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자산 늘었다는데…'벼락거지' 이유있네

"벼락거지가 된 것 같다"


요즘 온·오프라인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말입니다. 한순간에 부자가 된 '벼락부자'의 상대적인 개념으로 '집도 안 사고 주식도 안 사니 나만 돈을 못 벌었다' 정도의 푸념입니다.

실제로 그럴까요? 올해 우리나라 가구의 평균 자산은 작년보다 3.1% 늘어났다고 합니다. 얼핏 보면 다들 '좀 더' 부자가 된 것 같지만 근로소득은 제자리인데 실물자산가격 늘어난 영향입니다. 집 없고 주식없는, 바꿔말해 자산없는 사람은 소득이 제자리이니 상대적으로 가난해졌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2020년 대한민국 가구, 자산·소득 모두 늘었는데?

올해 3월 말 기준 1가구당 평균 자산은 4억4543만원으로 전년대비 3.1% 늘었다. 주로 부동산 등 실물 자산 증가 영향이 컸다. /제공=통계청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살펴보겠습니다. 올해 3월말 기준 우리나라의 1가구의 평균자산은 4억4543만원입니다. 지난해 3월말에 비해 1352만원, 3.1% 늘어났습니다.

빚은 8256만원으로 1년 새 4.4% 늘었습니다. 자산에서 빚을 뺀 순자산은 3억6287만원으로 지난해 3억5281만원에 비해 1006만원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기준 소득도 1.7% 증가한 5924만원이고, 처분가능소득도 4818만원으로 1.9% 늘었습니다.


전체 평균을 보면 다들 살기 좋아진 것 같습니다만, 사람들의 체감은 좀 다릅니다. 사람들의 근로소득, 즉 월급은 제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가구당 연간 근로소득은 3791만원으로 0.3% 증가에 그쳤습니다. 증가폭이 역대 최저라고 합니다.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체감은 안 올랐거나, 떨어졌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반면 올해 3월 1가구당 평균 실물자산은 전년 대비 4.3% 증가한 3억4039만원입니다. 금융자산은 1억504만원으로 0.6% 줄었습니다.

더 뜯어보면 부동산 평균 가격이 지난해 3억379만원에서 3억1962만원으로 5.2%, 이 중 거주주택 자산은 1억7933만원에서 1억8945만원으로 5.6% 올랐습니다. 실물 부동산 평균 상승률이나, 전체 자산 상승률을 뛰어넘는 숫자입니다.

통계청 측도 "부동산 가격 상승과 그에 따른 담보대출 증가, 전월세 보증금 상승 등이 자산 상승의 원인"이라고 설명합니다.

사람들 손에 들어오는 돈이 아니라 그냥 인식 못 하는 자산, 집값만 특히 오른 셈입니다. 집값 상승이 즐겁게 몸에 느껴질 사람은 부동산 투자(투기?)로 직접 돈을 버는 사람 정도일 겁니다. 집도 절도 없는 사람은 '벼락거지'가 됐다고 생각할 만합니다.

지난해 가구 평균 소득은 1.7% 증가했지만, 근로소득은 0.3% 증가로 역대 최저폭을 기록했다. /제공=통계청

저소득층은 버는 돈 줄고 빚 늘었다, 그래도 소득 분배는 잘됐다?소득 구간별로 살펴보면 상대적 박탈감은 더 심해집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전체 가구의 근로소득은 미미하게나마(0.3%) 증가했습니다. 이걸 소득 5분위 계층으로 나눠보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연간 근로소득은 286만원입니다. 지난해 302만원에서 5.2% 감소했습니다. 바로 위인 2분위 가구의 근로소득도 1468만원에서 1379만원으로 6.1% 감소했습니다. 전체 근로소득이 증가세인 이유는 소득 상위인 3~5분위 소득이 증가한 영향입니다.

같은 기간 가계 부채는 1·2분위에서 두드러지게 증가했습니다. 1분위 가구 부채는 1610만원에서 1752만원으로 8.8% 늘었고, 2분위는 8.6% 증가한 4056만원입니다. 4분위 1.4% 증가, 5분위 5.3% 증가와 대조적입니다. 두 지표를 종합하면 '가난할수록 소득은 줄어들고 빚은 늘었다'가 됩니다.

지난해 소득 분배지표. 정부의 공적이전소득이 포함된 처분가능 소득 기준에선 개선됐지만 시장소득 기준에선 감소했다. /제공=통계청

그런데 소득분배 지표는 좋아졌다고 합니다.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도가 높은 처분가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지난해 0.339로 2018년 0.345에 비해서 0.006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소득 5분위 가구의 평균소득을 1분위 가구의 평균소득으로 나눈 5분위 배율도 6.25배로 같은 기간 0.29포인트 하락했습니다.

공적연금과 기초연금, 장애수당, 근로·자녀장려금, 양육수당 등 공적이전소득 영향입니다. 쉽게 말해 정부가 현금성 지원을 한 금액을 더하면 저소득층의 처분가능소득이 늘었다는 얘기입니다.

순수하게 번 돈을 뜻하는 시장소득 기준으로는 분배지표가 오히려 나빠집니다. 2019년 시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0.404로 2018년에 비해 0.002포인트 오릅니다. 5분위 배율 역시 11.56배로 0.41포인트 상승합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글을 올려 소득분배지표 개선을 강조하고 "정부의 포용성 강화 정책 효과"라고 평가했다. /사진=홍남기 부총리 SNS 캡쳐

이를 두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19년에는 가구소득이 전반적으로 증가한 가운데 최저 소득계층인 1분위의 소득 증가가 상대적으로 커, 5분위 배율, 지니계수 등 주요 분배지표가 개선됐다"며 " 정부가 역점을 둬 추진해 온 포용성 강화 정책의 효과가 잘 드러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정부의 공적이전소득이 소득분배 지표 방향성을 바꿨으니 그 역할을 제대로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소득 1분위 가구의 경우 직접 번 돈(근로소득+사업소득)보다 공적이전소득이 컸습니다.

다만 정부의 현금성 지원은 언제까지나 '지원'이고 '보조'인 점은 우려로 남습니다. 가계의 소득이 그대로라 정부 곳간(세금)이 늘지 않는데, 언제까지 보조를 이어갈 수 있을지, 스스로를 '벼락거지'라고 칭하는 사람들이 왜 이리 많은 건지 고민해봐야 하는 시점입니다.