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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부펀드의 패착…명분 잃은 전쟁[오동희의 思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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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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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2.0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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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의 결정적 요인은 '명분'이었다.

지키려는 쪽은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을 살리겠다는 명분을 내세운 데 비해, 공격하는 쪽은 펀드의 수익을 높이기 위한 행동으로 비친 게 패착이었다.

법률적 논리는 두 명분 중 어디에 힘을 실어주느냐는 과정에 불과했다. 한진그룹(회장 조원태)과 3자연합(KCGI,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 사이의 첫 법정 다툼은 그렇게 한진그룹 승리로 일단락됐다.

법정 다툼의 완결이 아니라 '일단락'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3자연합이 가처분 신청에선 졌다고 해도 앞으로 항소와 본안 소송 등 다양한 형태의 공격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공격들이 이번 결과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어떤 결실(?)을 맺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유는 앞서 언급한 명분 때문이다. 어떤 전쟁이든 명분에서 밀리면 승리는 힘들다.

손자병법에서도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5가지 요건(道, 天, 地, 將, 法) 중 도(道 : 명분)를 첫 번째로 여겼다. 도는 달리 말해 '대의명분'이다. 날씨나 지형, 장수의 지혜와 군대의 편제 및 보급물자 등이 갖춰졌더라도 명분이 없으면 전쟁은 필패다.

이번 싸움은 KCGI(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기업지배구조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라는 명분으로 걸었지만, 3자 연합군 구성에서 자충수를 뒀다.

대체로 기업지배구조개선을 언급할 땐 총수 일가를 배제한 전문경영인들을 통한 새로운 리드십으로의 기업의 정권교체를 의미한다. 하지만 3자연합에 한진가 장녀인 조현아 전 부사장이 참여함으로써 펀드의 이름이 무색하게 명분 없는 전쟁이 돼버렸다.

특히 조 전 부사장의 '마카다미아 회항(소위 땅콩 회항)의 평판이 전쟁의 명분을 더 나쁘게 했다. 펀드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남매 경영권 분쟁 사이에서 수익을 올리려는 모양새가 됐다.

일각에선 산은이 경영권 분쟁 중인 한진칼이 아니라, 대한항공의 유증에 참여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내놓지만, 국민의 세금을 투입하고 영향력을 행사하지도 못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것은 더 큰 부담이다. 또 6개월 정도 기다렸다가 투자하라는 얘기도 나오는데,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시시각각 다가오는 또 다른 기회를 놓칠 우려가 있다.

한진그룹이나 강성부펀드나 최종목표는 이익 제고다. 다만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조원태 회장은 고 조양호 회장의 뒤를 이어 오랜 기간 기업을 키워나가는 게 목표다. 그게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반면 강성부펀드는 펀드의 특성상 자신들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가 단기간 올라 차익을 실현할 수 있는 전리품이 많아지는 게 최대목표로 비친다. 항공산업 전체보다는 한진칼 주주 이익을 최대한 지키는 게 목표다.

문제는 현 상황에서 대한항공은 살고, 아시아나항공만 무너지는 결과는 나오기 희박하다는 점이다. 전 세계 항공산업 전체의 위기이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에서 두 회사만 경쟁한다면 아시아나항공이 사라진 자리에 대한항공만 남아 그 공백을 즐길 수 있겠지만, 항공시장은 글로벌 경쟁이다. 게다가 향후 3~4년 내에는 코로나19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기 힘들다는 게 국제항공 관련 기구들의 전망이다. 실적이 드라마틱하게 좋아지기 힘든 상황에서 대한항공의 위기도 다가온다는 의미다.

시장과 법원은 한진칼의 일부 주주들 이익보다는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을 살리겠다는 명분에 힘을 실어줬다. 강성부펀드가 목적을 달성하는 길은 항공산업이 살아나서 한진칼의 주주가치가 높아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러려면 한진과 산업은행의 전략적 협력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길밖에 없을 듯 보인다. 시간은 강성부펀드 쪽이 생각하는 것보다 오래 걸릴 수 있겠지만….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 오동희
    오동희 hunter@mt.co.kr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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