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벗어나자"…이통3사 내년 전략 조직개편에 담았다

이동통신 3사가 '탈통신'을 기조로 새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새해맞이 조직 개편과 인사를 마무리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내년부터 본업인 통신에 더해 신사업으로 새 판을 짜고 미래 먹거리 사업 본격화에 나설 나설 전망이다. 'AI빅테크', '종합 ICT기업', '디지코(digico)' 등 내세우는 이름은 다양하지만 비통신부문과 신사업을 강화하는 이통사 모두 전략적 결이 같다. 통신사가 아닌 플랫폼 기업으로의 진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SKT "AI가 모든 사업의 플랫폼 역할"

박정호 사장이 26일 오전 SK텔레콤 본사 사옥 4층 수펙스홀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경영성과, 사업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제공=SKT

SK텔레콤은 기존에 핵심 기술을 담당하고 있는 조직들을 과감히 인공지능(AI) 중심으로 재편해 'AI빅테크'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AI가 모든 사업의 기반 플랫폼 역할을 할 것"이라는 박정호 사장의 일성이 조직 개편에 그대로 담겼다.


AI 서비스단은 AI&CO(컴퍼니)로 조직명을 변경하고 관련 서비스 개발에 집중함으로써 SK ICT 패밀리사의 모든 상품 및 서비스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연구개발조직인 T3K는 딥러닝 기반 대화형 AI, AI 가속기,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에지컴퓨팅(MEC) 클라우드 등 4대 프로덕트 개발에 집중하는 조직으로 재편됐다. 최근 국내 최초로 선보인 AI 반도체 사피온의 고도화와 글로벌 시장 확대도 T3K가 맡기로 했다.

본업이었던 이동통신사업부(MNO)는 '9개 컴퍼니'로 쪼갰다. 핵심 조직인 모바일 컴퍼니를 비롯해 △구독형상품 △혼합현실(MR) 서비스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메시징 △인증 △스마트팩토리 △광고·데이터 컴퍼니까지다. MNO 조직의 주력 사업인 모바일 분야가 9개 컴퍼니 중 하나로 정리된 데에는 역시 SK텔레콤의 사업 분야를 통신에서 더 넓게 확장시키려는 박 사장의 복안이 반영된 것으로 읽힌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의 사업기회 발굴 역할을 맡았던 코퍼레이트(Corp) 센터는 내년에도 이 일을 그대로 유지한다. SK텔레콤은 올해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우버 등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과 굵직한 사업 제휴를 성사한 바 있다.

코퍼레이트 센터 산하엔 기업공개(IPO) 추진담당을 신설하기도 했다. 국내외 투자를 활발히 유치함으로써 자회사들의 IPO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현재 SK텔레콤은 원스토어, 11번가, ADT캡스, SK브로드밴드, 티맵모빌리티, 웨이브 등 자회사의 IPO를 줄줄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KT '3인 사장단' 체제 "디지털플랫폼 B2B 힘쓴다"

구현모 KT 대표

구현모 KT 대표는 지난 11일 조직개편을 통해 통신기업(Telco)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Digico)으로 변신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부문별로는 그간 강조해온 기업간거래(B2B), AI/DX(인공지능/디지털전환)부문에 특히 힘을 실었다. 앞서 KT는 현재 매출의 35%를 차지하는 비통신 비중을 2025년까지 5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KT의 공동 경영 실험도 계속된다. 취임 후 1년간 유지해온 '투톱체제' 실험을 접고 '3인 사장단' 체제로 전환했다. 강국현 커스터머부문장과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 등 부사장 2명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강 사장은 구 대표의 경영 철학인 고객중심 가치 강화를 책임진다. 박 사장은 디지털 플랫폼 기업 변신을 위한 전략을 짜는 역할을 맡는다. 구 대표를 중심으로 3명의 사장단이 주요 경영 현안을 공동으로 끌고 가는 체제다. 일각에선 구 대표가 취임 2년차를 맞아 사실상 친정체제를 다져 전사적 B2B 강화를 위한 빠른 의사결정과 조직 구조변화를 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KT는 특히 지난 10월 선보인 B2B 브랜드 'KT 엔터프라이즈(KT Enterprise)'의 성장을 위해 기존 기업부문을 '엔터프라이즈부문'으로 확대 재편했다. IT전문가인 신수정 부사장을 부문장으로 전보했다.

AI/DX융합사업부문도 대폭 강화됐다. 미디어플랫폼사업본부장이었던 송재호 전무를 AI/DX융합사업부문장 겸 최고디지털혁신책임자(CDXO·부사장)로 선임했다. 산하에는 새 사업 추진을 위한 KT랩스(KT Labs)도 신설했다. 또한 AI·빅데이터사업본부장인 김채희 상무를 전략기획실장으로 중용해, 향후 그룹차원 ABC(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업의 컨트롤타워로 삼았다.

미래가치TF는 '미래가치추진실'로 격상해 힘을 실었다. 미래가치TF는 CEO 직속 조직으로 그동안 KT그룹의 혁신을 주도해왔다. 내년에는 '미래가치추진실'에서 미래사업 추진 가속화를 위해 그룹 차원의 전략 수립과 투자를 맡는다.
LGU+, '신규사업추진부문' 신설…고객가치 콘텐츠 발굴

황현식 LGU+ 신임 CEO(대표이사 사장) / 사진제공=외부

LG유플러스는 기존 1개 사업총괄, 4개부문 체제를 정비해 6개부문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특히 최우선 과제로 신사업 영역에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겠다는 황현식 신임 사장의 의중이 반영됐다. 신설 조직인 신규사업추진부문을 통한 신성장동력 발굴이 핵심이다.

LG유플러스는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7107억원으로 통신3사 가운데 가장 뛰어난 실적을 보였지만, 탈통신 분야에서는 이렇다 할 미래 방향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신설된 신규사업추진부문은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고민에서 나온 조직이다. 기존 사업에서 별도 독립해 스마트 헬스, 보안, 교육, 광고, 콘텐츠, 데이터 사업 등이 신규사업추진부문에 들어갔다. 특히 '아이들나라'와 '초등나라'를 기획한 스마트교육 사업단이 신규사업추진부문에 들어감으로써 내년에도 LG유플러스는 스마트교육 콘텐츠 발굴에 더욱 힘쓸 것으로 보인다.

B2B 사업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해 기존 기업부문 산하에 '기업 신사업그룹'도 신설됐다. 5G 보급 확산, 정부 주도의 뉴딜 사업 등 추가 사업기회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고 이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다. 서비스 기술개발을 담당하는 FC부문은 기술부문으로 재편했다. 미래 기술 탐색과 기술 기반의 사업 기회 발굴이 목표다.

유료방송 성장을 꾀하기 위해 컨슈머사업부문 아래에 '미디어콘텐츠 사업그룹'도 신설했다. 넷플릭스 외에 다양한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국내 진출에 대응하기 위해 외부 제휴를 맡는 조직을 따로 편성한 것이다. 디즈니플러스가 내년 한국 진출을 공식화함으로써 해당 그룹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