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도 주민들도 "거리두자"…서울시 '진도 0%' 사업 속사정

#올해 서울시가 70억9000만원 규모로 잡았던 자치구 및 민간 축제 지원‧육성 사업은 실제로 쓰인 예산이 '0원'이다. 코로나19(COVID-19)의 수도권 재확산으로 행사를 열기 어려워졌다.


#서대문구 음식물류폐기물 처리시설 환경개선사업도 올해 책정된 42억9100만원 예산이 그대로 남았다. 코로나19 사태로 주민들을 포함한 민간 협의체 구성이 어려워 사업 추진도 답보 상태가 됐다.

서울시가 최근 서울시의회에 올해분 예산의 내년 명시이월을 요구하며 내놓은 명단에 실린 사업들이다. 명시이월이란 세출 예산을 연도 내 지출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될 때 이를 다음 연도로 넘겨 집행하는 것을 말한다.

서울시가 내년으로 넘길 명시이월액은 전년 대비 32% 줄었다. 한해 예산을 전보다 효율적으로 집행한 것이지만 코로나19발 사회활동의 축소나 인허가 협의 등으로 진도를 전혀 빼지 못했던 사업도 일부 있다.

6일 서울시의회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2021년 일반회계에 79개 세부사업(1767억5200만원), 특별회계 118개 세부사업(3542억6400만원)등 5319억1600만원 규모인 197개 세부사업을 명시이월하겠다는 사업 조서를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다. 전년 명시이월액과 비교하면 약 2525억원 줄어든 것이다.


일반회계 15개, 특별회계 25개 세부사업 등 약 512억 규모인 40개 세부사업에 대해선 전액 명시이월을 계획했다.

서울시의회는 예산안 분석 보고서에서 전액 명시이월 사업을 거론하며 "이들 사업의 집행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예산을 편성하였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서울시는 전액 명시이월 사업들에 대해 예산의 늦은 편성·보상협의·인허가 문제 등 다양한 배경을 거론했다. 약 47억원 규모 시 소유 건물 제로에너지 전환 사업은 3차 추경 이후 예산이 편성돼 설계·착공, 예산집행 시기를 고려해 전액 명시이월된다.

27억원 규모 경춘선숲길 화랑대 철도공원 조성사업은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문화재청),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 승인(국토교통부), 도시계획위원회 및 도시공원회 심의(서울시) 등 사전절차에 시간이 소요돼 연내 지출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코로나19 사태도 여파를 미친다. 예산 4억원 규모인 국제협동조합대회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개최 연기가 불가피해져 예산이 그대로 남았다.

코로나19로 사업이 재점검되는 경우도 있다. 김포공항 활성화 지원 세부방안 연구용역(1억원)은 코로나19에 따른 항공운송업계 영향, 정부 지원책 등을 반영하기 위해 전액 명시이월 된다.

포항시는 올해 2월부로 포항공항 운항을 종료한 대한항공에 대해 매해 20억원의 결손금을 지원해왔다. 탑승률 70% 이하로 이익 결손이 발생하면 이 기준 이하 탑승률에 해당하는 비용 70%를 포항시가 지원했던 것. 이런 지방보조금 지원의 실현성이 기존 검토됐던 안건이지만 이번에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재난 시에 적용 가능할지도 함께 연구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내년도 예산안을 올해 본예산보다 1.3% 증가한 40조479억원 편성했다. 일반회계 27조6658억원, 특별회계는 12조3821억원 규모다.

서울시 관계자는 명시이월과 관련, "올해 사업을 추진하려 했지만 코로나19가 하반기 재확산 된 것에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