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저는 수능 보러 안 갔어요"…대학을 거부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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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문동주 기자 = "한 달에 2번씩 쓰러지며 공부했지만, 노력만으로는 가능하지 않은 것이 '대학 입시'"

3일 유례없는 코로나19 상황과 함께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다. 이번 수능에는 고3 재학생 34만여명을 포함해 총 46만여명이 지원했다.

그런데 올해 대학 입시를 거부하겠다고 나선 고3 학생이 있다. 수능을 닷새 앞뒀던 지난달 29일 화상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하지현양(18)은 "입시의 고통이 너무 컸다"며 대학 입시 거부의 이유를 설명했다.

하 양은 "새벽까지 공부하다 1시간만 자고 등교하는 생활을 했었다. 한 달에 2번이나 쓰러졌지만, 그땐 심각성을 모르고 오히려 뿌듯하게 여겼다"며 "돌이켜보면 너무 힘들게 살았다"며 입시의 고통을 설명했다.

하 양은 "중학생 때까지는 '노력하면 가능하다'는 말을 믿었지만, 고등학교에 와서는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며 "안정적인 지원이 가능한 친구들은 개인과외나 서울의 입시컨설팅을 이용한다. 그런 친구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대학에 입학해도 등록금이나 학비가 너무 무섭고, 무시무시한 등록금을 내고도 전공을 못 살리는 사람들이 주변에 너무 많았다"며 "이미 미술 쪽으로 진로를 계획했고, 꼭 대학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한국의 입시 문화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하 양보다 먼저 대학 거부의 길을 걸은 사람이 있다. 공현씨(33)는 2006년 모두가 선망하는 서울대학교에 입학했지만 2011년 자퇴를 선택했다. 그가 자퇴하며 학교 게시판에 붙인 대자보에는 "사람을 문제 풀이 점수로 평가하는 시스템, 그건 어찌 됐든 공정할 수도, 인간적일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공현씨는 대학을 그만둔 이유에 대해 "입시와 대학 제도의 비인간적이고 차별적인 부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똑같은 행동을 해도 시험 성적에 따라서 교사들이 대하는 태도가 다르거나, 어느 대학을 다니는지에 따라 사람들의 태도가 바뀌는 것을 자주 느껴왔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대학 만능주의에 대해 "대학을 가야지만 선택지가 많아지는 사회는 문제가 있다. 대학을 가지 않고도 선택지가 있고, 그 선택지에 대해 초·중·고 때부터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 양 역시 "'너 어쩌려고 그러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그 질문을 개인의 몫으로 두기보다는 우리 모두의 몫으로 생각해야 한다. '대학을 나오지 않더라도 어떤 삶을 살 수 있는가'를 같이 고민할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대학 거부 사례에 대해 A고등학교 교사인 김하늘씨(29)는 "대학을 가지 않겠다는 선택에 대한 반응은 과거보다 나아졌다"면서도 "대학 거부의 이유가 단순히 힘들고 싫기 때문이어서는 안 되고, 뚜렷한 진로 계획에 바탕을 둔 것이어야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