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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이재용 첫 사장단 인사, 그 행간의 의미[오동희의 思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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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2.02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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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일 단행한 그룹 사장단 인사에 대한 평가는 '안정 속 변화'라는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지난 10월 25일 이건희 삼성 그룹 회장 타계 후 그의 뒤를 이은 이 부회장의 첫 인사로는 뭔가 시원치 않아 보인다. 인사가 만사인데 그 행간(行間)에는 최대한 조심하고 자중하는 모습이 읽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제공=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제공=삼성전자


글로벌 기업인 삼성의 인사 발표라고 하기엔 다소 왜소해 보인다. 부회장급 승진자가 눈에 띄지 않은 것 때문이 아니다. 코로나19(COVID-19)의 글로벌 팬데믹 상황에서 훌륭한 성과를 이룬 삼성전자의 실적과 새로운 출발이라는 측면에도 불구하고 축제 분위기는 없다.

삼성전자의 경우 3명의 사장 승진자와 2명의 보직 변경으로 변화는 크지 않았다. 과거 부회장급 승진자들이 대거 나왔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삼성전자 외에도 전자계열에선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SDS의 수장이 바뀌었지만, 업황과 평가 등을 감안할 때 놀랄만한 변화는 아니다.

4차 산업혁명기에 접어든 IT 기업인만큼 기술중시 경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DS부문 CTO(최고기술책임자) 조직을 처음 신설한 것은 눈에 띈다. 글로벌 위기 속에 삼성전자의 든든한 버팀목인 반도체와 새롭게 준비하는 퀀텀닷(QD) 디스플레이 시대를 대비한 조직변화라는 측면에서 주목된다.

게다가 잘나가던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을 그룹의 종합기술원 성격을 가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사장에 앉힌 것도 기술중시 경영 의지를 드러낸 대목이다.

이 자리는 권오현 전 삼성종합기술원 회장이나 김기남 DS 부문 부회장이 걸었던 길이기도 하다. 이번 인사에선 기술중시의 메시지가 강하지만, 그 선언적 행위는 진취적이라기보다는 방어적이고 위축된 느낌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사회 전체적인 분위기가 가라앉은 상황에서 4년여간 진행되고 있는 재판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탓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번 인사에서 과거 성공 DNA를 각 계열사에 이식시킬 수 있었던 삼성만의 시스템이 약화돼 보인 것은 아쉽다. 이날 진행된 삼성그룹 전자계열 인사에 이어, 곧 있을 금융 계열과 중공업 및 서비스업 등의 인사도 운신의 폭이 좁고, 혁신적 변화는 없을 듯하다.

그룹 내 인재들을 다양한 형태로 운영하는 게 한국 기업들의 장점 중 하나였는데 이런 운영의 묘를 발휘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삼성 성공의 비결 중 하나였던 시스템경영, 특히 그룹 총수와 컨트롤타워, 계열사 CEO의 독립경영이라는 3각 편대가 견제와 균형을 통해 성장 공식을 사용할 수 없는 벽에 부딪힌 모습도 아쉽다.

과거 이건희 회장이 그룹 경영의 큰 틀에서의 방향성과 화두를 결정하면, 이를 실행하는 것은 각 계열사 CEO들의 몫이었다. 그런 만큼 삼성의 각 CEO의 자율권이 철저히 보장됐고, 이들 계열사간 중복되는 부분을 조율하고 조정해 시너지를 높이던 곳이 컨트롤타워였다.

이런 지주회사 성격의 컨트롤타워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2016년 말 국정농단 청문회 당시 교수 시절 참고인으로 출석해 필요성을 인정했듯이, 대그룹 삼성에게는 필요한 시스템이지만 사회의 부정적 인식이 과도할 정도로 심하다.

GE의 잭 웰치가 금융과 제조업을 함께 경영했던 것과 같은 경영은 이제 한국에서는 불가능한 현실이 됐다. '1등을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또 1등을 할 수 있다'는 말처럼 삼성전자의 1등 DNA를 다른 계열사에 이식하려고 해도 이제는 어렵게 돼 가고 있다.

이번 인사가 시원하게 보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부회장이 삼성의 총수로서 최고의 효율을 만들어내는 용인술을 펼칠 수 있도록 길이 열려야 한다.

과거 삼성의 컨트롤타워를 비판하던 쪽의 주장은 권한은 있는데,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국정농단 재판 과정을 거치면서 그 책임은 올 곧이 이 부회장과 컨트롤타워에 있었던 이들에게 지워지고 있다.

오히려 기업의 경영에 간섭하고, 감독하면서도 책임지지 않는 것은 정부와 그 속의 규제 당국들이다.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을 굳이 끄집어 낼 필요도 없다. 삼성의 성과가 시스템의 우수성을 입증하고 있다. 인사에 이런 시스템의 우수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 그 길은 삼성에게 그대로 맡기는 것이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 오동희
    오동희 hunter@mt.co.kr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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