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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이야기[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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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2.18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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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 뽀뽀 한번 해드려" 해도 머뭇거리며 피하던 아들이었다. 올해 10살. 어렸을 때 외할머니가 주로 돌봐 주셔서 그런지 자주 만나지 못했던 할머니는 낯설어했다. 그랬던 아이가 요즘은 '할머니 최고'라고 한다. 해달라는 거 다 해주시고, 항상 칭찬하고 예뻐하시는데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아이의 마음을 돌린 주역은 따로 있다. '할머니표 밥'이다.

언젠가 부터 할머니댁에 가서 밥 먹는 걸 좋아하더니 이제는 연신 "할머니 요리가 최고"라고 한다. 된장찌개, 불고기, 생선구이, 전, 나물에 김치까지 할머니 반찬은 다 맛있다는 아들. 7살 때부터 2년간 해외 생활을 하고 돌아온 이후로는 '증세'가 더 심해졌다. 할머니댁 갈 날만 학수고대하고 있다. 하지만 고향 가는 길은 점점 힘겨워진다. 코로나19로 지난 설날 이후 못 뵌지가 벌써 11개월 째다. 감염에 취약할 수 밖에 없는 연로하신 어머니, 그것도 어린 아들과 함께 찾아뵙는 모험을 감행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요즘 우리 집 단골 배달 메뉴 목록에 막창 구이가 추가됐다. 음식 안가리고 잘 먹는 아들과 고기 좋아하는 나와 아내. 바로 구워서 먹는 맛보다는 덜 할지 몰라도, 좋아하는 막창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막창 이전에도 곱창, 감자탕, 삽겹살 등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을 음식들이 우리 집 배달리스트에 올라 있다. 식사 뿐이랴. 커피, 팥빙수, 심지어 호떡까지도 배달을 해 먹는다. 배달 음식이 늘어나면서 집에서 해먹는 '집밥'이 더 꿀맛이 되긴 했다. 그렇더라도 집밥이 간편 조리식이나 배달 음식에 우리 집 식탁의 메인 자리를 내줄 날도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이 밥의 또다른 이름은 자영업자들의 '생계'다. 우리 식탁의 주인공이 바뀌는 사이 식당 사장님들은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배달 영업으로 성공적인 전환을 한 가게는 근근히 버텨내지만, 그렇지 못한 대부분의 식당들은 고난의 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그나마도 배달 영업이 어려운 음식을 파는 식당들은 줄줄이 폐업을 준비하고 있다.

#자신과 조직의 이해만 좇다 보면 밥은 '밥그룻'이 되기도 한다.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접대 받은 3명의 검사 중 1명만 기소됐다. 2명은 접대받은 액수가 96만원씩으로 김영란법이 제한하는 100만원 기준을 넘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전 회장과 자리를 주선한 변호사, 3명의 검사 등 5명이 마신 술값은 모두 536만원. '엔분의 1'이면 당연히 100만원이 넘지만 검사 두 명은 두시간쯤 일찍 일어나 이후의 술값은 뺐다고 한다. 김영란 법 취지에 맞춰 정밀하게 계산한 노력은 가상하지만 일반 국민들의 눈높이엔 그저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 밥그릇 지키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수사를 하는 검사와 수사를 받는 대상간에 접대가 이뤄졌으면 김영란법이 아니라 뇌물죄를 먼저 검토했어야 한다는 법조인들도 적잖다.

검사들의 일탈은 '검찰 개혁'에 올인한 여권에 안성맞춤 먹잇감이다. 16일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안을 올리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한 추미애 법무장관은 지난 9일 자신의 SNS에 "비상식적인 수사결론으로 여전히 제식구감싸기를 한다"며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또다시 강조했다.

검찰 개혁이 검찰 장악으로 변질되고 정치에 진영논리가 갈수록 강화되는 것도 결국은 정치인들의 자기 밥그릇 지키기 결과다. 자신들의 지지 세력, 지지층의 입맛에 맞는 정책만을 얘기하고, 당과 정권 실세들의 뜻을 충실히 이행하는데에만 관심이 있다. 그래야만 자신의 정치적인 '양명', 밥그릇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용기있게 다른 목소리를 내는 동료는 배신자로 낙인 찍히기 십상이다. 정치인들, 권력기관의 잘나가는 공무원들이 '자기 밥그릇'을 챙기는 사이 국민들의 밥그릇은 설자리를 잃어간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거리두기 강화로 자영업자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졌다. 그런데도 정치는 여전히 '추미애, 윤석열'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오매불망 손주를 기다리시는 고향에 계신 어머니는 언제쯤 뵐 수 있을까. 따뜻한 '밥 한그릇'이 그리워지는 아침이다.

밥 이야기[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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