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와 싸우고 시험문제와 싸우고…"고생 많았어 우리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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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5시 부산 동래구 동래고등학교에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고사장을 빠져나오고 있다.2020.12.3 /뉴스1 노경민 기자©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힘든 한해 이겨줘서 고마워. 고생 많았어 우리 아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서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은 고사장을 빠져나와도 침착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매년 수능이면 교문 앞에서 들려오는 '수고했어요, 선배님' 등 격려 메시지도 올해는 들을 수 없었다.

3일 오후 부산 동래구 동래고등학교 앞.

시험 종료를 앞두고 수험생 학부모들은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두 손을 모은 채 간절히 교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금정구 브니엘고등학교 수험생 학부모 김모씨(46)는 "3시반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아침에는 고사장을 향하는 아이를 보며 눈물이 쏟아지기도 했다"며 "코로나로 학교도 제대로 등교하지 못했지만, 본인이 열심히 해서 편안하게 시험 치르고 오라고 격려했다"고 말했다.

오후 5시부터 4교시 한국사/탐구영역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은 차례대로 안내원의 지시를 받으며 고사장을 빠져나왔다.

평소 수능 때면 시험이 어려웠는지 평이했는지 수험생들의 표정을 보면 알 수 있었지만, 올해는 마스크 속에 가려져 분간하기 어려웠다.

교문을 벗어난 한 학생은 자신의 엄마를 보자마자 "너무 아쉽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3일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종료 직전인 오후 4시30분 부산 동래구 동래고등학교 앞에서 수험생들의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다.2020.12.3 /뉴스1 노경민 기자©

브니엘고 김대현, 이광민군(18)은 "시험 내내 마스크를 못 벗어서 힘들었다. 국어영역과 사회탐구 영역이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들은 "코로나 때문에 1년 동안 시험 준비하는데 힘들었다. 특히 온라인 수업과 오프라인 수업이 너무 달라 적응하는데도 오래 걸렸다"며 "시험 마치고 가족들과 집에서 오순도순 저녁 식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재수생 이동현씨(19)는 "국어영역이 제일 아쉽다. 코로나가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시험 준비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최근 부산에서 코로나가 심각해 어디 놀러 가지도 못하고 집에 머물 예정이다. 올 한해 수능을 같이 준비한 고3, 재수생 등 모두 고생많았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유학 생활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한 수험생의 학부모 김모씨(46)는 "작년에도 첫째가 고3이라 수능 종료 전에 기다린 기억이 있다. 올해는 작년보단 인파가 적은 것 같다"며 "시험 결과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니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너무 낙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든 수험생들 정말 고생 많았다"고 위로했다.

한편 부산에서는 수능시험 부정행위자 7명이 적발됐다.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2개 고등학교에서 1교시 국어영역 시험 시간이 종료됐는데도 답안을 작성한 학생 2명 모두 퇴실 조치를 당했다.

휴식 시간 감독관의 눈을 피해 몰래 휴대폰을 쓰던 한 수험생도 적발됐다. 이어 1교시가 끝난 이후 블루투스 이어폰을 소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한 수험생은 감독관에게 자수했지만 부정행위로 간주돼 시험을 볼 수 없었다.

이외에도 디지털 LED 시계를 착용한 학생 3명도 영어영역 시험 후 퇴실조치를 받았다.

이번 수능 최종 정답은 14일 오후 5시 발표된다. 성적통지표는 23일 수험생들에게 배부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