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끝나면 바로 가야지…해외여행 상품 3주 새 1.2만건 팔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사업활동을 중단하고 동면에 들어갔던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여행업계가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참좋은여행, 하나투어 등 대형 여행사들이 해외여행 상품을 재정비해 '영업재개'라는 초강수를 던졌다. 여전히 겨울철 코로나 대유행에 따른 우려가 여전하지만 글로벌 백신 상용화 가능성이 높아지며 하늘길이 열리는 즉시 반등할 여행수요를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여행 '대장주' 하나투어 "영업 합니다"

하나투어가 해외여행상품 판매를 재개하며 웹사이트를 재정비한 모습. /사진=하나투어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여행사 하나투어가 반년 넘게 중단했던 해외여행상품 판매를 재개했다. '지금 바로 떠나는 해외여행'을 테마로 자가격리가 없는 몰디브, 칸쿤, 스위스 등으로 내년 1월부터 당장 출발 가능한 여행상품과 5월 이후 일정의 '미리 준비하는 해외여행' 패키지(PKG) 상품을 내놨다. △여행자보험 해외치료비 2000만원 확대 △어시스트카드로 24시간 해외긴급지원 등 언택트(Untact·비대면)를 기반으로 위생과 안전 기준을 높였다. 예약금은 2021원으로 대폭 낮췄고 취소 시 전액 환불하는 조건으로 코로나 부담을 줄였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위드(with) 코로나 속 해외여행 상품의 새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안전기준을 강화한 상품을 준비했다"며 "정부기관과 여행업계, 여행객의 관심으로 안전여행에 대한 새로운 표준을 구축한다면 보다 안전한 여행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번 상품 판매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달 들어 국내 코로나 확진자가 1000명을 돌파하고 정부의 거리두기 단계 격상으로 국내여행 수요까지 곤두박질치며 해외여행은 언감생심이란 분위기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반전 카드를 꺼내들었다. 거리두기 3단계로 미용실마저 문 닫을 위기에 처하며 일상생활도 어려울 수 있는 시기에 무리수를 던졌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오히려 지금이 사업을 재개할 가장 적기란 판단이다. 업계 2위 모두투어도 이날부터 사전 예약금 없이 트래블 버블 협정이 예상되는 베트남 다낭, 싱가포르, 대만 등을 대상으로 한 여행상품 판매를 재개했다.


참좋은여행, 유럽 노선 판매만 벌써 7000건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동 트기 직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는 말처럼 코로나 악재로 여행 업황이 바닥을 치는 현 시점이 반등의 타이밍이란 것이다. 이미 1년 가까이 하늘길이 끊기며 중단된 해외여행 잠재수요가 물밑에서 차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달 주요 여행사 중 가장 먼저 영업을 재개한 참좋은여행에 대한 관심이 이를 반증한다.

참좋은여행은 지난달 23일부터 전 세계 인기여행지를 대상으로 언택트를 바탕으로 안전을 강화한 여행상품 판매를 시작했는데, 3주 만에 1만5000건을 팔았다. 취소분을 고려하면 실제 예약건수는 1만2000여건으로 줄지만 당초 예상을 크게 상회하는 판매량이다. 주목할 점은 이 중 유럽 장거리 노선 판매량만 전체 절반을 뛰어넘는 7000여건에 달하는 것이다.


접근성이 높고 코로나 상황도 다소 양호한 아시아권 근거리보다 유럽 상품의 인기가 높은 셈이다. 그만큼 여행 자체에 대한 니즈가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낮더라도 가고 싶다는 심리는 높은 것이다. 업황이나 실적과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는 여행 관련주의 상승세도 이 같은 기대감의 반영으로 볼 수 있다.
美 팬데믹 종식·韓 백신 상용화 시점이 관건

14일(현지시간) 뉴욕 퀸스의 롱아일랜드 주이시 메디컬 센터에서 샌드라 린지 간호사가 미셸 체스터 의사로부터 화이자-바이오앤테크의 코로나19 백신을 미국서 처음으로 접종받고 있다. /사진=AFP, 뉴스1

글로벌 제약사들의 연이은 코로나 백신 개발 이후 접종까지 이어지는 상황은 이 같은 계획에 긍정적인 시그널로 작용한다. 영국이 이달 초 세계 최초로 화이자 백신 긴급사용을 허가하며 접종을 진행하고 있고, 미국에서도 뉴욕시 간호사를 시작으로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백신 상용화가 예상보다 빨리 진행되며 팬데믹 종식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팬데믹 종식은 곧 여행규제 완화 등 하늘길 재개로 이어진다.

관건은 미국과 영국에서 접종을 시작한 백신 효과 여부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대체로 이달 말이나 내달 초쯤 효과가 드러나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미국과 영국이 각각 미주와 유럽 지역을 대표하는 국가인 만큼, 만약 백신 효과가 입증되면 주변국의 백신 상용화 시점도 빨라져 글로벌 여행수요가 급등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국내 백신 도입 시기도 중요하다. 결국 국내 상황이 진정돼야만 자가격리 완화 등 실질적으로 여행을 가로막는 규제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한 대형 여행사 관계자는 "정부 지원도 끝나가는 상황에서 고용이나 사업적 측면에서 더 이상 영업재개를 미룰 수 없는 시기"라며 "여당에서 3월 이전 백신 사용을 언급하는 등 국내 백신도입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내년 하반기부터 여행수요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