펙사벡의 기술력을 입증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