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코로나 대확산에…물 건너가는 여행 기대감

지난달 24일 제주국제공항 국내선 도착장이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뉴스1

겨울철을 맞아 다시 시작된 코로나19(COVID-19) 확산세가 사그라들지 않으면서 '여행 재개'를 기대했던 국내 여행업계 낯빛도 어두워지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여행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는 것과 달리 여행이 가능한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어서다. 지역감염 확산으로 국내여행에도 비상이 걸린 가운데 코로나 위기탈출 활로로 거론된 해외여행교류 재개도 물 건너갈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여전한 가운데 국내 코로나 감염자수도 지속 증가하는 추세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511명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7일 이후 나흘만에 신규 확진자 수가 500명을 돌파했다. 현재 수도권 2단계, 전국 1.5단계로 거리두기가 격상된 가운데 정부는 추가 격상조치도 검토하고 있다.
11월 반짝한 여행심리, 다시 침체기로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25일 오전 제주국제공항에서 단체 관광객들이 전세버스 승차장으로 향하고 있다. 이달 들어 제주에서는 지난 24일 기준 총 11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으며, 모두 수도권을 방문했거나 타 지역 방문자와 접촉하면서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2020.11.25/뉴스1

반짝 상승했던 국내 여행심리도 다시 주춤하는 모양새다. 앞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한 후 10월 연휴부터 최근까지 캠핑이나 늦캉스(늦은 바캉스), 나들이 인파로 전국 주요 관광지가 활기를 찾았다. 정부가 지난달 4일 재개한 숙박쿠폰 사업도 20여일 만에 총 수량의 절반인 50만장 가까이 발급되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 위기감이 다시 높아지며 쿠폰 사업이 중단됐고, 지역 관광산업 전반이 다시 위축되고 있다.


국내여행 시장의 축소판인 제주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제주를 찾는 내국인 입도객은 최근 들어 상승세를 보였다. 9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38.2% 급감한 73만여 명에 그쳤지만 10월에는 24.2% 감소한 108만여 명으로 늘더니, 11월에는 지난해 같은 달(117만7768명)보다 3.6% 줄어든 113만5254명으로 예년 수준을 회복했다.

10월 한 달 간 도내 신규 확진자 '제로(0)'를 기록하며 안전 이미지가 부각돼 여행객들이 몰렸다. 그러나 지난달 16~18일 사흘 간 제주 단체여행을 즐긴 경남 진주 이·통장 회장단이 연이어 확진되고 이들과 접촉한 전세버스 기사와 가족까지 n차 감염이 이어지며 상황이 급변했다. 관련 소식이 알려진 지난달 24일부터 4만명에 육박하던 입도객이 줄기 시작, 지난 28~29일에는 주말임에도 2만8094명, 2만6762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이에 따라 상승세를 탔던 도 관광업계도 다시 줄초상 분위기다. 전세버스와 펜션 예약률이 반토막 났고, 렌트카와 숙박업소 예약률도 급감하는 등 관광업계 피해가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제주도가 오는 4일부터 △식당·카페 테이블 간 1m 거리두기 △민간 주관 100인 이상 모임·행사 전면금지 등을 골자로 한 제주형 거리두기 1.5단계를 시행키로 결정, 관광객의 제주 방문 자제를 요청하며 이 같은 관광침체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여행 기대감도 무너져

6개월로 제한된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더 받지 못하게 되면서 한계에 다다른 여행사들이 나타나는 가운데 지난달 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의 여행사 부스가 한산하다. /사진=뉴시스

국내여행 뿐 아니라 해외여행 재개에 대한 기대감도 무너지고 있다. 당초 지난달까지만 해도 코로나 상황이 다소 안정권에 접어들고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가 개발한 코로나 백신이 상용화 초읽기에 들어갔단 소식이 알려지며 해외여행 심리도 부쩍 높아졌었다. 타임커머스 티몬이 18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3명 중 2명(64%)가 '내년에 해외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답할 만큼 봉쇄된 여행에 대한 욕구가 커졌다.


실제 국내 주요 여행사 중 하나인 참좋은여행이 지난달 23일부터 재개한 전 세계 해외여행상품 예약 서비스에 약 일주일 간 8000여건이 몰리며 '대박'을 치기도 했다. 코로나 사태 이전의 60% 수준이다. 코로나 백신 상용화 소식에 더해 홍콩과 싱가포르가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방역모범 지역/국가 간 자가격리 면제)을 시행키로 합의하는 등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글로벌 여행교류 완화 분위기가 무르익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확산세가 가라앉지 않으면서 지난달 22일로 예정됐던 첫 항공편이 미뤄졌고 전날 양국 정부는 트래블 버블 시행을 내년으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국내 항공·관광업계에서도 트래블 버블 등을 거듭 요청해왔지만 국내 방역상황이 중대기로에 놓이며 추진력을 다소 상실하게 됐다. 정부가 방역과 백신 개발 등을 종합 고려해 트래블버블을 검토하겠다고 한 만큼, 현재로선 시기상조란 입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를 중심으로 한 여행업계 위기가 가속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정부가 세제혜택이나 고용유지 지원 등을 약속했지만 경영난 타개를 위해선 영업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 희망이 옅어지고 있어서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방역이 가장 최우선인 것은 맞다"면서도 "국내이 상황이 안정돼 해외여행이 어느정도 풀려야 업계가 살아날 수 있는데 시기적으로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