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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사회보장제도의 화룡점정, 상병수당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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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2.17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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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많은 개발도상국에게 한국은 후발주자로서 유례없는 경제성장을 이룩한 국가이면서 동시에 지난 20여 년간 복지제도를 꾸준히 발전시켜온 롤모델이기도 하다. 물론 증가하는 불평등과 양극화를 모두 해소할 정도로 충분한 수준의 복지 확대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외형적으로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가진 대부분의 복지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그렇지만 주요한 사회보장제도 중 우리나라에서 도입되지 못한 제도가 있다. 바로 상병수당 혹은 질병급여라고 지칭되는 제도이다.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는 예측하지 못한 고가의 치료비 발생을 막아주기 위한 제도로서 존재하지만, 치료로 인해 경제활동을 중단해 발생한 소득손실에 대해서 보호해주지 않는다.

예기치 않은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해서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경우 본인과 그 가족은 소득중단으로 인해서 빈곤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높음에도 이에 대한 대안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OECD 국가 가운데 상병수당을 도입하고 있지 않은 나라는 미국과 한국 밖에 없다는 사실은 상병수당의 부재가 우리나라 사회보장제도의 커다란 흠결임을 의미한다.

사실 상병수당의 부재는 다양한 문제들과 연결돼 있다. 유독 우리나라의 근로자들이 산재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경우 저항이 심하다고 알려져 있다. 산재보험에서는 휴업급여라는 이름으로 소득손실을 보상해주지만, 산재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 소득대체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생기는 절박함 때문이다. 그 외에도 질병이 완치돼 장애판정을 받아야 국민연금 장애연금을 받을 수 있는데 치료 중이기 때문에 오히려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경우도 있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으로 상병수당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돼 국회에서도 여러 의원들이 다양한 입법을 시도하고 있다. 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는 점은 다행스럽다. 다만, ‘아프면 쉬기’라는 구호와 연결지어 상병수당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것은 곤란하다. 상병수당은 감기환자들에게 제공하는 위로금 성격의 복지급여가 아니다. 치료로 인해 경제활동이 중단되고 소득이 단절되는 절박한 사람들을 위한 제도라는 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상병수당 도입을 중요한 정책과제로 설정하고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결코 단순한 과정이 아니다. 이미 일부 기업들은 유급병가라는 이름으로 기업복지 차원에서 근로자의 상병으로 인한 소득손실 대체방안을 운영해오고 있다. 또한 일부 사람들은 개별적으로 민간보험에 가입함으로써 대비하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이상적인 상병수당을 도입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유급병가와 민간보험을 모두 고려해 설계해야 한다. 기존의 복지제도와의 조화 역시 필요하다. ‘화룡점정’은 단순히 마무리를 뜻하는 사자성어가 아니다. 용의 몸동작과 표정 등을 고려해서 마지막으로 눈을 그림으로써 일을 마친다는 의미이다.

한국 사회보장제도의 외형적 완성을 위해서 상병수당은 다른 제도와의 조화를 고려해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편에서는 보호의 사각지대가, 다른 편에서는 도덕적 해이가 될 개연성이 있다. 결과적으로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차원의 과제로 그칠 문제가 아니라, 근로기준법을 총괄하는 고용노동부와 민간보험을 관리하는 금융위원회 등 범부처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하는 과제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려되는 점은 상병수당 도입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의 효과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상병수당 도입에 대해서 우려하는 목소리 가운데 하나가 상병수당 도입이 소득대체가 아니라 의료비 지불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장성 강화 정책은 상병수당 도입과 별도로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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