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어기고 무단여행’ 발레리노 해고에 “부당하다”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엠넷 '썸바디'에 출연해 얼굴을 알린 발레리노 나대한. /사진=방송화면 캡처

자가격리 기간 여자친구와 해외여행을 다녀온 이유로 징계해고된 국립발레단 전 발레리노 나대한(28)씨가 노동위원회로부터 잇달아 부당해고를 인정받았다.

14일 공연계 등에 따르면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 10월 12일 나씨의 부당해고 구제신청 재심에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과 같이 부당해고를 인정했다.

노동위원회는 나씨가 복무 규정상 품위유지 의무와 복종 의무를 위반했다는 점에서 징계사유는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하지만 나씨의 행위가 단체협약상 해고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정했다.

나씨가 정부의 공식적인 자가격리 조치를 위반한 것이 아니어서 국립발레단이 나씨를 해고한 것은 징계재량권 남용이라는 것이다.

중노위는 또 국립발레단이 나씨에게 자가격리 지침 준수의 중요성에 대해 충분히 경고했다고 보기 어렵고 나씨와 유사한 비위행위를 저지른 다른 단원과의 징계 수위 등도 비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서울지노위도 6월 18일 판정에서 “나씨의 해고는 지나치다”며 “나씨가 일부러 국립발레단의 명예를 훼손하려고 하지 않았고 자신의 행위를 반성하고 있으며 징계 전력이 없다는 점이 고려됐다”고 밝혔다.

국립발레단은 노동위원회의 잇따른 결정에 불복해 최근 행정소송을 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단원의 일탈로 국립발레단의 위상에 심각한 위해가 발생했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은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박형순 부장판사)에 배당됐으며, 아직 첫 재판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 이름으로 지난 3월 발표한 사과문.

국립발레단은 올해 2월 14, 15일 '백조의 호수' 대구 공연 후 2월 24일부터 3월1일까지 전 단원이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대구·경북 지역에 코로나19 환자가 많이 늘어나자 시행한 자체적인 예방 조치였다.

하지만 나씨는 2월 27, 28일 여자친구와 일본 여행을 다녀왔고, 관련 사진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면서 논란이 됐다.

국립발레단은 이에 사과문을 발표했고, 같은 달 16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나씨를 해고했다. 정단원 해고는 국립발레단 창단 5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나씨는 이후 서울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엠넷의 '썸바디'에 출연해 얼굴을 알린 나씨는 2018년 10월 신입 단원 선발 오디션을 통해 국립발레단에 입단했고, 지난해 1월 정단원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