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스스로 불러들인 재앙

옛 성현의 말씀대로 하늘이 내린 재앙은 피할 수 있지만 스스로 불러들인 재앙은 피할 길이 없습니다. 문재인정부는 최근 확진자가 급증해 우려의 소리가 높지만 ‘하늘이 내린 재앙’ 코로나19(COVID-19) 사태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나름 잘 대응했습니다. 올해 우리나라의 예상 경제성장률이 -1.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에서도 이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불러들인 재앙’ ‘추미애-윤석열 사태’로 문재인정부는 치명상을 입고 말았습니다. 추 장관의 윤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와 윤 총장의 법적 대응 등 갈등이 극에 이르고 장기화되면서 문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는 콘크리트 지지율이라는 40%마저 무너졌습니다.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지지율도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힘에 밀렸습니다.
　
‘추미애-윤석열 전쟁’의 근본 원인은 검찰개혁을 둘러싼 힘겨루기와 갈등이지만 더 근원적으로 들어가면 잘못된 인사에서 찾아야 합니다. 윤석열 총장 인사도, 추미애 법무장관 인사도 문재인 대통령이 한 것인데 애초 인사가 잘못돼 정권이 흔들리는 지경에까지 이른 것입니다.
　
‘한비자’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중국 위나라에 악양이라는 뛰어난 장수가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아들을 희생하면서까지 적군에 항복하지 않고 싸워 큰 공을 세웁니다. 그러나 위나라 왕은 악양에게 큰 상을 내리면서도 중용하지는 않았습니다. 자기 자식까지 죽이는데 무슨 짓을 못하겠냐며 그를 의심했기 때문입니다. 아주 작은 일을 보고도 다가올 일을 알고, 사물의 작은 단서를 보고도 끝을 아는 게 제대로 된 리더입니다.
　
비유하자면 윤석열도 추미애도 모두 위나라 장수 악양같은 사람입니다. 윤석열 총장은 문재인정부에서 적폐청산의 일등공신으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양승태 대법원장을 구속시킨 인물입니다. 비타협적 엘리트주의자이자 검찰조직의 이해를 최우선으로 하는 검찰주의자로 그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겨눌 수도 있다는 사실을 진작 알아야 했습니다.
　
지난해 7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에 발탁할 당시 여권 내부에서는 윤 총장이 검찰조직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저지를 위험한 인물이라며 반대가 있었지만 이를 무시하고 ‘우리 총장님’ 하면서 임명한 사람이 문재인 대통령입니다. 그 결과가 ‘조국 사태’와 월성원전 관련 압수수색 및 수사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추미애 장관의 경우 윤 총장의 대척점에 서 있지만 비타협적 엘리트주의자라는 점에서는 똑같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김경수 경남지사와 드루킹 사건 관련 등 몇몇 일을 제외하더라도 추 장관은 거칠고 직진밖에 모르는 사람입니다. 마찬가지로 매우 위험합니다.
　
추미애 장관의 가장 큰 잘못은 검찰개혁을 ‘윤석열 찍어내기’로 변질시켜 버렸다는 것입니다. 모든 개혁은 치밀하고 내부의 공감을 얻어야 성공하는데 추 장관의 개혁은 목소리만 컸지 조악했습니다. 검찰 내부의 공감대는커녕 평검사들의 지지도 얻지 못했습니다.
　
역설적이지만 은혜가 해(害)를 낳습니다. 역사적으로 반역자의 대부분은 가까이에 두고 극진히 대해주던 사람이며, 제왕은 대부분 가장 가까운 사람 손에 죽습니다. 문재인정부가 꼭 이 모양입니다. 정권을 지탱하는 중심축이 돼야 할 법무장관과 검찰총장 때문에 정권이 무너질 지경입니다. 검찰개혁은 고사하고 모든 개혁조치들이 좌초될 상황입니다.
　
무감어수 감어인(無鑑於水 鑑於人), 자신의 모습을 물에 비춰 보지 말고 사람들에 비춰 보라는 뜻입니다. 추미애 장관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조기 사퇴가 정답입니다. 윤석열 총장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윤 총장은 본인의 뜻과는 무관하다지만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까지 나옵니다. 사람들은 그를 이미 검찰총장이 아닌 ‘정치인 윤석열’, ‘대통령 후보 윤석열’로 봅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정치적으로 해석됩니다. 대권주자 1위의 정치인이 검찰총장직에 있다는 게 말이 됩니까. 윤석열 총장의 사퇴만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그가 입만 열면 강조하는 ‘헌법정신 수호’를 위해서도 필수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